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영 국립교통재활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손이 저려요. 혈액순환이 안 돼 그런가요?”
외래 진료실로 오는 ‘어머니’환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특히 김장철 이후나 설 명절이 지나고 나면 환자가 많이 늘어나는 것 같다. 필자도 아이 둘을 안고, 업고 명절을 보내 본 뒤 겪은 증상이다. “드디어, 나도 엄마들의 증상에 합류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최근엔 장시간 컴퓨터 사용자들에게서 손목의 자세가 좋지 않아 생기는 손저림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증가했다.

손저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손(혹은 손바닥)이 모두 저려요”, “특히 밤에 저릿저릿해서 잠자기가 불편했어요”라고 얘기한다. 손이 저리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수근관증후군을 의심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수근관증후군은 손으로 가는 신경이 손목부위의 좁은 관(수근관)을 지나게 되는데 그 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눌러 나타나는 증상이다.

좁아지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즉, 반복적인 손목 동작이 축적되어 서서히 좁아지기도 하고 명절이나 김장 등 또는 행주나 걸레를 많이 짜거나 급작스럽게 집안일을 많이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도 수근관이 좁아질 수 있다. 당뇨나 갑상선질환, 콩팥 기능저하 등이 더욱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관이 좁아져 있어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일시적으로 손목을 많이 쓰거나 전신적으로 부종이 생길 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손바닥 또는 손끝을 모두 저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새끼손가락은 저리지 않는다. 이는 정중신경이 지배하는 영역과 관련이 있다. 증상이 진행될 경우 손가락 감각도 무뎌지고, 매우 심한 경우 손바닥에서 엄지손가락으로 가는 도톰한 엄지두덩이가 살이 빠져 홀쭉해져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그 정도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당연히 손의 기능도 조금 불편해진다.

진단은 근전도라는 신경검사를 하기도 하고, 초음파를 통해 신경이 눌려서 부어있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도 한다. 근전도검사를 하면 신경눌림의 심한 정도를 분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저림이 손목에서 신경이 눌려서 생긴 원인이 아닐 경우, 목디스크(경추신경뿌리병증)검사도 바로 할 수 있으니 유용한 검사다. 또 초음파 검사는 신경을 즉시 볼 수 있고 수근관의 다른 구조적인 눌림 현상도 확인할 수 있다. 손저림은 목디스크나 당뇨성 말초신경병증, 림프부종 등의 다른 원인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는 필수적이다.

적절한 검사 후 진단이 내려지면 가벼운 진통소염제나 신경통증에 잘 듣는 진통제를 써보기도 한다. 수근관이 압력을 덜 받을 수 있는 자세로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 컴퓨터 작업자의 경우 손목 받침대 사용을 권하기도 한다.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는 빨대라고 표현된 수근관에 신경 붓기를 가라앉힐 수 있는 약을 주사하기도 한다. 요즘은 초음파로 보면서 주사하므로 치료 효과는 매우 좋은 편이다. 이러한 비수술적인 치료 외에도 수근관을 넓게 터주는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신경증상이 너무 진행된 경우에는 이러한 수술적 치료도 어려우므로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진단과 치료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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