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한민국 건강 1등 도시 양평군, 인구 11만명 돌파’라는 양평군 보도자료를 받았다. 양평군 인구가 11만20명으로 인구 11만명 시대를 활짝 열었다며, 군이 각종 인구증가 유입정책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수도권 인근이라는 지리적 이점, 헬스투어코스 개발 및 쉬자파크 조성, 보건복지프라자를 중심으로 한 건강증진 정책 추진 등 건강․힐링도시 이미지를 인구증가 요인으로 들었다. 또 전국 최고수준의 출산장려금 지원, 미전입자의 주소이전 홍보, 감동이 있는 복지정책 추진, 편리한 귀농 지원과 더불어 신규아파트의 증설 및 전원주택 개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 분석했다.

이런 보도자료를 받으면 참 당황스럽다. 우선 내용이 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막 시작한 헬스투어코스 개발, 쉬자파크 임시개장, 보건복지프라자를 중심으로 한 건강증진 정책이 어느새 유명세를 타서 지난해 인구유입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또 출산장려금 지원이 주요 이주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인지, 귀농귀촌지원센터도 없는 양평이 편리한 귀농지원을 하고 있다는 근거는 무엇이지 수긍하기 힘들다. ‘양평군만의 감동적인 복지정책’이란 말은 무얼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인구동향은 양평으로서는 중요한 문제다. ‘양평시’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어서가 아니다. 인구증감은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2000~2015년 양평의 순이동인구는 2만7568명이다. 2010년․2011년․2012년․2015년에는 한해 3000여명이 늘었다. 마을마다 단독주택 신축이 늘면서 제일 먼저 물 부족 문제가 드러났다. 리 단위에서는 마을·개인상수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 사용 증가로 멀쩡하던 지하수가 시원치 않아 다시 지하수를 파는 곳이 있는가 하면, 마을상수도로는 사용량을 감당하기 힘들어 추가로 마을상수도 시설을 요구하는 곳도 많다. 15년 동안 2만7568명이 늘어났는데 이정도니, 군이 목표로 제시한 대로 올해 5000명이 증가한다면 당장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지하수를 계속 뽑아 쓸 수도 없고, 양평의 낮은 상수도 보급률을 생각하면 들어갈 예산이 만만치 않을 듯싶다.

인구 유입은 곧 차량 증가를 의미한다. 전원주택단지가 조성되는 마을 치고 진입로 문제로 인한 주민갈등이 없는 곳이 드물다. 도로기반시설을 위한 예산, 주민간 갈등조정, 난개발을 막기 위한 장기적인 도시계획 등 행정에서 준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이주민 유입이 많은 마을은 이주한 주민들이 마을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지 오래인데, 주민갈등이 밖으로 드러난 사례 또한 적지 않다. 이주민들이 마을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융화할 수 있도록 하는 이주민교육과 이주민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화합분위기 조성은 누가 담당할 것인가? 기존의 마을 조직인 대동회와 이장만으로 충분한가? ‘주민주도 행복공동체’를 이야기하면서 한 집에 두 집 살림 하듯 따로국밥으로 겉돌도록 방치할 것인가?

주택난과 교육문제로 이주해오는 30~40대 젊은층을 위한 정책대안도 부족하다. 아동․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 부족, 젊은 부부들이 갈만한 위락시설 부족 등은 몇 년째 나오는 문제지만 계획이 수립됐다는 얘긴 아직 듣지 못했다. 양평에선 잠만 자고 소비는 인근 도시에서 한다면 인구증가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어디서 얻으려 하는가?

아파트, 전원주택 등 공동주택이 들어설 때마다 양평초, 양평동초, 강상초, 다문초 등에선 전입생이 늘어나고, 학생수 증가로 인해 교육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신설에는 반대하고 있는데, 교육환경에 대한 양평교육지원청과의 협의나 대책수립은 이뤄지고 있는가?

지난 18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공무원을 상대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특강이 있었다. 박 시장은 인구정책을 예로 들며, “좋은 정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통계를 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적’으로 포장한 보도자료가 아닌 구체적인 정책을 담은 보도자료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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