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 혁명의 총본산 ‘작은세상’

▲ 가정집 거실에 설치된 미소난로.
#‘난로는 깡통이다.’ 써본 사람들은 다 아는 진실이다. 이 깡통의 가격이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 제대로 된 난로를 홍보하며 깡통을 들고 나온 사람이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 ‘작은세상’ 김태경씨. 그의 ‘미소난로’ 개발사를 들어본다. 
 
연료비‧가격 낮추고 연소율 높여
특허 ‘기류조절장치’로 연소 혁신
“난로는 깡통… 미소난로만 빼고”
 
“이 난로는 땔감이 기존 화목난로의 5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겨울을 나려면 장작부터 한 트럭씩 쟁여놓아야 하는 양평사람들에게 이게 사실이라면 빅뉴스가 아닐 수 없다. 똑 같이 난방을 하는 데 연료가 20% 밖에 안 든다는 것은 그만큼 난로의 효율이 높다는 뜻이다. 
 
게다가 “참나무든 건축폐합판이든 나뭇가지든 뭐든 땔 수 있다”고 하니 점점 미궁이다. 양평에서 화목난로를 때는 철칙 중의 하나는 잘 마른 참나무를 때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참나무 가격이 10톤에 100만~110만원이고 장작 패는 비용이 또 20만원 붙는다. 합해서 120만~130만원은 있어야 한 겨울을 날 땔감을 장만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난로는 무슨 나무든 가리지 않고 땔 수 있다니 양평처럼 산이 많아 주변에서 땔감을 모을 수 있는 곳에선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 “기본적으로 드럼통에 연통 꽂아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난로가 그렇게 비쌀 이유가 있나.” 화목난로가 보급품이 보통 100만~300만원이고, 비싼 것은 500만~700만원, 독일산 등 수입품은 1000만원이 넘는다. 게다가 난로가 놓이는 바닥과 벽, 연통을 시공하는 데 또 2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저렴한 것으로 놓아도 기본 3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걸 드럼통에 비유하다니?
 
▲ 미소난로 개발자인 김태경씨가 난로를 피우고 있다. 난로 연소부 위의 직육면체체 내부에 미소난로의 특허인 기류조절장치가 들어 있다.
이런 상식을 뒤엎는, 하지만 구미가 확 당기는 주장을 하는 김태경씨를 찾아갔다. 양평에서 자동차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인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양지리에 그의 연구실이자 공장인 ‘비영리 민간단체 작은세상’이 있다. 그가 개발한 난로는 이름이 ‘미소난로’다.
 
-화목난로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긴데 미소난로는 뭐가 다른가.
“기존 화목난로는 연소율이 낮아 때는 나무 양만큼의 기대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재만 많이 쌓인다. 미소난로는 연소율을 높이기 위해 내가 개발해서 특허출원한 장치를 넣었다. 미소난로는 95% 정도까지 연소율을 높이기 때문에 거의 재가 남지 않는다.”
 
-이 장치는 난로의 어디에 있고, 어떤 역할을 하나.
“미소난로의 연소부 윗부분에 있다. 5중 구조로 연소부에서 뜨거워진 공기의 흐름을 빠르게, 느리게, 그리고 날아다니게 하는 공간을 확보하는 장치다. 이 장치 때문에 미소난로는 완전연소에 가깝게 연소율이 높아진다. 섭씨 600℃까지 뜨거워진 공기가 이 장치에 체류한다.”
이 장치의 내부구조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작은세상만의 비밀이다. 하지만 기자의 거듭된 요구에 난로를 분해해 보여줬다. 과연 기존 난로에는 없는 기류 조절장치가 들어 있었다. 생각 외로 간단한 장치였다. 
 
-이건 어떤 원리인가. 
“베르누이의 원리(유체의 속력이 증가하면 압력이 낮아지는 원리)와 사이클론 원리(원심력의 기류회오리)의 집합체라고 보면 된다. 열의 상호작용을 높이고 기류 이동과 적절한 공기배합 등 나만의 방식을 추가했다.”
 
-연료를 획기적으로 절감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나.
“거의 재가 남지 않는 높은 연소율과 그로 인한 고온 상승이 증거다. 또 미소난로를 설치해서 사용하는 곳에서 실제로 확인한 경험치이기도 하다.”
 
-진짜 어떤 나무든 때도 상관없나.
“미소난로는 예전의 아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른 참나무장작? 그런 것 필요 없다. 잡목은 물론 베니어판 등 폐자재와 페인트 묻은 목재까지 다 된다.”
작은세상에서는 실제로 폐자재와 잡목을 때고 있었다. 미소난로의 불문을 활짝 열어놓았지만 연기가 역류하거나 타는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고, 굴뚝에서도 연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이것 또한 완전연소의 증거라고 했다.
 
 
-왜 이런 연구를 했나.
“나는 어릴 때부터 평생 나무를 때고 살았다. 나무 하고, 장작 패고, 수시로 아궁이에 장작 집어넣고, 재 치우고…. 해보면 알겠지만 일이 너무 많다. 게을러지고 싶어서 미소난로를 개발했다.”
그는 19년째 난로를 연구하고 있다. 2013년 본격적으로 작은세상을 설립해 미소난로에 매달릴 때까지 20년 동안 1급자동차정비공업사를 운영했다. 연구를 할 자금은 충분했던 것이다. 그 20년 동안 그가 난로 외에 덤볐던 것은 패러글라이딩과 경비행기 조종이다. 여기서 체득한 기류변화와 기류조정에 대한 경험이 미소난로의 기류조절장치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셈이다.
 
-처음부터 미소난로를 개발한 것은 아닐 텐데.
“처음에는 기존 난로를 모방해서 만들었다. 이런 저런 변형을 해봤지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었다. 한번은 1200만원짜리 독일난로를 사서는 한 번 불을 피워보고 때려 부셨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난로는 모두 깡통이라는 것이다.”
 
그의 작업장 곳곳에는 예전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연구하면서 분해했던 난로들도 있고, 초기에 모방했던 난로도 있다. 깡통이라는 것은 ‘대동소이’라는 말과 통한다. 독일 난로는 국산 난로보다 10%쯤 성능이 뛰어나지만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그렇게 메리트가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태경씨와 작은세상은 사람들이 못 느끼는 것을 깨우쳐주고 싶어 한다. 난로는 비쌀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 그리고 난로에 그렇게 많은 나무를 땔 필요가 없다는 것, 또 비싼 참나무만 연료로 쓸 필요가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누구나 따뜻하고 편안하면 평화롭고 행복해진다는 것.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김태경씨가 ‘사기꾼’ 소리를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미소난로를 보급하고 있는 이유다. 오는 20일 양평에서도 개최할 작은세상 주관의 ‘착한화덕 워크숍’에 지난 3년여 동안 참가한 인원이 전국에 2000명에 이른다. 이를 통해 보급된 착한화덕이 1만 대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난로의 본질을 알아가는 자칭 ‘사기꾼’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총본산의 두령격인 김태경씨는 자신의 특허를 공개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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