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인터뷰〉신점남(양평다문화생태마을 대표)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다. 우리사회 깊숙이 다양한 국가(민족)의 문화가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도 다문화국가로 가고 있다. 이해와 동화를 위해 누구를 교육해야 할까? 다문화가정 아이들 교육과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다문화를 이해시키는 것도 절실하다. 일찍 이 필요성을 느끼고 체험교육을 하는 곳이 양평에 있다.

 

음식·문화체험 등 다문화 이해 코스
외국인 노동자 선발해 강사로 활용
블루베리·표고버섯 등 농장도 운영

 

▲ 가을이면 블루베리에도 단풍이 곱게 물든다. “이 단풍잎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효능이 열매 이상입니다. 말렸다가 차로 끓여 마시면 좋습니다.” 양평다문화생태마을 신점남 대표에게 여기 심긴 블루베리 2000주는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4년을 가꿔 수확을 보고 있다. 그래서 농장에 서면 그는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변한다.

 

가을이 이제 막 눈과 마음에 익숙해지려는데 서리가 내렸다. 괜히 마음까지 추워지던 와중에 가수 인순이씨 기사를 보게 되었다. 홍천 다문화 ‘해밀학교’ 전면 무상교육 실시! 해밀학교는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해 그녀가 몇 해 전 설립한 대안학교다.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는 제목만 보고도 군인이었던 흑인 아버지를 둔 그녀의 삶이 어떠했을지 그려졌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그러한 편견을 깨고자 애쓰며 수고하는 이들이 꼭 있다. 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는 연골 같은 이들이다. 개군면 불곡리에 위치한 양평다문화생태마을 신점남 대표도 그중 하나다.

-다문화생태마을이라… 뭐하는 곳인가요?

“말 그대로 다문화와 다양한 체험을 하는 곳입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다문화강사들에게 그 나라의 문화도 듣고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그밖에 치즈피자 만들기, 커피체험, 블루베리와 표고를 따는 생태마을 체험이 있고, 소소하게 사계절 썰매타기나 뻥튀기 같은 다양한 놀거리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개인으로도 오시고 유치원, 초등학생, 중·고등학생과 같은 학생들이나 교회, 회사와 같은 단체에서 많이 옵니다.”

-체험이 목적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목적이 있나요?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이 174만명입니다.(주민등록인구 대비 3.4%) 우리 아이들 반에 한 명꼴로 있는 셈인데 대부분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다문화 아이들이 소외되고 커서 비행 청소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인인 우리가 손님인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맞이해야 할지를 가르쳐 더불어 잘 살게 하는 게 목적입니다.”

-일회성체험으로 의식의 변화가 가능한가요?

“체험을 온 아이들에게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첫째는 언어의 문제입니다. ‘너희들은 오랫동안 영어를 배웠는데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전달이 가능하냐?’고 물어봅니다. 아이들이 대답을 못합니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한국말에 서툰 건 너무 당연하다. 너희들이 가르치고 또 가르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는 문화적 차이입니다. 인도에서 손으로 밥을 먹는다고 하면 아이들이 ‘더럽다. 미개하다’고 반응합니다. 하지만 식탁위에 놓은 물그릇에 손을 몇 번씩 씻고 먹는다는 사실은 간과하죠. 크게 이 두 가지만 설명해도 아이들 시각이 많이 달라집니다.” 

-이런 체험을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요?

“지금이야 많이 좋아졌지만 한 15년 전만해도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임금체불 문제가 심했습니다. 그때 구로공단에서 외국인근로자선교회를 만들어 활동하던 유해근 목사님이 계셨는데 그 분을 필두로 서울 광장동에 ‘나누고 섬긴다’는 의미의 나섬공동체와 나섬교회를 세웠습니다. 지금은 점점 늘어나 외국인들 중 양식 있는 이들을 선발해 다문화 강사로 키우기도 하고 일부는 신학교를 보내 졸업 이후 다시 고국으로 역파송하기도 합니다. 또 1999년 8명의 학생들로 시작해 지금은 국제학교가 된 재한몽골학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재정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게 됐습니다. 다문화에 대한 교육도 하면서 재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생태마을을 하게 된 것이지요. 서울시교육청 현장체험학습지정기관으로도 선정되어 교육청에 ‘다문화체험’을 검색하면 저희가 뜹니다.” 

 

▲ 양평다문화생태마을 내 펜션에서 이경희 객원기자가 신점남 대표를 인터뷰 하고 있다.

-농사를 지어본 적이 전혀 없다고 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서울사람이 시골에 와서 농작물을 하려니 힘들었죠. 2009년에 문을 열었는데 초기엔 버섯재배에 실패도 많이 했고 블루베리는 유기농으로 하기까지 4년을 공부했습니다. 함께하는 이들과 믿음이 없었다면 진작 포기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양평군농업기술센터 작목 담당자분이 도와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하죠. 지금은 블루베리 2000주가 잘 안착이 돼 생산량이 제법 많습니다. 그밖에도 친환경농업대학에 15기로 들어가 함께 공부한 10명과 ‘벅스코리아’라는 곤충연구모임도 만들어서 곤충도 키우고 분양도 하고 있습니다. 곤충이 미래 먹거리잖아요.”

-마을 정착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산을 개간하고 간벌하는 과정에서 토사 등의 문제로 주민들이 3년 정도 민원을 넣으시더군요. 지나보니 그분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구나 싶습니다. 제가 시골생활 방식을 잘 몰라 마을에 잘 녹아들지 못했던 것 같아요. 모를 심거나 벼베기를 하면 배우는 마음으로 같이 도왔어야 했는데 가서 음료만 드리고 딱 인사만 하고 온 거죠. 참 몰랐지요. 지금은 지역민 다섯 분이 직원으로 일하시는데 이분들이 여기 홍보 역할도 톡톡히 해주신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초기에 마을기업을 제안했는데 어르신들이 거절하셨어요. 하지만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가려고요. 마을기업을 만들어 나중에 이곳에서 생산되는 갖가지 유기농 작물을 판매하는 ‘불곡몰’(mall)을 만들고 싶습니다.”

30여년 전 우리 부모들 세대도 중동으로 독일로 돈을 벌러 갔다. 얼굴색도 언어도 다른 타국에서 나그네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돌아와 집주인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나그네를 맞을 차례다. 어떻게? 오래 전 중동에서 독일에서 우리 부모들의 서러운 손을 잡아준 이들처럼!

이경희 객원기자

양평다문화생태마을 홈페이지: www.nasomvillage.org

당일, 1박2일, 2박3일 프로그램이 있으며 4계절 내내 운영한다. 개인체험을 원할 시 ☎ 031-772-9464로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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