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터넷 게임중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게임중독은 전 세계 정신건강의학의사들의 모임에서도 아직 진단과 치료에 대한 토론이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IT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있지도 않은 병을 정신과 의사들이 만들어 낸다고도 합니다.

중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중독에는 너무 부정적인 느낌이 있어 지금은 보통 의존(Dependence)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의존은 어떤 물질이나 행위를 자신과 가족 등 주변에게 해가 되는데도, 또 생계의 어려움이나 법적 처벌, 사회적 압력에도 중단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조절할 수 없는 행동이라니 얼마나 무서운 병입니까.

그런데 술, 담배, 마약은 그 해악이 오랫동안 너무 잘 알려져 있지만 게임은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또한 게임은 그 자체가 즐길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감상이나 독서 같은 종류의 행위인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술도 즐길 수 있는 것이고 담배도 불법으로 생산을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게임업계의 반발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술이나 담배의 장점이 있다는 의학 논문도 있습니다. 일정량의 경우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고 담배가 치매의 발병에 억제 효과가 있다는 논문도 있었죠. 대마초는 얼마 전 미국에서 의학적 사용에 대한 허가가 꽤 많은 주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코카인은 1900년대 초반에는 만병통치약이었으며, 가장 강력한 마약인 모르핀은 전쟁 중의 신체 부상이나 말기암 환자의 통증 조절을 위한 의학적 사용은 항상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단점이 장점을 압도하기에 마약은 의사의 처방이 없는 한 불법물질이며, 술․담배는 청소년 판매에 제한이 있습니다.

폭력물이나 포르노 영화는 분명히 일반 집단에서 ‘나쁜’ 것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신적인 질환이나 어떤 범죄의 합리적․이성적․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포르노 영화를 본 사람은 모두 성범죄자가 되어야 하고, 폭력물을 본 사람은 모두 강도․살인자가 되어야 할 테니까요.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 미숙한 청소년에게는 그 악영향이 더 심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그 시청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장점과 단점은 아직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장기적이고 무작위적인 대규모 집단에서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아직 진단과 치료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술을 많이 마신다고 모든 사람이 알코올 의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뇌에서 생물학적으로 알코올에 예민도가 높은 사람들이 따로 있습니다. 도박 행위 의존도 마찬가지로 도박을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도박에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도박의 행위에서 도파민 등의 흥분 신경전달 물질이 과량으로 분비되는 특성을 가진 사람들만이 도박에 의존을 보이게 되며, 이로 인해 자신과 주변에 해를 끼치는데도 중단할 수 없다면 질병으로 진단되는 것입니다.

게임은 모든 사람에게 나쁜 것 일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에 의존성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것은 분명합니다. 게임에 의존성을 보이는 가족을 둔 분들은 게임이라는 것을 세상에서 없애고 싶으실 겁니다. 하지만 게임을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즐길 수 있는 분들 입장에서는 왜 저렇게 억압을 하려고 할까라고 생각하시겠죠. 술도 담배도 아예 없애버리면 될 텐데 왜 만들어 팔고는 또 치료를 고민할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문제는 너무 어려운 문제이고 역사적으로는 금주법 같은 것이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이 기록되어 있는 바, 저 같은 의사보다는 철학자나 법학자들이 논의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게임에 대한 무조건 적인 비난도 피하면서 그 적절한 대처법을 학문적으로 연구해야 하겠지만 사회적인 논의도 계속되어야 하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의존이라는 신체적․정신적 질환의 공통적 특성상 의존을 일단 보인 사람은 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고, 어떤 식으로든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행위 의존이든 물질 의존이든 의존증은 현대의학의 발달로 많이 정복된 대부분의 암보다도 치료의 성공이 힘든 난치병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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