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팝 아티스트 찰스장

일상의 사물 예술로 승화된 것… 팝아트의 본질
깨끗하게 끝나버린 선의 경계·강화된 색의 범주

개그코드 넘실대는 여기가 바로 리얼리티
“웃기고 즐거운데 교훈… 이게 대중미술”

개그맨 꿈꾼 블루칩 인기작가
찰스장이 주는 긍정의 에너지

 

 

빈민은 있어도 민중은 없는 21세기 한국사회에 팝아트의 목소리들이 또렷하게 들려온다. 더 크고 더 직설적이며 더 이데올로기적인 ‘1980년대 목소리들’ 못지않게 선명하다. 그 이유는 팝아트가 대중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목소리가 크지 않을 뿐이고, 또 큰 목소리를 내려하지 않을 뿐이다. 

팝아트를 두고 깊이가 없고 역사의식이 없으며 현실에 무관심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비난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1980∼90년대의 목소리들이 당시 우리 사회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렀다고 팝아트의 목소리가 더 커진 것은 아닌데, 그냥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인데 팝아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선명하게 들려온다. 대중의 눈을 외면하고, 대중의 준비에 걸맞지 않은 이데올로기로 고립되고 마는 오류를 적어도 팝아트는 범하지 않는다. 대중은 간 데 없고 홀로 깃발만 나부끼는 지경에 이르지 않는다. 비결은 대중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 Happy Hearts(red), 159.5x159.5㎝, Acrylic on Canvas, 2014

찰스장(41)의 작품에는 뒤죽박죽이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어떤 리얼리티가 느껴진다. 깨끗하게 끝나버리는 선의 경계와 강화된 색의 범주, 반복적 형태는 그 리얼리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그가 어릴 적 즐겨보던 아톰, 은하철도 999, 별나라 손오공, 로봇 태권V 등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친근한 만화다. 철저하리만큼 대중과 함께 호흡하지만 사회에 대해선 일정 정도 거리두기를 통해 사회를 암묵적으로 비판하는 팝아트의 본질 그대로를 보여준다. 

▲ 왕관을 쓴 하트, 162x130.3㎝, Acrylic on Canvas, 2012

‘로보트 태권V’ 등 로봇 시리즈와 ‘해피하트’ 캐릭터 작품으로 잘 알려진 찰스장은 “작업도 작업이지만 삶을 대중과 재미있게 살려고 한다. 역동적이고 즐겁고 유쾌한 삶, 그 속에는 진지하지만 웃기고, 웃기지만 교훈과 철학이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진지하면서 웃기는 중화권 톱 배우 겸 감독인 주성치(저우싱츠) 같은 배우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1998년 SBS 개그맨 공채에 도전했을 정도로 그는 개그맨을 꿈꿨다. 

많은 연예인과 기업들이 찰스장과 협업하는 것도 한때의 유행이거나 우연이 아니다. 작가와 기업의 협업을 일컫는 콜라보레이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기작가다. 대중 곁으로 다가가는 코드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4년 전 유명 와인 ‘1865’ 한정판 레이블 디자인과 삼성 갤럭시노트 CF에서 선보인 ‘해피 다이아몬드’ 캐릭터가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1월에는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시즌을 앞두고 CJ푸드빌 뚜레주르와 함께 ‘Heart to Heart’ 제품군을 선보였다. 찰스장의 화려한 색감과 강렬한 선을 활용한 ‘해피하트’를 패키지와 케이크 등에 활용한 결과 전년대비 매출이 200% 올랐다. 지난 2월에는 국내 프리미엄 백팩 브랜드 ‘르빠노’와 콜라보레이션에 참여했다. 

▲ 로보트 태권브이(빨강), 162.2x130.3㎝, Acrylic on Canvas, 2012

지난해에는 복합문화카페 ‘카카듀’가 펼친 컬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협업했다. 카카듀가 단순히 커피를 즐기는 공간을 넘어 문화를 즐기고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꾀하는데 찰스장의 해피하트는 유쾌하고 신선한 경험이 됐다. 이밖에 올리브영, 닥터자르트, 탈리, 우신감정보석원 등 그의 해피하트 콜라보는 폭넓다. 

연예인들도 찰스장의 팝아트에 푹 빠졌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10명의 얼굴을 넣은 작품을 그렸고, 지난해 ‘문화 레전드 시리즈’ 1탄으로 출간된 <EXO 플라네타>(이야기공작소)에서 엑소라는 아이돌그룹의 성격과 걸맞게 엑소를 로봇으로 표현했다. 가수 솔비, 나얼, 영화배우 하정훈, 강예원, 개그맨 임혁필 등과 여러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방송인 안선영과 아나운서 최은경이 그의 서울 작업실에서 팝아트와 드로잉을 배우러 다니고 있다. 

▲ 왼쪽부터 BH-series(Mickey Mouse), BH-series(Oh! Girl), BH-series(Cone head), C 프린트, 160×124㎝, 2014

찰스장은 단편영화 제작에도 그의 팝아트적 시선을 옮겨가고 있다. 그가 쓴 시나리오 ‘좀비 아티스트’의 내용을 처음 공개한다. 그는 자유롭고 솔직한 이 시나리오가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시골 청년은 열심히 그림을 그리지만 인정을 받지 못한다. 어느 날 미친개에 물려 좀비가 된 청년, 의식과 감각을 잃고 작업실의 캔버스에 물감을 엎어 추상화가 탄생한다. 전시장에 걸린 그림은 대박을 터트렸고 평론가들은 극찬을 한다….’ 

이 시나리오는 인간의 본성이나 사회에 대한 잔혹하거나 때로는 통렬한 풍자와 반어(反語)를 내용으로 하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사회에 대한 거리두기를 통해 사회를 비판하는 팝아트의 본질이 이 시나리오에 담겼다. 그의 팝아트는 사물의 본질에 대한 예술이고, 존재론적인 예술이다.

  

(작가가 걸어온 길)

 

찰스장(Charles Jang)은 대학시절 그라피티(graffiti) 활동을 하며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호주, 캐나다, 유럽, 동남아 등을 여행하면서 원주민 미술에 영향을 받았다. 기존의 만화 캐릭터를 작가의 감정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보여주는 감각적인 작업을 하며, 로보트 태권브이 작품과, 부다헤드(Buddha Head) ‘해피하트 시리즈’ 등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국내외에서 평면작업, 콜라보레이션, 스트리트 아트, 전시기획 등 다양하게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 노트’의 TV 광고에 출연하고, 인기 가수 조권, 아이돌 그룹 빅스(VIXX), 한국도자기, 디나이너 슈즈 브랜드 ‘페르쉐’ 등 기업들과 다양한 협업을 하는 등 젊은 아티스트의 대표주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용인대 회화과를 졸업(2003)하고 주로 서울과 양평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서울시 광진구의 광진문화재단의 나루아트센터 레지던시 작가로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다. ‘신상, Holy(New) IMAGE’(2014·셀로아트, 서울), ‘HAPPY FRIENDS’(2014·The Gallery D, 대명 델피노, 강원), ‘BLACK AND WHITE’(2013·장흥아트파크, 양주시), ‘ROBOT TAEKWON V’(2012·갤러리 토스트, 서울), ‘CHARACTERHOLIC’(2011·갤러리 Nori, 제주), ‘Charles LIBRES’(2011·갤러리 Television12, 서울), ‘찰스장개인전’(2009·갤러리고도, 서울), ‘Duplicator’(2008·차갤러리, 서울), ‘Charles Jang in YP’(2008·맑은사랑미술관, 양평)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 2015 콜라보레이션(찰스장 휴대폰 케이스)

2006년 제3회 페라라 국제아트비엔날레 ‘No man No land’(카스텔로 성,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해마다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다음달 1일 서울 종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가수 김광석의 20주기를 추모하는 ‘김광석을보다展-만나다·듣다·그리다’에 17명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참여해 헌정한 작품을 전시한다. 지난달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 서초구 KOTRA 사옥 아트콜라보 전시관에서 ‘秀.絀.(수.출.)-기업과 예술의 빼어난 매칭’ 전시회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백팩 브랜드 르빠노의 ‘아트 백팩’을 한창우 작가와 함께 협업했다. 이달 30일까지 롯데갤러리(청량리·일산점)에서 열리는 ‘사랑의 날 특별전-비 마이 러브(Be My Love)’전에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02년 제1회 부산 In-Park배 그라피티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의정부 예술의 전당, 코오롱, 대웅제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용인대, 양평군립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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