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실컷 웃었다. 뭐 그동안 웃을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뭔가 다른 내용의 웃음이었다고 해야 할까?

애니메이션이라는 편견은 아니지만 큰아이가 세 번이나 봤다며 몇 번이나 추천하는 걸 흘려들은 것도 사실이고, 주말이 몇 번 지나도록 딱히 갈 짬이 나지 않은 채 영화가 내려졌다. 그런데 오랜만에 집에 온 큰애가 영화가 재개봉 했다며 같이 가자고 또 졸랐다. 만화영화를 이 나이에 보냐며 툴툴거리는 남편을 설득해 온 가족이 ‘주토피아’를 보러 갔다. 내용도 모른 채 그저 동물이야기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아이가 환호하는 것이려니, 그냥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서 영화를 보러 갔다.

주제곡은 얘들이 자주 들려주던 노래라 익숙해서 좋았고. 재개봉이라 그런지 시간 임박해서 표를 구입했는데도 맘대로 자리를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워 좋았다. 오기 싫었던 남편은 얼마나 재미없으면 이렇게 여유 있겠냐며 그 마저도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어쩌랴, 이미 왔고 영화는 시작되고.

90분 동안 현실과 안녕하다 불이 켜지고 자막이 올라가며 현실로 돌아왔다. 엄마가 이 영화 보면 정말 공감이 팍팍 될 것이라는 큰 아이 말이 적중했다. 세 번을 눈물이 날 정도로 격하게 웃었다. 흘깃 보니 남편도 킥킥거리며 웃는다. 육식, 초식 구분 없이 함께 사는 이상적인 세상에서 토끼가 주연이고, 그다음 여우, 그리고 조연은 들소, 사자, 양, 햄스터, 북극곰 등 이다. 주제곡을 부르는 가수로는 예쁜 가젤이 등장한다. 영화 속 컴퓨터그래픽 완성도나 전달하는 메시지나 이런 것들 모두 재미있고 훌륭하다. 그런데, 더 눈에 들어온 것은 각 동물들에 대한 특징으로 코믹한 요소들을 묘사한 방법이, 마치 당사자의 이야기처럼 완벽하게 재현된 점이다.

여행 갔을 때 방문했던 ‘와일드 동물원’에서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만난 나무늘보 생각, 한동안 방 하나를 다 차지한 햄스터들의 집을 관리하던 때 생각, 마을에서 안내방송만 나오면 ‘오우~’ 하고 울어대는 마당쇠들 울음소리로 도통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었던 일들이 생각나 안 웃을 수 없었다.

“영화 만든 작가들이 등장하는 동물들을 다 키워 봤나봐? 키워보지 않고 저렇게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치? 우리 식구들 좋아할 거 같더라니까.”
투덜거리다 재밌게 본 남편도 엄마 숨넘어가게 웃더라고 한마디 거든다. 무심하던 남편도 영화를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우리 집 동물들은 각자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식구가 되었다. 그 사연 따라, 동물 종류 따라 이해해야 하는 폭이 달랐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식구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말하지 않아도 느끼고 보게 되는 능력이 키워졌을 지도 모른다. 영화평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내용 외에 소소하지만 영화를 만들어낸 제작팀의 저력이 몇날며칠 동안의 관찰만으로는 이루어지진 않았을 거란 사실이 더 눈에 들어 왔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차별과 실패를 두려워말고 도전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라는 내용이다. 부조리에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솝우화처럼 동물로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 갔지만 난 다른 데서 위안을 얻는다. 일방통행이기만 한 동물과의 관계가 갑갑하기만 했는데, 동물들의 특징을 콕 잡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표현하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능력자들이 있는 한 소통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그냥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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