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에세이> 김창환 양평중 교사

 

지난 3월 미국의 연구팀은 화학적으로 합성된 인공세포(Syn3.0)를 탄생시켰다. 인공세포는 유전자 473개로 구성된 박테리아 수준의 단세포로 최소한의 생명활동만 유지한다. 

생명합성에 대한 연구는 1953년 미국 시카고 대학원생인 밀러(S.L Miller)의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그 해는 DNA 구조가 밝혀지는 등 생물학계에 큰 획을 긋는 한 해였다. 당시 과학계는 화학물질들이 원시지구의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합성되어 생명에 필요한 유기물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에 밀러는 플라스크에 원시지구의 대기조성과 비슷한 기체와 물을 넣었다. 

기체는 목성의 대기를 참조하여 수소, 메탄, 암모니아를 선택했다. 원시대기에 발생했을 번개 대신 전기 스파크를 가하고 화산활동으로 뜨거워졌을 물을 끓이는 등 초기의 지구를 모방한 정밀한 장치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며칠 만에 플라스크에 투명한 노란 스프국물 같은 것을 발견했다. 분석한 결과 아미노산과 유기화합물이 확인되었다. 

밀러의 실험은 생명의 기원이 화학적 기반 하에 시작되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생명은 유기화합물이 풍부한 스프 상태에서 탄생되었을 것이라 확신하게 했다. 이후 스프 가설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핵산, 지질을 포함하는 유기물 합성에 성공했다. 물론 실험과정에서 생명과 관련 없는 수많은 분자들도 합성되었다. 

스프 가설은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유기화학자로서의 자격을 부여했고 30년간 지지자들을 양성했다. 그러나 암석 분석을 통해 지구에 수소, 메탄, 암모니아 등이 풍부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오히려 초기지구는 질소와 이산화탄소로 구성되어 있음이 확인되었고 두 기체로는 아미노산을 합성할 수가 없었다. 

▲ 인공생명체(Syn3.0) 사진=사이언스

스프 상태의 유기물질이 세포막, DNA 등의 생명분자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거대분자로 합성이 필요한데 원시대기의 번개나 자외선은 오히려 분자들을 분해시킬 가능성이 크다. 스프 가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반대 과학자들과 치열한 논쟁으로 방어했지만 스프 가설은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성을 잃게 된다. 

하지만 스프 가설은 무기물에서 생명현상을 발현하는 유기물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증명하였고 생명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가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된다. 현재 생명합성 연구는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배열하여 세포수준의 생명체를 만들어 물질대사와 자기복제 능력을 실험하고 있다. 인간이 생명탄생이라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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