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물감 풀었나 하얀 물감 뿌렸나... "봄꽃 향기에 취하겠네"

▲ 추읍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마을 어귀에 산수유나무꽃을 배경으로 서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느라 여념이 없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이른 봄꽃 소식이 날아들었다. 꽃구경 행렬로 전국의 도로가 들썩이는 요즘, 양평의 봄꽃 명소를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잠시 시간을 내 둘러볼 수 있는 소박한 우리 동네 봄꽃길을 소개한다.

노란 물감 풀었나 하얀 물감 뿌렸나… “봄꽃 향기에 취하겠네”
개군면 내리․주읍리 산수유꽃 초 절정
강 따라 길 따라 마을마다 벚꽃 망울

주말인 지난 2~3일 양평산수유한우축제가 개군레포츠공원과 내리․주읍리 산수유군락지에서 열렸다. 산수유 꽃이 피는 4월초에 매년 열리는 산수유축제는 봄철 불청객 황사와 더디게 피는 꽃망울로 주민들의 애를 태운 해도 적지 않았는데, 올해는 따뜻한 날씨로 산수유 꽃이 절정을 이뤘다.

꽃구경보다 사람구경을 더 많이 하는 축제현장을 비껴 다음 날인 4일 개군면 주읍리를 찾았다. 오붓하게 봄꽃 구경을 나온 중년의 부부, 작품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온 마을을 거닐며 꽃구경을 하고 있었다.

 

주읍리마을회관 앞에서 시작해 추읍산 등산로입구까지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구경삼아 돌면 한 시간이 얼추 걸린다. 마을회관에서 20m 가량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편 실개천 쪽으로 접어들어 굽은 길을 따라 걸었다. 물을 대놓은 널찍한 논 주위를 노란 산수유꽃나무가 호위하고, 인기척 없는 집을 백구가 홀로 지키고 있다. 조금 더 길을 따라 들어서면 왼편으로 굽어진 길목 어귀에서 산수유 시조목과 표지석을 만나게 된다. 지난 2013년 마을에서 산림과학원에 의뢰해 주읍리 산수유나무 수령을 조사했다. 그 결과 수령이 490년±30년인 나무가 몇 그루 있었는데, 이로써 그간 전해오던 산수유나무의 유래를 뒷받침하게 됐다.

▲ 수령이 최대 520년으로 예측되는 산수유나무 시조목. 조선 세조 때 산수유나무를 하사받았다는 속설을 뒷받침해주고 있어 마을에서 보호수로 지정했다.

속설에 의하면 조선 세종대왕 승하 때 영릉 터를 여주에 조성하면서 묘 터에서 물이 나와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노승이 산수유마을 뒷산인 추읍산을 가리키며 “저 산 정상 바로 오른쪽 아래를 파보면 우물이 나올 것이요. 그러면 묘 터의 수맥이 그리로 빠져나가 물이 안 나올 것이요”라고 일러주었다고 한다. 실제로 추읍산에 우물을 파니 물이 사라져 묘역을 조성할 수 있었다. 그 공로를 인정해 1466년 세조 때에 당시 중국에서 들어온 귀한 약용나무인 산수유나무 몇 그루를 마을에 하사하였고, 그 나무들이 퍼지면서 산수유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 마을에선 수령이 오래된 나무 중 한그루를 산수유 시조목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산수유나무 오솔길을 따라가면 마을회관에서 곧장 올라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그 길을 따라 위로 조금 더 올라가면 추읍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과 내리(새상골) 등산로로 접어드는 갈림길이 나온다. 마을 뒷산인 추읍산은 정상에서 보면 일곱 고을이 보인다고 해 칠읍산이라 불리기도 하고, 일곱 가지의 보물이 있다하여 칠보산이라 불리기도 했다. 속설에 의하면 명지관(名地官)이 마을 뒷산에 올라보니 이 산이 용문산을 뒤쫓는 형상이라 추읍산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1995년 주읍산에서 원지명인 추읍산으로 바뀌어 국토지리정보원에 등록되었다.

▲ 산수유나무군락지는 넓지 않지만 골목으로 들어서면 여느 집 마당에나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피우고 서있다.

가벼운 산책 삼아 나선 여행객들은 이쯤에서 산수유꽃길을 따라 마을회관으로 내려간다. 멀리서 트랙터 소리가 간간히 들릴 뿐 인적 없는 한낮의 마을은 낯선 여행객들 차지다. 산수유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호기심에 골목을 기웃거리기도 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이런 구경도 산수유나무꽃이 어여쁜 열흘 동안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이후엔 꽃은 피어있으나 일삼아 구경할 만하지 못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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