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박물관 ‘나물이야기’ 수업

 

 

용문산산나물축제로 더욱 유명해진 산나물. 건강식품으로 어른들에게 인기 만점이지만 아이들에겐 여전히 가까이 하기 힘든 음식이다. 용문산 자락에 자리 잡은 양평친환경농업박물관은 박물관 특성에 맞게 산나물을 주제로 한 어린이프로그램 ‘산나물이야기’를 분기별로 운영하고 있다. 1분기 마지막 수업, 그 교육현장을 찾았다.

식물표본·에코백만들기·놀이·요리 
산나물 이용한 다양한 체험활동 
 
지난 25일 오후 2시30분 용문산 친환경농업박물관. 수업시작 30분 전이지만 지난주에 못 끝낸 식물표본을 마무리 짓는 아이들로 1층 강의실이 복닥거린다. 아이들은 신문지에 고이 싼 냉이를 펼친다. 뿌리가 수염처럼 길게 뻗은 가녀린 것부터 한 무더기인 것까지 채집한 냉이도 제각각이다. 표본을 만드는 일은 잘 마른 냉이를 본드로 붙여 공책에 고정하는 일부터 시작이다. 하얀 본드가 투명해지면 공책에 간단한 설명을 적는다. 냉이의 학명은 capsella burapastories, 자란 곳은 용문산, 채집한 날은 4월18일, 여기까지 쓰고 나면 마지막 설명만 남는다. 
 
▲ 직접 채집해 말린 냉이를 표본공책에 붙인 후 학명, 채집 장소, 설명 등을 적었다.
아이들은 지난주에 산에서 배운 것을 잠시 떠올려 한 줄씩 설명을 써 넣는다. ‘냉이꽃과 잎 그리고 줄기와 뿌리가 냉이의 구성이다’, ‘냉이는 꽃이 피면 독이 있어 먹을 수 없고 꽃이 안 피면 먹을 수 있다.’ 저마다 생각을 총동원한다. 지난주에 표본을 끝낸 아이들은 요리하러 2층으로 올라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산나물이야기’ 수업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첫 시간에는 식물의 특성을 알아보고 에코백을 꾸몄다. 두 번째 시간에는 나물과 치즈로 토핑한 쌀피자를 만들었다. 지난주에는 용문산에서 나물을 직접 채집해 말리고, 숲에서 놀이시간도 가졌다. 이날은 마지막 시간으로 산나물을 넣어 산나물채소컵밥을 만드는 날이다. 20여 명의 아이들은 2층에 마련된 조리실로 자리를 옮겼다. 
 
▲ ‘나물이야기’ 세 번째 시간엔 용문산에서 산나물을 채집하며 자연놀이를 즐겼다.
널찍한 조리대에 각종 식재료를 챙겨놓고 아동요리지도사 권미현가 아이들을 맞는다. 산에서 나는 나물, 먹을 수 있는 모든 풀이 산나물이라는 설명과 겨우내 활동이 적었던 몸을 많이 움직여 피곤해지기 쉬운 봄철엔 비타민이 풍부한 산나물이 좋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요리할 생각에 아이들 눈은 벌써 조리대 위에 꽂혀있다. 
 
4명씩 한 조가 되어 공기에 밥을 담고 소금 간을 시작한다. 권 선생이 손으로 소금을 집어 ‘한 꼬집’을 넣으라고 설명하지만 서툰 아이들은 이해가 얼른 가지 않는다. 조리대를 직접 다니며 시범을 보이자 하나 둘씩 밥에 간을 한다. 다음은 미리 데쳐놓은 당근, 취나물, 지단을 채 써는 순서. 집중해서 플라스틱 칼로 야채를 쓱쓱 썬다. 성격이 급해서 나물을 손으로 잡아 뜯으며 써는 아이, 칼질이 서툴러 칼끝으로 써느라 진땀을 빼는 아이까지 제각각이지만 진지함만은 전문 조리사 못지않다.
 
▲ 플라스틱칼로 산나물채소컵밥에 넣을 당근을 야무지게 써는 어린이들. 진지함이 전문 조리사 못지않다.
재료 준비가 얼추 끝났다. 드디어 투명컵에 재료를 담아 컵밥을 만든다. 밥, 취나물, 계란을 차례로 담고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준다. 숟가락에 밥알이 붙자 자동으로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들 모습에 권 선생이 “침이 묻으면 밥이 소화가 돼 상한다”고 웃으며 주의를 준다. 
 
마지막으로 김가루를 솔솔 뿌리고 참치를 얹어주자 산나물채소컵밥이 완성됐다. 뒷정리도 요리의 과정. 두 명은 설거지 담당, 두 명은 조리대 정리, 일사천리다. 종이캐리어에 그림을 그려 컵밥을 담으니 벌써 90분이 후딱 지나갔다. 
 
딸아이를 마중 나온 아빠 이대영(43)씨는 “아이가 ‘나물이야기’ 프로그램을 다 재밌어한다. 출발 전부터 오늘은 뭐 한다며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만족해했다. 채원이는 나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나물이야기’에서 곰취라는 나물에 대해 알게 됐다. 유겸이는 냉이가 아닌 줄 알았던 풀 중에 냉이인 게 있었다고 신기해했다. 자신이 사는 터전에서 자라는 산나물을 알아채고 가까이 느끼는 일, 도시 촌놈들은 꿈도 못 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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