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일기⑯-김진선 동물애호가

 

 

긍정적인 생각을 해라, 운동을 해라, 건강 보조제를 챙겨라 등등 건강을 위한 이야기가 여럿 있다. 다 귀가 솔깃해진다. 나이 들면서 몸이 여기 저기 신호를 보내오니 남들처럼 운동도 해보고 건강 보조제도 챙겨 보고 하지만 일단 피곤이 제일 큰 문제다. 쉽게 피곤해지는 체질을 타고 나서 주말에 늘어지게 자고 나야 다음 주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데 요즘엔 주말에도 안팎으로 노동에 시달리니 피곤 덩어리를 어깨에 달고 산다.

모처럼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잤다. 굶어도 잠만 잘 수 있다면 괜찮은데, 밥상머리에서 식구들이 함께 이야기 나눌 시간을 늦잠으로 날리려니 주부의 의무가 제동을 건다. 부랴부랴 식구들 불러 모아 늦은 아침을 먹고 나니 평상시보다 많이 먹은 위가 부지런히 운동하느라 피곤하다고 한다. 식구들끼리 이야기 나누다 과일 몇 점 집어 들고 아침 볼일들 보느라 각자 흩어졌다. 그 뒤 유리창 넘어 나란히 기다리며 꼬리를 흔드는 견공들이 눈에 들어온다.
 
‘식사가 끝났나요? 어서 나오세요!’
하트 뿅뿅을 날려대는 그 모습을 보며 ‘알았어 알았어 나갈게~’라는 의미로 손을 저어준다. 바쁘게 그릇을 치우고 마당 문을 여니 환영하는 앞 발길들이 내 몸 여기 저기 도장 찍고 찜하느라 호들갑들이다. 매번 마당에 나올 때마다 이런 환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피곤하고 찌뿌둥하던 몸도 이렇게 환영을 받고 나면 좀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그저 얘네들의 생기발랄 에너지가 나한테 일부 전달이 되나보다라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 현상엔 근거가 있었다. 
 
최재천 교수의 말을 빌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다. 옥시토신은 새끼가 산도를 빠져나올 때 그 자극으로 분비가 되고, 이 호르몬의 주된 역할은 자기 새끼를 알아보고 양육의 본능이 생기도록 도와주는 것이란다. 그래서 제왕절개 수술을 한 일부 동물들이 자신의 새끼를 내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대비해 옥시토신을 함께 주사해 주면 자신의 새끼를 알아보고 잘 돌본다고 한다. 이 사랑의 호르몬은 연인들 사이에도 분비가 되어 남자가 가정에 충실하도록 해준다. 사회성 증진에 긍정적인 역할도 하여 사회적응훈련이 필요한 환자에게 교육 보조제로 사용되고 있고, 알코올중독을 완화하는 역할도 해 준다니 사랑의 묘약이라는 말이 붙는 게 당연하겠다 싶다.
 
그런데 사람끼리의 유대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과 개 사이의 교감 속에서도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연구결과가 일본 연구진에 의해서 확인되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은 같은 종이지만 개와 인간은 완전히 다른 종인데, 서로 마주보거나 눈을 100초 이상 맞추거나 사람이 개를 쓰다듬는 행동으로 사랑의 호르몬이 사람 몸속에서 평소 4배 이상 증가했고 개도 30%정도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좀 이상한 건 말을 걸면 개 몸속의 옥시토신이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추측하건데 개한테 말을 걸면 ‘뭐라는 거지? 알아들어야 주인이 좋아할 텐데?’하며 스트레스가 작용해서 그런 건 아닐까 싶다. 하여간 이 사랑의 묘약인 옥시토신의 역할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듯하다. 
 
그 묘약의 덕을 본 우리 아이들도 내부적으로 뭔가가 많이 증가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이만한 개인선생님 겸 보약도 없었겠다 싶다. 거기다 정서적 안정까지. 오늘도 우리 마당엔 벚꽃 잎과 함께 옥시토신이 사방에 뿌려지고 있다. 나도 말썽꾸러기 견공들의 에너지를 받으며 늘어진 어깨를 뒤로 잔뜩 당겨 본다. 이 봄! 모두들 사랑의 묘약이 샘솟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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