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놀자① 아이부터 어른까지 놀기대장! 서종면 정배마을

어떻게 놀 것인가가 요즘 화두다. 잘 놀아주는 아빠, 잘 노는 애인, 잘 노는 회원이 인기를 얻는 시대다. 잘 놀아보려고 펜션에 가고, 캠핑을 하고, 글랭핌장을 찾는다. 그런데 이것만 노는 것인가. 비용 들여, 시간 들여 떠나야만 놀 수 있나. 집에서, 동네에서 놀자! 

 
▲ ‘하구재비’공방을 운영하는 윤미주(49)씨가 마당에 체험공간을 마련해 동네 아이들에게 천연비누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마당장터’·‘배꼽마당’·‘듣보잡식당’ 매달 열어
먹을거리·이야기·재능 나누며 함께 노는 재미 
 
‘놀이는 생활상의 이해관계를 떠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목적이 없는 활동으로서, 즐거움과 흥겨움을 동반하는 가장 자유롭고 해방된 인간 활동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나온 놀이의 정의다. ‘자발적으로’, ‘목적 없이’, ‘즐겁게’가 놀이의 본질이다. 
 
그런데 요즘 놀이문화는 ‘소비’가 우선이다. 지역축제도 ‘경제적 이득’이 되는 수익성을 따져야 하고, 돈벌이가 되려니 ‘이벤트회사’나 ‘전문가’가 주도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봄·가을 관광주간으로 노는 날짜까지 나라에서 정해주니 내 사는 동네를 떠나, 막히는 도로를 타고, 남의 동네에 가서 보고 먹는 게 놀이가 됐다. 
 
내 사는 곳에서, 목적 없이, 우리끼리 즐기는 놀이를 그리며 동네 한가운데 놀이마당을 펼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동네에서 놀자’ 시리즈는 이런 동네마당을 찾아 진정한 놀이문화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 마을도서관과 사랑방의 역할을 해온 ‘배꼽마당’에서 ‘즐거운 시장’, ‘모여 놀아요’ 행사가 매달 열린다.
지난 달 30일 서종면 정배리엔 동네장터 3개가 우연히 같은 날 열렸다. 윤미주·백건우씨 집 마당에서 열린 ‘마당장터’, 정배초 학부모들의 ‘배꼽마당’, 젊은 예술가들이 연 ‘듣보잡 식당’이다. 우연은 필연이 몸을 드러내는 방식이라 했던가? 마을 주민들이나 아이들이나 함께 어울리는 놀이마당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골목 위아래로 열린 장터를 오르내리며 즐거워한 것은 동네 아이들만은 아니다. 
 
‘마당장터’는 중·장년 주민들이 주축인 놀이마당으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린다. 외국의 ‘차고 세일’처럼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이긴 하지만 집 마당을 개방해 주민끼리 먹을거리를 나누고 즐기는 소통이 우선이다. ‘하구재비’공방을 운영하는 윤미주씨는 집마당에 아이들을 위한 천연비누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동네 아이들과 놀러온 아이들이 윤씨의 설명을 들으며 천연비누 만들기에 열심이었다. 백건우씨는 집마당에서 발효를 주제로 10분 강의를 열었다. 배꼽마당의 정배초 학부모들 몇몇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강의를 들으며 함께 어울렸다. 10분 강의가 이어지는 동안 한 무리의 동네 아이들이 마당에 들어서 나무 구경도 하며 기웃거리다 나간다. 
 
마을 한길가에 위치한 ‘배꼽마당’은 젊은 학부모들이 중심이다. 마을도서관인 ‘배꼽마당’ 지킴이들을 중심으로 마지막 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행사를 연다. ‘즐거운 시장’은 아이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스스로 사고파는 벼룩시장이다. 지난해 10월 ‘모여 놀아요’ 행사를 통해 마을도서관 활성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지킴이들은 올해부턴 ‘즐거운 시장’, ‘모여 놀아요’ 행사를 정기적으로 연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마당에서 공기, 제기, 알까기 등의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로 마당이 들썩이는 동안 엄마들은 먹을거리를 만들어 파느라 분주하다. 방수현씨는 “첫 달인 지난달에 70~80명 정도가 모였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뒷짐 지고 보시던 어르신들도 이번엔 술도 함께 드시고 격려도 해주신다”며 뿌듯해했다. 젊은 아빠들은 주중엔 생업으로 바빠다 보니 주말에나 동네에서의 삶을 실감한다. 신권대씨는 “새로운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문화가 부족하다”며 모처럼 만난 동네 아빠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 손님이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눠 먹으며 노는 쌍방소통 커뮤니티아트 ‘듣보잡식당.’
‘마당장터’와 ‘배꼽마당’ 가운데 위치한 ‘듣보잡식당’은 아직은 생소한 ‘커뮤니티아트’로, 오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열린다. 주민들이 주인이 돼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누며 즐기는 식당으로, 마지막 주 금~일 3일간 문을 연다.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인 피자헛과 던킨도너츠에 대한 문제제기로 지난달엔 피자를, 이번달엔 도넛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나눠먹는 행사를 진행했다. 음식값은 돈이 아닌 물건이나 노동, 노래, 춤 등의 형태로 지불해야 한다. 공동운영자 공미선씨는 “음식 만들기를 문화예술행위가 아닌 체험으로, 나를 예술가가 아닌 봉사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주민들에게 이해시키기는 어렵지만 겔러리 전시회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아트가 정배리 놀이문화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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