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영숙 기자

신문사 홈페이지나 유선으로 익명의 제보가 종종 들러온다. 좋은 일을 알리려 제보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리를 고발하거나 생활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제보가 들어오면 기자들은 사실 확인부터 들어간다.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진 체벌문제에 관한 익명의 제보를 접한 것은 마감이 한창인 지난 주 수요일 밤이었다. 교실에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 대한 담임의 대처가 체벌의 수준을 넘어 폭력에 가까웠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해당 학교 관리자와 통화를 해보니 학교에서는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지 못한 듯 했다. 금요일 학교를 방문해 해당 교사를 만났지만 입장 정리가 안 됐다며 취재를 피했다. 그날 신문사에는 해당 학생의 보호자와 교사 한 분이 취재하지 말아달라는 전화를 걸어왔다. 
 
일요일에야 출장에서 돌아온 학교 관리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학교 측은 전날인 토요일 해당 학급의 학부모 모임이 있었고, 참석한 부모(인원은 밝히지 않음)들을 중심으로 그날 사건의 개요와 학부모 의견을 취합한 결과 언론취재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학교 측도 학부모의 의견을 존중해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학부모들은 학급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교육상 좋지 않으며, 해당 선생님이나 학생의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했다고 한다. 또 해당 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한 지도대책을 요구했다고 한다. 제보되었던 체벌내용과 해당 교사의 잘못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 듣지 못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사실 확인조차 불가능했다.
 
기자가 사건을 취재할 때는 사실여부 확인과 더불어 그 사건에서 어떤 보편적인 문제를 볼 것인가를 고민한다. 하나의 사건은 그 사회의 보편적인 문제, 구조적인 문제를 반드시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어났던 한 초등학교 여교사의 사건 때도 사실기사에 덧붙여 사춘기에 접어들어 이해와 소통이 필요한 초등6학년 지도문제를 해설기사로 썼던 기억이 난다. 이번 제보를 접했을 때도 사실 확인과 더불어 어떤 보편적인 문제를 담고 있는가가 궁금했다. 배려가 필요한 특별한 아동의 지도 문제인지, 기간제 교사의 문제인지 아니면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불신의 문제인지 무엇을 들여다볼지 고민이었다. 
 
사건이 일어나면 언론에 보도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자, 가해자, 주변 인물까지 모두가 상처를 입는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피해 학생이나 해당 선생님뿐 아니라 그 장면을 지켜봐야 했던 아이들 모두 저마다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 상처가 헛되지 않으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아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사건 안에 도사린 보편적인 문제, 구조적인 문제를 끄집어내 대책을 세워야한다. 그것이 대부분의 기자들이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사건을 파헤치는 이유일 것이다. 
 
학교의 문제는 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당연하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 이름이 불미스러운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할 학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학부모가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언론이나 상급기관에 제보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지, 학부모와 소통은 제대로 되는지, 학교에 대한 불신은 없는지 먼저 돌아볼 일이다. 그것이 진정 학교가 말하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우선해야할 일일 것이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이 세워지길 간절히 바란다. 납득할 만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사건이 묻힌다면 해당 학생은 물론 해당 선생님까지 또 한 번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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