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예지 국립교통재활병원 내과교수

정부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최근 설탕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27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것도 당분 섭취 증가와 관련 있다고 한다. 설탕은 과다한 당 섭취에 따른 고혈압, 비만 등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밥, 빵, 떡 등 탄수화물과 세계적 이슈가 된 설탕, 꿀 같은 당류는 우리 몸속에서 소화 작용을 거쳐 포도당이라는 형태로 분해되어 에너지로 아주 중요하게 이용된다.

몸과 뇌, 주요장기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 연료의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필요한데, 이 호르몬이 혈액 속 포도당을 각 세포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인슐린이 부족하면 포도당의 대사에 문제를 일으켜 포도당이 미처 세포 속으로 다 들어가지 못한다. 이렇게 당이 혈액 속에 남아돌다 한도를 넘게 되면 신장을 거쳐 소변으로 빠져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혈당이 높은 것 자체가 증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가장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성인 실명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당뇨로 인한 망막증이고, 신부전 및 투석의 원인도 바로 당뇨다. 또 교통사고를 제외하고 발, 발목 등 하지를 절단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당뇨는 관상동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발병을 2~3배 증가하게 해 당뇨병 환자에서 주된 사망원인이 된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당뇨 환자가 증가하고 있고 발병 연령이 낮아지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인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오랜 시간 지속된 혈관 속 당으로 인해 말초 신경이 손상되어 발생한다. 당뇨병환자의 1/3에서 동반되지만 증상 및 인지 정도가 모두 달라 환자들이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치료시기를 놓치게 될 경우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며, 일차적인 감각의 이상 또는 통증으로 인한 질병 부담 외에 낙상, 족부궤양, 부정맥, 소화 장애 등과 같은 2차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병증은 보통 당뇨병을 알게 된 후 몇 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는 진단 당시에 발견된다. 감각, 운동, 자율신경을 포함해 광범위하고 다양한 증상과 형태로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정기적인 선별검사가 필요하다.

당뇨성 신경병증 증상으로 감각신경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감각저하 또는 무감각함으로 나타나거나 찌르는 것 같은 통증, 저린 감, 전기자극과 같은 느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감각신경 침범으로 인하며 반수 이상에서는 무증상일 수가 있다.

소화불량, 복통, 오심, 구역, 변비, 설사, 변실금 등의 위장관계 증상을 보이거나 성생활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또 빈맥, 기립성저혈압, 부정맥, 심호흡 시 심박수변이 감소, 실신 등의 심혈관계 증상을 호소한다. 잔뇨감, 요실금, 다한증 등 비뇨생식기계나 땀샘분비계 등의 자율신경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심한 운동신경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단추 끼우기나 매듭 만들기가 어려워지거나 발을 질질 끌거나, 발가락이 굳는 듯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신경은 서서히 손상된다. 증상이 진행되어도 환자가 이를 깨닫지 못하는 수도 있다. 당뇨가 있다면 적어도 1년에 한번 신경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발 감각검사와 맥박수 검사를 해야 하며 사소한 증상이나 문제점도 주치의에게 알리도록 한다. 발 감각 저하를 보이며 이상이 발생하면 향후 3년 동인 족부궤양이 발생할 확률은 60% 정도다. 발에 분포 된 신경이 손상되면 절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일 발을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한다. 말초혈관을 축소시키는 흡연을 삼가하고 술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음식조절과 약을 통해 평소의 혈당관리를 최대한 정상범위에 가깝게 관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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