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와 함께 떠나는 '봄곷라이딩'

 

▲ 장애청소년과 자원봉사자를 태운 레일바이크 25대가 출발을 기다리며 길게 늘어서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고취하고자 제정된 장애인의 날. 제35회 장애인의 날인 지난 20일 장애청소년과 자원봉사자가 모처럼 봄나들이를 나섰다. 쌀쌀한 날씨에도 서로 옷깃을 여며주며 즐거워한 ‘멘토와 함께 떠나는 봄꽃라이딩-함께 굴리는 세상’ 현장을 찾았다. 

“비가 제때에 그쳐줄까?”
아침까지 오락가락하던 비가 겨우 그쳤지만 쌀쌀해진 날씨와 바람에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양평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의 날인 지난 20일 오후 1시30분부터 용문 레일바이크에서 제1회 ‘멘토와 함께 떠나는 봄꽃라이딩-함께 굴리는 세상’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애청소년 50명과 자원봉사자 50명이 레일바이크를 함께 굴리며 봄날 정취를 만끽할 예정이었다. 정오부터 시작된 식전행사가 끝나갈 무렵 다행히 비가 그쳤다. 
 
레일바이크를 타기 전, 고3 장애청소년과 대학생 자원봉사자간의 멘토링 결연식이 열렸다. 장애인복지관은 성인으로 성장해가는 단계에 있는 장애청소년에게 1:1 멘토를 연결해 다양한 조언과 정서적 지지를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5명의 장애청소년과 대학생이 결연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대학교 시험기간과 겹쳐 대표학생만 참가했다. 결연식에 참가한 아세아연합신학대학 이홍우씨는 “장애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을 거 같다”며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연계를 가질 수 있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 레일바이크가 출발하자 잔뜩 긴장한 이명규군이 멘토 안준영씨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오후 1시30분, 멘티와 멘토로 짝을 이룬 장애청소년과 자원봉사자가 4명씩 레일바이크에 올라탔다. 출발하기 전 안전벨트는 제대로 맸는지 비닐우의는 잘 여몄는지 챙겨주는 것은 멘토의 몫이다. 레일바이크는 두 명만 페달을 돌려도 잘 굴러가서 장애청소년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다. 레일바이크를 이미 타 본 청소년이나 처음 타는 청소년이나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장애인복지관 개관 때부터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온 안준영씨는 오늘 이명규군과 짝을 이뤘다. 처음엔 좋아하기만 하던 명규군은 막상 레일바이크가 출발해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겁을 먹고 준영씨 손을 꼭 잡고 의지한다. 준영씨는 괜히 미안해했지만 20여분 만에 원덕휴게소에 도착한 명규군은 과자와 물을 마시며 언제 긴장했었냐는 듯 활기를 되찾았다. 
 
자원봉사자 김숙자씨의 짝꿍은 유지영군이다. 그는 “장애인과 외출을 할 때면 뭐 하러 데리고 나왔느냐는 듯이 쳐다보는 사람도 있어 신경이 쓰인다”면서도 “언덕을 올라갈 때 페달 돌리기를 힘들어했다”고 지영군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하지만 정작 지영군은 “재미있었다”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 양평고 김지훈, 박기성 군이 멘토로 참여한 대학생 이홍우씨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여분의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돌아갈 시간. 용문으로 돌아갈 때는 페달을 돌리지 않고 레일바이크를 한 줄로 연결해 자동차가 끌고 갔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한 장애청소년들은 30여 분의 운동에도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이날의 최고령 봉사자라고 소개한 대한적십자사 소속 자원봉사자 김양순(75)씨가 이정훈군을 살뜰히 챙긴다. 페달을 헛돌리며 연신 즐겁게 웃는 뒷자리 친구들과 달리 정훈군은 모처럼 만의 외출이 피곤했는지 생기가 없다. 양순씨는 혹여 감기라도 걸릴까 불어오는 찬바람에 벗겨지기 일쑤인 정훈군의 모자를 연신 씌워준다. 
 
요 며칠 사이 벚꽃이 진 자리엔 벌써 파릇한 초록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넷이서 함께 바퀴를 돌리며 달려가는 길, 철길 가엔 완연한 봄 속에서도 아직 잎사귀를 틔우지 못한 채 앙상한 가지로 선 나무들이 여럿이다. 조금 늦더라도 초록을 피워낼 나무들처럼 장애청소년들도 지원과 지지 속에서 인생의 봄을 피워 내리라.
 
*양평군장애인복지관은 중·고생과 성인 장애인의 주말 여가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힐링바이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양평군보건소에서 갈산체육공원까지 11km를 자전거로 달린다. 자전거 이용과 단체 활동이 가능한 장애인 1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 중이다. 첫 모임은 오는 25일이다. 
문의 ☎773-9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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