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트하우스 갤러리> 백미란-백소영 섬유 2인전>

울 소재 스티치 작업과 덧붙여 만드는 누노펠트
백미란-백소영 자매의 ‘같은 뿌리의 다른 가지’
생명의 가치 표현하는 ‘자연주의 패브릭’ 공통점
아티스트의 감성과 상상력 더해진 머플러 매볼까

  

독일의 생물학자이며 자연주의자, 아티스트였던 에른스트 헤켈은 ‘만물은 하나의 씨,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생태학(Ecology)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과학자 헤켈은 화가처럼 붓을 들고 자신이 목격한 생물을 그렸다. 허우적대듯 춤추는 해파리와 플랑크톤, 성게 등 수많은 생물들을 설명하기보다 선을 긋고 색칠을 하며 표현해냈다. 

헤켈의 단행본 ‘자연의 예술 형태’(1904)는 어릴 적 보던 파브르 곤충기와 식물도감을 능가하는 아름답고 기이한 ‘생물의 앨범’이었다. 그가 그린 형태는 눈에 보이는 자연의 질서를 비웃고 그 질서의 밑바탕에 깔린 형태를 폭로하는 듯했다. 우리가 생물 시간에 현미경을 들여다보면서 세포조직과 미토콘드리아를 그려볼 때 느끼던 그런 기분이다. 디자이너들은 헤켈을 ‘현대의 다빈치’라고 추켜세웠다. 

▲ 백소영 作

백미란과 백소영은 섬유 아티스트 자매다. 오는 23일 강상면 교평리 소재 갤러리인 오거스트하우스에서 ‘백미란·백소영 섬유 2인전’을 연다. 전시제목은 ‘same ROOT another BRANCH, 공감+교류=시리즈1’으로 섬유조형의 가능성을 제시해보는 전시회다. 

곽데오도르(KWACK Theodore) 오거스트하우스 관장은 “공동작업을 전개해오고 있는 두 작가는 같은 뿔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두 개의 줄기처럼 조형과 실험적 실용의 공감·교류의 공간을 제시한다”며 “젊고 신선한 두 조형작가의 새로운 이미지가 데이비드 프리드버그의 말처럼 우리에게 전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프리드버그는 그의 책 『이미지의 힘』에서 ‘사람들은 그림과 조각에서 성적인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 그들은 조각을 부수거나 훼손하고 입맞춤하기도 하며 그 앞에서 울부짖고, 그것들을 향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또 그것들 때문에 마음이 진정되거나 동요되기도 하며 저항하도록 선동받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통해 감사를 표하고 고양되기를 기대하며, 감동을 받아 가장 극대화된 공감과 두려움을 느낀다’고 썼다. 이 모든 것이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것이고, 그래서 이미지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다고 본 것이다. 곽데오도르 관장은 두 자매 작가의 신선함이 프리드버그의 말처럼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랐다.

백미란은 자연의 근원적 형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유기체의 매커니즘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디자인의 모티브로 응용해 표현한다. 그의 석사학위 논문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의 일러스트를 활용한 리버시블(Reversible) 패브릭 디자인’에서 그는 “헤켈의 자연에 대한 유기체들의 일러스트를 모티브로 이용한 다양한 패브릭 디자인으로 개발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섬유의 변형을 이용한 리버시블 원단을 제작해 패브릭 디자인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 백소영 作

백소영의 작업도 역시 자연을 보티브로 한 것이다. 그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식물 씨앗의 조형적 특성을 모티브로 해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생명력을 고감성 패브릭 디자인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무한한 자연에 존재하는 수없이 독특한 형태적 특성을 패브릭 디자인으로 조형화해 표현한 것이다. 백미란이 주로 울(wool)을 이용한 스티치나 펀칭과 같은 재봉 방식의 작업이라면, 백소영은 재봉 없이 미세한 손기술을 필요로 하는 누노 펠팅(Nuno Felting)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양모를 실크 등 섬유조직 사이에 침투시켜 축융시키는 것으로 상당한 노력과 기술이 요구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대량생산이 힘들다. 

백소영은 “언니와 같은 대학원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했고, 공예트렌드페어와 디자인페스티벌 등의 전시에 함께 참여해 공동작업을 하고 있다”며 “둘 만의 브랜드를 창조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작업하는 두 작가가 양평에서 전시를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양평만의 자연환경이 주는 이미지는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이번 오거스트하우스에서 갖는 전시회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두 작가만의 브랜드를 창조하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소영은 “언젠가 두물머리를 간 적이 있는데 깨끗한 이미지에 놀랐다. 자연의 정적이면서 역동적인 분위기는 작품 활동을 하는데 최적의 공간”이라고 극찬했다.

 

 

(작가가 걸어온 길)

▲ 백미란(왼쪽)은 자연의 근원적 형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생명의 가치를 디자인의 모티브로 응용해 표현한다. 백소영은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생명력을 고감성 패브릭 디자인으로 담아낸다. 자연을 경외하는 두 자매의 뿌리는 같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미란은 2008년 이화여대 디자인대학원(섬유디자인) 졸업했다. 2006·2007년 서울 인사동의 아트 패브릭숍 ‘이결’에서 섬유전시회 ‘동상이몽’과 ‘ElevEn pEopl’을 열었다. 2008년 석사학위졸업전시회(서울 이화아트센터)를 연 뒤 공예트렌트페어(2009·서울 COEX)에 참여했다. 2010년 서울 보우뷰(VOW VIEW)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2012∼2015년 서울 COEX에서 개최한 공예트렌트페어 ‘SoM’에 참가했다. 2013∼2015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페어(옛 청주 연초제초장)에 작품을 출품했다. 이화여대 섬유디자인 브랜드 이결 디자이너(2014), 섬유디자인 브랜드 somandc 디자이너(2014).

백소영은 2013년 이화여대 디자인대학원(섬유디자인)을 졸업했다. 2009·2010년 서울 보우뷰에서 섬유전시회 ‘Forms from Fabric’과 ‘Fabric Wonderes’에 참여했다. 2011∼2015년 서울 COEX에서 열린 공예트렌트페어 ‘SoM’에 참가했다. 2013년 이화아트센터에서 석사학위졸업전시회를 가진 뒤 2013년 제8회 청주국제공예공모전(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 주관)과 한국공예대전(한국공예문화협회 주관)에 잇따라 입선했다. 2014·2015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페어(옛 청주 연초제초장)에 작품을 냈다. 섬유디자인 브랜드 somandc 대표 디자이너(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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