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형섭

인체의 아름다움 브론즈로 구현
진솔한 가족사랑 향한 리얼리티
자연대립 아닌 사랑의 유토피아

 

▲ 하나, 둘, 셋, 화강석, 브론즈, 50×42×38㎝

사랑, 인간애(人間愛)와 같은 말 외에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는 말이 또 있을까. 체 게바라는 인간애와 저항운동의 상징으로 불린다. 그의 어록에는 ‘진정한 혁명가는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성에 의해 인도된다’는 말도 있다. 인체의 아름다움을 사랑으로 승화해 가족의 진솔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자연의 대립을 인정하지 않고 사랑의 유토피아를 문학적 감수성으로 노래하는 작가. 조각가 김형섭이다.

행복을 원한다면 직접 보고 느끼고 사랑할 것을 권한다. ‘온라인 친구’가 많아도 외로운 현대인이다. 온라인에서 인맥 쌓기에 몰두하지만 정작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이 될까? 외로울 때 위안을 줄 사람은 얼마나 될까? 디지털 울타리 안에 사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건 운동하듯 인간관계 맺기에 힘써야 건강하고 풍성한 삶을 향유할 수 있다.

 

▲ 집으로 가는 길, 브론즈, 61×13×58㎝

김형섭은 올해 초 개최한 개인전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 속의 인간애’에서 사람들에게 숭고하고 순수한 사랑을 권했다. 다양하게 변화해가는 인체들의 모습에서 가족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그 작품 속에는 진솔한 가족사랑을 향한 리얼리티가 숨어있고, 자연의 대립을 인정하지 않고 그 동일성을 추구하는 사랑의 유토피아로 향하고 있다. 

영국의 어느 한 진화심리학자는 한 사람이 친밀한 대면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대치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직접 만나지 않으면 최소 18개월, 최대 7년 안에 우정은 사라진다고 한다. 대면 접촉이 없을 경우 감정적 친밀함은 1년에 15%씩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인간애에 기반하고 있는 김형섭의 조각세계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과 헌신, 끈끈한 관계로 형성된 가족의 사랑과 인간의 유기적인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 해오름, 화강석, 브론즈, 53×14×77㎝

최병길 교수(원광대·미학박사)는 “김형섭은 인체의 아름다움을 구현해낸다. 그것은 단순한, 그러면서도 상호 유기적인 관계성을 갖는 건축적, 기하학적인 구조를 지향한다”고 소개했다. 또 “그 구조는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족의 진솔한 사랑과 같은 구체적인 개념으로부터 이 세계를 향해 말하려는 좀 더 추상적인 개념도 지향한다”며 “더 나아가 거기에는 사물과 비둘기 등의 동물도 등장한다. 그것은 그가 지향하는 이상적으로 존재해야 할 구성요소로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범신론적인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드림 킹, 도자 조각(1050℃), 53×22×55㎝
▲ 행복 드림, 브론즈, 채색 23×18×57㎝

김형섭의 조각 작품에는 투공(덩어리 내의 투조를 활용한 빈 공간)이 차지하는 적절한 공간성이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투공이 중앙부에 위치해 있다. 투공의 형태는 작품에 또 다른 생동감을 부여하면서 그의 작품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것은 작품 공간과 감상 공간의 이어짐, 작가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의 만남, 전방 후방의 연결이라는 미학적 특성을 보여준다. 

김형섭의 인간애는 보이지 않는 존재보다는 인간 자신의 존재를 더 가치 있게 생각한다. 그의 인간애, 나아가 인류애는 자연의 대립을 지양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 속의 인간애는 보이지 않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 바람 부는 날, 브론즈 24×5×49㎝

(작가가 걸어온 길)

 

▲ 김형섭의 최근 개인전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 속의 인간애’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가족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문학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형섭은 원광대 미술교육과(조각전공)와 동 대학원 미술대 조각과를 졸업했다. 강하면 항금리에서 도예가인 아내 배상숙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Dante Studio 조각(1994∼95·Carrara, Italy), Nove Future Forme 조각전(1995·Pisa, Italy), 한중 조각 국제교류전(1996∼2011·중국 선양·다롄), 광주 비엔날레 특별초대전(2000), 한국현대미술초대전(2002·시드니, 호주), 국제 조각공원 심포지엄(2003·창춘, 중국), 화랑미술제 초대전(2005∼11·예술의 전당, 대구·부산), KIAF(COEX)(2007·빅토리아 갤러리, 호주), 한국현대조각초대전(2010·춘천 MBC), 양평 환경미술초대전(2012·양평군립미술관), 19인 추천작가 초대전(2013·킨텍스, 고양시), 모던아트 특별초대전(2014·예술의 전당, 서울),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 속의 인간애’(2015·장은선 갤러리, 서울), 블룸비스타 기획초대전(2015·양평)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원광대·목원대 미술대학에 출강(1990∼99)하고, 안산시 미술장식품 심의위원(2001∼04), 한국수자원공사·대한주택공사 심사위원(2002), 갑오 동학 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92003∼05), 무등미술대전·행주미술대전 심사위원(2006), 경기미술대전·온고을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2007)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 구상조각회, 제3조각회, 원형조각회, 양평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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