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수 요리연구가

 

▲ 윤지수 요리연구가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은 탓에 집에서 직접 조청을 만드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식구들이 아침, 저녁으로 조청 한 숟가락씩 먹고 있기 때문이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뜬금없이 웬 조청이지? 의문을 갖겠지만 조청에 도라지, 무를 넣어 만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엿기름에 도라지와 무를 넣어 고아내면 기관지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약이 된다. 

예로부터 조청은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자연산의 꿀을 청(淸)이라 하므로 인공적인 꿀, 즉 인간이 만든 꿀이라는 뜻에서 조청이라 한다. 조청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겉보리다. 겉보리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 보리는 알다시피 건강식품이다. 위벽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엿기름(보리를 싹 트게 해 말린 것) 속의 아밀라제 효소가 소화를 도와 위를 편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곡류다. 또한 보리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노화방지와 항산화작용으로 세포의 손상을 막아주고 이미 손상된 세포의 재생을 촉진시켜 노화를 막아주는데 아주 뛰어나기도 하다. 베타카로틴이 부족하면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는데, 이때 베타카로틴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주면 좋다. 베타카로틴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야맹증을 예방해주며, 고혈압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조청은 그야말로 완벽한 포도당이다. 조청이 인간의 뇌에 영양을 공급해 기억력 향상과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선비, 그리고 왕세자까지도 글공부에 임하기 전에 조청을 두서너 숟갈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옛날 과거시험 보러갈 때 시험에 붙으라고 엿을 주었던 것은 시험에 딱! 붙으라는 이유보다 조청으로 만든 엿을 먹고 기억력 향상, 집중력을 높여 시험을 잘 보라는 이유에서이다. 
 
요즘은 집집마다 물엿이나 올리고당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몸에 이로운 조청을 쓰라고 권유하면 사람들은 조청이 비싸서 물엿이나 올리고당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물엿에는 방부제와 발암물질이 들어있어 몸에 해로우며, 당뇨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제과정을 거친 올리고당 등의 정제당은 영양소 불균형을 일으켜 결코 몸에 좋을 수 없다. 정제당은 주의력 결핍장애 즉, ADHD를 유발시키며 아토피와 비염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이미 발표되었다. 
 
사찰음식을 배우면서부터 조청이 이처럼 몸에 이로운지 알게 되어, 조청사랑에 푹 빠져 집에서 조청을 수시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선물도 한다. 정성이 깃든 믿을 수 있는 선물이라고 좋아하는 모습에 나의 마음 또한 행복하다.
 
 
<레시피>
요즘 감기와 기침이 멈추질 않아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럴 때 섭취하면 좋은 식재료가 바로 ‘더덕’이다. 더덕은 사포닌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원기를 회복시켜주며, 가래를 삭이고 폐를 보호해 기침과 천식에도 효과가 있다. 
 
재료: 더덕 300g, 흑임자 1작은술, 배 1/2개, 잣즙소스( 배 1/2개, 잣4큰술, 소금 약간)
 
조리순서:
1. 더덕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돌려깍기해 벗겨주고 마른 행주 위에 놓고 방망이로 살살 두드린 후 잘게 찢어준다. 배는 나무젓가락 굵기로 채를 썰어서 준비해두고, 소스로 쓸 배는 따로 깍두기 크기로 썰어서 따로 준비해둔다.
2. 믹서에 깍두기 크기로 썰어둔 배와 잣을 넣어 갈아주고, 소금을 넣어가며 취향에 맞게 간을 맞춘다.
3. 잘게 찢어 준비해둔 더덕과 채 썰어 준비해둔 배위에 잣즙소스를 넣어 살살 버무려 주고 흑임자로 예쁘게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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