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황영철 기자>

 지난달 29일 열린 ‘양평물맑은시장 보행환경개선사업 주민설명회’는 군의 사업취지 설명에 대한 상인들의 반대 입장 천명이 주된 내용이었다. 상인들의 반대가 이어지자 공무원들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의견을 적극 반영토록 하겠다”며 서둘러 설명회를 마쳤다.

시장을 이용하는 한 사람의 고객 입장에서는 ‘시장길에 차가 없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일방통행을 반대하는 상인들을 보니 ‘이 시장에서 몇 십 년 장사를 해온 상인의 입장에서 일방통행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든다. 하루 장사를 접고 설명회에 나와 절절한 심정으로 의견을 말하는 그들의 모습이 비장해서가 아니다. 시장상인들은 매달 8회 이상 열리는 오일장에 차 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을 맞이하지만 그들의 장사는 오히려 오일장날 파리를 날린다. 일방통행으로 사람이 많아지면 장사가 더 잘 된다는 막연한 예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잘못된 생각이라고 증명된 것이다.

그럼에도 군은 시장길을 일방통행으로 만들기 위해 상인들의 반대의견을 한귀로 듣고 공사를 강행했다. 시장상인회 역시 반대의견을 가진 상인들을 설득하지 않았다. 이미 2013년 양평물맑은시장이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면서 나온 시장의 일방통행 추진이었다. 3년의 시간동안 군과 상인회는 상인들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외면만 하고 있었다.

물론 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일방통행보다는 전면통제가 유리하다는 것을 시장상인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는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따른 주차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현재도 협소한 시장 주차장으로는 차량 통제에 따른 추가될 차량을 감당할 수 없다. 둘째, 주민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평일 양평물맑은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면 상설 부식가게나 청과상 등 장을 볼만한 가게가 없어서다. 차량의 일방통행이 되든, 전면통제가 되든 이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하루 종일 시장에 있어봐라. 주민들 중 누가 시장으로 장을 보러 오나?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편히 장을 볼 수 있게 일방통행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열변을 토한 시장상인의 말이 가슴에 꽂혔다.

김선교 군수는 지난해 초 기자회견에서 “기존의 5일장을 상설화하기 위한 기반 구축에 나서겠다”며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의 양평전통시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전통시장 재생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새해 군정 5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리고 올해는 특성화를 갖춘다며 양평시장1길을 먹거리골목으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의 가장 넓은 지역인 양평시장길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본지가 2014년 시장상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인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급히 시행해야 할 정책으로 ‘양평 특색을 갖춘 시장 조성’을 꼽았다. 시장이 특색을 갖춰야만 관광객이 몰리고 지갑을 연다는 사실을 상인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시장 활성화에 대한 미래상 없이 상인들에게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상인들을 대표하는 상인회역시 상인들의 의견을 모으고 현 상황에 맞는 시장의 미래상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주민설명회에서 한 상인의 말을 전한다.

“사람이 많아지고 장사가 잘 되면 우리가 나서서 시장길 차량 전면통제를 하겠다. 우리라고 왜 시장 활성화되길 바라지 않겠나. 일방적으로 강요만 하지 말고 제발 우리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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