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난 토요일 양평나루께축제공원 양평대교 하부공간에서 강상면주민자치위원회 주최로 ‘산적들의 나루께 주막소동’ 행사가 열렸다. 2013년부터 시·군 창의사업으로 추진 중인 ‘산중옛길 및 산나물자생단지 조성사업’이 예산문제로 늦어지자 주민들에게 사업을 홍보하고, 주민화합을 통해 추진동력을 모으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축제장소인 양평나루께축제공원은 양평대교가 준설되기 전 양평과 강상을 오가는 나룻배를 타던 곳으로 역사적 의미도 충분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지켜본 축제는 이런 의미를 살려내기보다는 먹거리를 파는 그야말로 ‘주막소동’으로 흐르고 있었다. 3월 초 이야기가 나온 후 한 달여 만에 행사를 치러야 할 급박한 내부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홍보부족으로 관람객이 없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민자치위가 배포한 자료에서 언급됐던 옛 주막 재현, 생활용품 전시, 옛 사진전시회, 다양한 옛 음식 체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산적할매장터’는 찾을 수 없었고,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엉뚱하게도 양평읍 ‘시장1길 셀러’들이 나와 있었다.

원래 행사목적인 산중옛길을 홍보하기 위한 리플릿이 탁상에 놓여있었지만 홍보물을 나눠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정자에 걸린 산적 사진 몇 장으로 산적들의 주막을 재현했다고 우긴다면 할 말은 없다. 행사장 입구에는 전문공연패가 하루 종일 들어주는 이 없는 각설이공연을 하고, 염소·닭 등을 우리에 가둬 전시한 공간은 영락없는 어느 시골장터를 재현했다.

크고 작은 지역축제나 행사 현장을 빼놓지 않고 다닌다. 강상면은 3년째 주민행사를 취재하고 있다. 주민 주도로 다랭이논 체험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산중옛길을 되살리며 산중놀이지도자 양성 학교까지 여는 등 차분히 준비하던 그간의 주민자치위의 모습은 어디로 갑자기 사라진 건지 실망스러웠다. 행사를 공동으로 준비한 일부 단체 임원들과 면의 고위 공직자의 낡은 의식이 문제를 키웠다는 후문도 들린다.

그동안 많은 시·군에서 지자체 주도로 열렸던 지역축제가 부실한 콘텐츠, 홍보 부족 등으로 경제적 효과 없이 예산만 낭비하자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민간주도 행사 위주로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과 단체 임원들의 의식이 전환되지 않는 한 주민주도의 모양새만 흉내 낸 관주도 관행으로 흐르기가 얼마나 쉬운지, 그랬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산적들의 나루께 주막소동’은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생각이다. 이젠 달라진 세상을 제대로 볼 때도 되지 않았나? 주민자치 역사도 20년을 넘어서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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