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서종면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1 

 

어딘가 아름다운 마을은 없을까
하루 일을 끝낸 뒤 한잔의 흑맥주
괭이 세워 놓고 바구니를 내려놓고
남자도 여자도 큰 맥주잔 기울이는

 

어딘가 아름다운 거리는 없을까
과일을 단 가로수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노을 짙은 석양
젊은이들 다감한 속삭임으로 차고 넘치는

 

어딘가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의 힘은 없을까
같은 시대를 더불어 살아가는
친근함과 재미 그리고 분노가
날카로운 힘이 되어 불현 듯 나타나는

 

 

 

한겨레신문에서 서경식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일본 여류시인 이바라키 노리코(茨木のり子, 1926∼2006)의 ‘6월’이라는 제목의 시다. 시를 접하고 나는 한참 동안을 넋 놓고 바라보며 반복하여 읽었다. 아! 이런 마음으로 이렇게 쓴 시가 있었구나.

‘마을만들기’라는 명제를 접한 이후 오랫동안 사념의 주제가 되어왔던 모든 화두들이 한 편의 시에, 그것도 정말 아름다운 언어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에서 말하는 ‘아름다운 마을’, ‘아름다운 거리’,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의 힘’은 일종의 이미지일 것이다. 시를 소개한 서경식도 재일조선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내내 꿈꾸던 ‘유토피아’라는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 일본 야마가타현 카네야마 마을, 山形県 金山町.

그러나 나는 그저 단순히 추상적 이미지로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주제들, 즉 인간을 위한 마을과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주체적인 자아를 가진 인간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주체적인 인간들이 자신의 마을과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는가 하는 도시계획적, 철학적, 사회정치적 고민이 한 편의 시에 고스란히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마을만들기’라는 주제를 시대의 화두로 삼아 붙잡고 살아온 지 5년여다. 나는 마을만들기가 우리 시대와 지역과 사회의 훌륭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양평에서도 ‘지역만들기’가 한창이다. 지역만들기를 통하여 새로운 행복공동체의 싹이 돋아나고 있다는 사례들도 많이 접한다.

내가 관심 있고 꿈꾸는 마을만들기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름다운 사람의 힘’을 가지고 ‘아름다운 마을과 거리’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아름다운 사람이란 스스로 자신의 지역과 사회에서 주체로서의 자아와 책임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들은 더불어 친근하고 재미있게 살아가면서 때로는 아름답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도 가지고 자신의 지역과 사회를 날카로운 힘으로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만든 아름다운 거리와 마을은 그들을 삶을 더없이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낡은 공장들의 폐허만 남아 있던 일본의 나오시마가 문화와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한 뒤 그 마을의 노인은 말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나는 여생을 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살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하다.”

▲ 일본 오카야마현 야카케 마을, 岡山県 矢掛町.

‘마을만들기’라는 화두를 함께 나누기 위해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에 나서볼까 한다. 때로는 마음의 여행을, 때로는 생각의 여행을,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와 이웃 일본의 아름다운 마을들을 찾아가보려 한다. 마을만들기의 원류인 일본에는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마을들이 많다.

여행의 주제는 마을경관을 중심으로 한 마을만들기이며, 그 키워드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운 마을은 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주체적인 주민은 어떻게 탄생하며 그 힘은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가’ 등이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내가 사는 우리 마을에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당위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때로는 키워드들이 서로 섞이고 때로는 독립적이 될 것이다. 함께하는 여정이 무료하거나 무의미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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