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에세이> 김창환 양평중 교사

 

성서의 창세기에는 하나님이 사람과 동물을 흙으로 빗어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성서의 기록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흙과 사람의 구성원소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엄밀히 따지면 사람과 흙의 구성 성분비는 다르지만 생명이 흙에서 탄생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최근 과학자들은 점토광물(clay minerals)에서 생명이 탄생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점토광물이란 규산염광물이 풍화되어 미세한 입자로 된 일종의 흙이다. 초기지구에는 마그마가 굳어진 현무암이 풍화되고 물과 결합해 다양한 점토광물이 형성됐다. 생명의 기본단위인 세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분자들이 모여 유기화합물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보호해줄 막이 형성되어야 한다. 

분자들이 화학적 반응을 통해 유기화합물로 합성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농축이 필요하다. 점토광물은 유기분자들이 농축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농축된 유기화합물이 점토광물 표면에 달라붙어 서로 반응하면서 단백질이나 핵산처럼 생명합성에 필요한 분자로 성장했을 것이다. 

점토광물 표면에는 미세한 틈과 구멍이 많고 얇은 판의 형태로 결합돼 있어 판 사이에는 분자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이런 공간은 해로운 물질로부터 분자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역할도 한다. 또 광물의 표면은 음전하나 양전하로 대전되어 분자들을 전기적으로 흡착시킬 수 있다. 

▲ 점토광물(사진=지오사이언스)

과학자들은 당, 아미노산 성분들이 장석, 석영, 휘석 등 광물들에 흡착되는 성질이 있음을 발견했다. 화강암, 현무암, 변성암 등의 암석 틈에 미생물들이 존재하는 것도 확인했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RNA를 점토에 뿌려주면 잘 붙을 뿐 아니라 막을 형성하고 막 속으로 RNA가 들어 갈수 있게 도와준다. 심지어 긴 RNA 사슬을 생산하는데도 성공했다. 이러한 실험은 초기바다에 있던 점토가 RNA를 복제하는 화학공장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했을 수도 있다. 점토광물은 분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터(거푸집) 역할뿐 아니라 유기분자 합성에 기여하면서 생명의 기원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약 40억년∼25억년 전까지 생명이 탄생하는 시점을 시생대(Archaean era)라고 한다. 시생대 원시지구의 열수분출공에서 만들어진 유기분자들은 점토광물 표면 위에서 풍부히 합성되고 결합해 점점 더 복잡한 유기화합물로 성장해 갔다. 그리고 분자를 보호할 막을 형성하고 자신을 복제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렇게 탄생한 원시세포는 지구를 생명이 풍성한 행성으로 만들어 갔다. 이렇듯 생명의 탄생은 흙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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