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5

 

 

일본 이시카와현(石川縣)의 가나자와시를 찾은 것은 벌써 5년 전이다. 내게 가나자와는 의미가 크다. 그렇게 아름다운 마을과 도시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가나자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창조도시’, ‘문화도시’로 이름이 나 있는 줄 몰랐다. 단지 도쿄나 오사카, 후쿠오카 등 흔한 여행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되었고 출발에 대한 기대가 신선했다. 

가나자와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고마츠(小松)라는 작은 공항을 통한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규모나 분위기가 어떨지는 전혀 모르는 채였다. 가나자와 역에 도착해서야 규모가 작지 않은 도시라는 걸 알았고, 역 근처 호텔에 짐을 푼 후 가나자와를 소개하는 자료들을 보면서야 비로소 ‘창조도시’라는 개념에 눈떴다. 

가나자와는 가나자와 성(城)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가 거대한 문화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하늘을 찌르는 고층빌딩을 랜드마크로 삼는 일반적인 도시 개념과는 달리 가나자와에는 초고층빌딩의 랜드마크는 없다. 가나자와의 역사를 품은 전통 건물과 유적 그리고 전통거리를 계획적으로 보존하고, 한편으로는 현대적인 미술관 및 문화시설들을 문화예술의 각 거점으로 연결함으로써 도시 전체를 문화벨트로 엮었다.

가나자와는 일찍이 유네스코 창조도시(創造都市)에 선정된 도시다. 창조도시란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의 정의를 빌리면 ‘독자적인 예술문화를 육성하고, 지속적, 내생적인 발전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도시, 인간이 자유롭게 창조적 활동을 함으로써 문화와 산업의 창조성이 풍부하며 혁신적이고 유연한 도시 경제 시스템을 갖춘 도시’다. 

▲ 가나자와 성(金沢城). 가나자와시의 중심에 있다.

그리고 다른 정의를 보충하면 ‘창조도시를 기획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고유한 문화의 색채를 지닌 개발이 필요하며 지역민의 자발적인 상상력, 열정, 창조성 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돼 있다. 또 ‘나아가 창조도시는 산업사회 이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자기 지역의 자원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복원하려는 창조적 상상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로써 단순히 문화·예술과 관련된 기관을 설립하거나 축제나 행사를 개최하고 슬로건을 내붙이는 정도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창조도시로 이미지화하고 마스터플랜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근대 이후 도시와 마을은 산업적 물질적 발전에 전력을 다하였다. 모든 것이 기능 중심이었고 실리적인 구조기능주의만이 판을 쳤다. 문화와 예술, 전통, 아름다움은 뒷전일 뿐만 아니라 파괴되었고, 거대한 빌딩과 효율적인 경제성만이 유일한 가치였다.

▲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 완전 원형 건물로 외벽이 모두 통유리인 현대적 디자인의 건물이다.

21세기에 들면서 산업과 건축 등에 인문·사회적 관점이 등장하면서 선진적인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반성이 일게 되었다. 효율을 앞세운 물질경제적인 개발 속에서 인간의 정신이 퇴보하고 커뮤니티가 파괴되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을 위한 도시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스페인의 볼로냐와 가나자와 등 대표적인 창조도시의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이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인문사회과학자 및 예술가의 참여가 과반수를 구성해 간다는 것이다. 유럽은 이미 창조도시 개념 이전에도 문화도시라는 개념이 존재했다. 

창조도시는 이제 단순히 문화도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새로운 문화콘텐츠 및 지식텐츠와 결합하여 창조경제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기존의 2차, 3차 산업만으로는 가질 수 없는 경쟁력에 문화적 가치를 바탕에 둔 창조도시가 그 획기적인 유망주가 된 것이다. 현재 가나자와는 인구 50만명 정도에 연간 700만명의 관광객이 문화창조도시를 보러온다.

건축가 승효상은 ‘사람은 거주함으로써 존재한다’라는 철학자 하이데거의 명제를 인용하면서 “사람들이 흔히 건축을 공학에다가 예술적 외관을 적절히 섞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건축은 근본적으로는 인문학의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건축가에겐 문학적 상상력과 역사에 대한 통찰력, 사물에 대한 사유의 힘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비단 건축뿐만이 아닐 것이다. 건축의 확장적 영역인 도시계획도 그러할 것은 당연하다. 창조도시 개념은 마을만들기의 도시적 개념이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