<세상 돋보기> 안정우(양평정신건강의학과 원장)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였다.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배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배가 침몰한 이후에는 단 1명도 구조되지 못했다.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수많은 장병들과 수차례의 남북한 해상교전이 일어났다. 지뢰 폭발로 다친 우리 병사들도 있었다. 얼마 전에는 일본, 에콰도르 등 세계 각지에서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은 너무나 많다. 질병, 화재, 교통사고, 가스 폭발 등등. 하지만 우리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일이 있다. 젊은이들의 죽음이다. 사람 목숨의 가치에 차이가 있을 수 없지만 우리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일은 있기 마련이다. 왜 이런 생각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을까. 그것은 젊은이들의 죽음에 책임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막을 수 있는 일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복수를 하면 될까? 6·25 전쟁으로 남북한 합쳐서 300만명의 사상자를 낸 그런 전쟁을 다시 한 후에 아프가니스탄이나 아프리카의 내전 국가들에서나 볼 수 있는 빈곤 국가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감정에 빠져 애도만 지속적으로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무기력한 우울감과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후회의 감정은 집단적인 무기력감만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럼, 방법은 무엇인가. 이러한 집단적인 재난을 맞이한 후에 우리가 할 일은 그 사건의 모든 객관적 사실을 총체적으로, 말 그대로 누군가가 한 농담까지도 포함한 자세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유구한 전통의 나라다. 그 기록을 통해서500년 전의 일들을 근거를 가지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어떤 잘못된 정세판단을 하였는지, 일제침탈 같은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세계의 변화속도에 얼마나 우리가 뒤쳐져 나라를 망치게 했는지, 사회의 기득권세력이었던 양반들이 군역의 의무를 피하고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집요한 노력을 했는지를 글자 그대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제가 지금 21세기에도 그대로 반복되는 것을 보면 기록이 왜 필요한지가 자명해진다. 지금 우리가 꼭 가치 평가를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현재 최고 지성들의 토론도 100년이 지나면 별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 송시열, 이이, 이황의 가르침대로 살 수는 없는 것처럼, 방법론은 배울 수 있지만 가치는 항상 변화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우리의 기록은 영원한 가치를 가지고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노력할 후손들에게 자료가 될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겪는 일들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다양한 시선으로, 기록을 남기고, 기억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 분노하거나 무기력 혹은 외면에 빠지면 다시 그러한 비극적인 일이 반복될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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