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초의 교사 대상 소리연수

 

▲ 박재용 선생님과 함께 한 드럼서클수업. 한명의 퍼실리테이터의 움직임에 맞추어 각자가 든 악기들을 연주하며 합주를 했다.

#짧았던 방학이 지나고 이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여름, 학생들이 산으로 강으로 뛰어다니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선생님들은 무얼 하고 지냈을까? 스스로를 돌아보며, 새로운 수업을 아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땀 흘리는 교사연수 현장을 소개한다.

강상면 세월초등학교(교장 백승돈)는 지난 19~21일 지역교사들의 문화예술교육 함양 및 지역거점 역할을 추진하는 ‘예술꽃 씨앗학교’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교사 20여 명을 대상으로 ‘소리연수’를 가졌다. 
 
첫째 날은 ‘몽땅’ 김희연 대표의 몸벌레수업과 재활용품으로 만드는 카쥬와 레인스틱 수업을 진행했다. 손과 발, 몸을 이용해 만드는 다양한 리듬의 바디퍼커션(일명 몸벌레)을 연주하며 선생님들은 자기 안에 깨어있는 리듬을 찾았다. 그리고 그 리듬을 익히며 합주리듬을 만들어갔다. 
 
둘째 날은 ‘에코홀씨’ 양경모 대표가 새소리·곤충소리 및 효과악기를 활용한 드라마 읽기를 진행했다. 산림이 70%인 양평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연의 소리에 얼마나 열려있을까? 매일 아침에 일어나 듣는, 길을 걷다 들리는 자연의 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여보는가? 금융계 일을 관두고 생태에 관심을 가지며 16년 넘게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교육프로그램과 재료들을 만드는 양경모 대표의 삶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세월초 드럼서클 박재용 강사가 아프리카 리듬 및 젬베와 드럼서클의 이해를 강의했다. 아프리카 리듬은 3박자와 4박자가 기본이다. 이건 우리 삶의 소리방식일지도 모른다. 우리역시 그 리듬에 따라 몸이 움직여지니까. 노동을 하며 음악이 만들어지고, 악기가 만들어지는 그들의 삶, 어쩌면 이건 과거 우리나라의 노동요도 같은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 오늘날 음악은 우리 삶과 너무 멀어져있다. 여러 타악기들로 함께 합주하는 드럼서클은 음악치료프로그램으로 쓰일 악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각자가 가진 리듬을 함께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각자 퍼실리테이터가 되어 연주를 지휘하며 참여자들 내면에 들어있는 놀이 본성이 나왔다. 이 과정은 세월초 아이들의 소리수업이기도 하다. 
 
▲ 연수에서 가장 소리를 잘 낸 박성만 선생님이 김충근 선생님에게 풀피리 부는 방법을 배우고 불기 연습 중이다.
셋째 날은 한국풀피리협회 김충근 회장에게 풀피리 부는 법을 배우고 풀피리로 연주를 했다. 5년 전 풀피리연수를 듣고 앞으로 삶의 풀피리를 가지고 살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김충근 선생님. 구슬프게 들리는 한오백년과 찔레꽃, 때론 흥겨운 동요들을 들으며 산을 올라갈 때 풀하나 뜯어 노래를 부른다는 선생님. 악기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소리 한번 내기 힘들지만 계속 해보고 싶다는 욕심과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주면 좋겠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소리워크숍은 일상에서 무심해진 소리가 내 주변에서 살아나 풍성해지는 시간이었다. 정형화된 악기가 아닌 우리의 삶 속에 소리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배우는 시간, 혼자 하는 연주가 아닌 함께 하는 합주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 교사는 “몸으로 표현해본 다양한 소리와 리듬 체험이 쉽게 잊히지 않을 거 같다. 연습과 훈련으로 다시 재구성해서 아이들의 수업으로 연결하고픈 생각이 강하게 드는 연수였다”고 만족해했다. 
 
이번 연수는 교사들에게 학습목표와 수업방법 매뉴얼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각자가 가진 소리의 흥미를 찾고, 소리의 리듬을 깨우며, 소리의 감각을 열어가는 수업으로 진행됐다. 소리를 함께 만들고, 그것이 일상 속 놀이와 연결될 수 있음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 
 
▲ '몽땅' 김희연 대표에게 재활용품으로 카쥬와 레인스틱 악기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
세월초가 ‘예술꽃 씨앗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교사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중점을 두는 것은 우리안의 감성 깨우기이며, 각자의 예술성을 찾는 과정, 그리고 혼자가 아닌 함께 어울림을 만들어가는 방법들을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이 느낌을 공유한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해가는 시간을 만들어갈 것을 기대해 본다. 
 
교사연수를 진행할 때마다 항상 드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교육은 교육대학교, 사범대학교에서 만들어져야하지 않을까? 앞으로 선생님이 될 이들에게. 
 
김지연 마을기자(세월초 ‘예술꽃 씨앗학교’ 가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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