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클라이머스’ 동호회

맨손으로 줄 하나에 의지해 인공암벽을 오르는 스포츠 클라이밍.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한 암벽등반을 즐기는 스포츠 클라이밍 동호회가 양평에도 생겼다. 클라이밍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양평클라이머스’ 회원들의 모임 현장을 찾아 암벽등반의 매력을 소개한다. 

 
▲ 발 옮길 곳을 신중히 고르는 전신규 고문. 암벽등반은 사다리를 오르듯 발로 오른다는 생각으로 해야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양평 유일 스포츠 클라이밍 동호회
잔근육 강화·체중감량 탁월한 운동 
 
‘스포츠 클라이밍’하면 153cm의 작은 키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자인 선수가 떠오른다. 그녀는 지난 2013년 서울 중구 에비뉴엘 빌딩(84m) 외벽을 35분 만에 완등해 스포츠클라이밍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현재 전국에 200여 개의 암벽장이 있지만 남의 얘기 같던 스포츠 클라이밍의 짜릿함을 양평에서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해 9월 창립한 ‘양평클라이머스’동호회. 지난 23일 오전 9시, 정기모임이 열리는 양평쉬자파크 인공암벽장을 찾았다. 
 
‘양평클라이머스’의 이상(50) 회장, 전신규(67) 고문을 제외하면 이제 막 스포츠 클라이밍을 시작하는 회원들이 대부분이다. 이 회장과 전 고문은 양평으로 이사 오기 전 실내·외 인공암벽장과 자연암반 등반을 오랫동안 즐겨온 베테랑들이다. 이 회장은 양평쉬자파크에 야외 인공암벽이 생기자마자 동호회를 결성했다. 현재 등록 회원은 11명으로 월 3회 스포츠 클라이밍, 1회 종주산행을 하고 있다. 겨울에는 양동이나 원주 등으로 빙벽 등반을 나선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원래 자연암벽 등반을 하는 선수들의 훈련용 연습장으로 시작됐다. 접근성 때문에 가까운 암벽연습장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해, 1980년대 들어서는 스포츠 클라이밍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클라이밍은 근력, 지구력, 균형감각, 유연성, 집중력 등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로, 정신·신체·기술이 조화를 이뤄야 잘 할 수 있다. 또 강도가 세서 일주일에 한번 서너 시간만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 다이어트를 원하는 여성, 탄탄한 잔 근육을 원하는 남성,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에게도 특히 좋은 운동이다. 
 
▲ 암벽을 오르는 중간 경사가 급한 오버행에서 줄에 매달려 다음 코스를 갸름해보는 이상 회장.
이날 모임은 송태진(31) 총무가 암벽 홀드 나사가 풀린 곳이 없는지 점검하고 조이는 일부터 시작됐다. 기온차로 나사가 풀린 곳이 있으면 홀드를 잡았을 때 손이 돌아가 인대파열이나 추락의 위험이 있다. 홀드 점검 후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암벽화로 갈아 신었다. 스포츠 클라이밍을 시작할 때 필수장비는 암벽화, 초크, 초크백 이렇게 3가지다. 암벽화는 발가락이 꼬부라진 발레슈즈 같은 신발로 홀드를 딛기 적합하게 만들어졌다. 땀 때문에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초크가 든 통을 허리에 차면 기본적인 준비가 끝난다. 
 
쉬자파크 인공암벽은 10m 높이로, 경사도가 다른 5개 코스가 있다. 직각에 가까워 보이는 면이 초보자용이다. 초보자용지만 무작정 올라가다 내려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반드시 경험자와 함께 해야 한다. 이 회장이 초보 회원들에게 홀드 잡는 방법, 발 딛기, 삼지점을 이루는 자세 등을 설명해준다. 암벽을 오르는 것이 단순해 보이지만 무작정 덤볐다간 힘이 빠져 제대로 매달리지도 못한다. 방금 들은 것을 떠올리며 연습을 해보지만 초보자들에겐 자세를 몸에 익히는 것이 들을 때처럼 쉽지 않다. 
 
기초적인 자세 훈련이 끝나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암벽을 오르게 된다. 클라이밍은 2인1조 운동이다. 추락방지를 위해 자일을 잡는 빌레이(belay)가 필요하다. 이 회장이 자일을 잡아주고, 오르는 회원들의 자세까지 교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암벽을 오르는 동안 손잡이와 디딤돌이 되어줄 홀드는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르다. 노란색이나 초록색이 비교적 크기가 크고 모양도 잡기에 수월해 초보자들에게 적당하다. 등반에 앞서 자신이 올라갈 곳을 바라보며 어느 곳을 딛고 잡을 지 머릿속에 루트를 그려본다. 초보자코스를 오른 손형욱(32)씨는 “보기만 할 때는 쉽게 올라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힘과 기술이 필요하다.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웠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 초보자코스는 암벽의 경사도가 완만하고, 홀드가 크고 모양도 잡기에 수월하다.
보통 12주 정도 지나면 자세가 몸에 익으면서 나에게 맞는 운동인지, 계속 할 것인지 판단이 선다고 한다. 잔 근육이 늘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폐활량과 허리·등근육이 좋아진 걸 느끼는 순간 체력관리를 위해 술, 담배도 끊게 될 정도라고 한다. 실력이 늘고 체력이 좋아짐에 따라 같은 공간에서도 많은 루트를 찾고 새로운 동작을 시도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스포츠 클라이밍의 매력이다. 
 
20대부터 자연암벽 등반을 즐겨온 전신규 고문이 등반에 나섰다. 경사가 급격한 오버행 구간을 단숨에 오르는 모습이 초보자들 눈엔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전 고문은 “손이 부들부들 떨릴 때까지 계속해 자기 한계를 넘어서야 실력이 는다”며 “클라이밍은 벽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양평의 젊은이들이나 학생들이 함께 암벽등반을 즐겼으면 좋겠다”며 “클라이밍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요일 오전, 양평읍 백안리에 양평쉬자파크 인공암벽장을 찾으면 스포츠 클라이밍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양평클라이머스 http://cafe.daum.net/YPclimb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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