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보고 열매도 얻는 유실수 인기

 

▲ 식목일을 앞둔 주말, 양평군산림조합이 운영하는 나무전시판매장은 나무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식목일이 코앞이다. 나무에 눈이 트기 전인 식목일 전후가 나무 심기 적기다. 양근리에 위치한 양평군산림조합 나무전시판매장. 지난 달 문을 연이래 주말이면 판매장을 찾는 차량들로 뽀얀 흙먼지가 가라앉을 새가 없다. 

지난 28일 오후, 화창한 날씨에 이끌려 나무를 사러온 사람들로 판매장이 북적인다. 판매장 왼쪽엔 1년생 묘목, 오른쪽엔 4~5년생 성목, 안쪽으론 철쭉, 영산홍, 회양목이 자리를 잡았다. 영산홍과 회양목이 가식됐던 곳은 여기저기 팔려나간 나무들로 자리가 훤하다. 안마당엔 튤립, 수선화 등 초화류가 화려한 색깔을 뽐내며 자리를 잡았다. 
 
부부가 함께 온 손님들은 유실수나 초화류 앞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며 의견이 분분하다. 강하면 항금리에서 나무를 사러온 김국일(63)씨는 어제 사간 블루베리, 화살나무, 라일락, 수선화를 제대로 심었는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와 직원에게 검사부터 받는다. 잘 심었다는 답을 듣고서 안심한 듯 나무와 화초를 둘러본다. 김씨는 “전원주택을 처음 짓고 요즘은 조경하는 재미에 산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꽃도 보고 열매도 딸 수 있는 유실수에 관심이 많다. 매실, 살구, 대추, 자두 등의 유실수 묘목은 1그루에 3000~5000원, 성목은 4~8만원이다. 몇 년 전부터 인기인 블루베리는 3년생이 1만5000원 정도다. 아로니아(블랙초코베리)는 다른 베리종과는 달리 상토가 필요 없어 키우기에 수월하다. 블루베리에 비해 맛은 덜하지만 효능은 비슷해 올해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4~5년생 가격이 3만5000원 정도다. 
 
매실, 왕대추, 슈퍼오디 성목은 해마다 꾸준히 팔리는 수종이다. 수확하는 기쁨을 바로 맛보려면 성목을 구입해야 한다. 성목은 지금 심으면 올해 과실을 수확할 수 있다. 묘목은 가격이 저렴한 반면 3년 정도 키워야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꽃을 볼 수 있는 꽃나무는 영산홍, 운용매화, 남경도나무, 왕벚나무가 찾는 사람이 많다. 왕벚나무 성목이 4만5000원, 영산홍은 1단에 4000~7000원이다. 담벼락이나 아치에 걸려 운치를 더해주는 넝쿨장미는 1단에 1만7500원이다. 초화류는 겨울을 나는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등을 많이 찾는다. 1구에 2000~3500원이다. 
 
묘목은 한 번에 다 들어오지 않고 5월말까지 시기별로 3차례 정도 나눠서 들어온다. 주말엔 사람이 몰려 나무판매장이 혼잡하다. 좀 더 여유 있게 구경하면서 직원의 조언을 구하고 싶다면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정찰제로 운영된다. 자체 배달은 하지 않으나 승용차로 운반이 불가능한 경우 배달차량을 연결해준다. 판매장에 없는 나무는 주문을 받아 구해주기도 한다. 
 
판매장 직원 정다인(25)씨는 “초보자들은 나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에 비료를 많이 줘 영양과다로 죽는 경우가 많다”며 “나무를 심은 후 물을 많이 주는 게 가장 중요하고, 비료는 가을쯤에 주는 게 적합하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표>나무전시판매장 가격(자료=산림조합)

수종

 
가격
유실수
(매실‧살구‧대추‧자두 등)
묘목 3000~5000원
성목 4~8만원
블루베리
3년생 1만5000원
아로니아
4~5년생 3만5000원
왕벚나무
성목 4만5000원
영산홍
1단 4000~7000원
넝쿨장미
1단 1만7500원
초화류(튤립‧수선화 등)
1구 2000~3500원

 

 
▲ 나무전시판매장을 찾은 부부가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유실수 묘목을 고르고 있다.
성목·묘목 고르기… 나무 키우기의 기본
잔뿌리 많고, 병충해 없는지 확인 
 
우리나라는 기후 상 중부 이남인 경북 왜관, 충북 영동에 묘목 집산지가 몰려있다. 양평지역에서 판매하는 나무는 대부분 여기에서 온 것들이다. 같은 토양과 기후에서 자란 묘목이나 성목을 구매해 옮겨 심어야 잘 자라지만 팔당댐 건설이후 냉해 때문에 양평지역 묘목생산은 부진한 실정이다. 양평산림조합이 판매하는 나무의 경우도 지역조합원이 생산한 나무는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묘목장에서 나무시장으로 나무를 운반할 때는 뿌리가 흙속에 묻힌 상태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는 가식을 해 놓은 경우는 옮겨온 지 오래 되었더라도 괜찮지만 흙속에 뿌리가 묻혀있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면 식재 후 가뭄현상 때문에 고사하기 쉽다. 나무전시장을 방문할 때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바로 나무들의 보관상태다. 현재 양평지역에서 나무를 판매하는 곳은 20여 곳으로, 수익성이 좋은 4~5년생 성목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진다. 수목전시장도 대여섯 곳 정도 운영되고 있다. 
 
좋은 나무를 고르려면 무엇을 기준으로 살펴봐야 할까? 나무는 묘목과 성목으로 나뉜다. 1년생 어린 나무를 묘목, 4~5년생 자란 나무를 성목이라 한다. 성목은 근원경과 흉고, 직경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근원경은 나무 밑동의 직경, 흉고는 사람의 가슴 높이인 1.3m되는 부분의 나무줄기 직경을 말한다. 
 
성목은 발육이 양호하고 나무의 형태가 정돈되어 있으며, 병충해를 입지 않은 것이 좋다. 나무껍질이 까지거나 하얀 곰팡이가 핀 것은 병충해를 입은 것으로, 옮겨 심었을 때 고사할 확률이 높다. 잔뿌리가 많고 뿌리의 확장이 좋은 것을 골라야 옮겨심기가 가능하다. 
 
묘목의 경우는 파낸 후 장기간 보관하지 않은 것, 가지가 사방으로 고루 뻗고 눈이 큰 것이 좋다. 성목과 마찬가지로 잔뿌리가 많은 것이 좋으며, 병충해를 입지 않았는지, 상처는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밤나무, 호두나무 같은 유실수의 경우는 품종계통이 같은 것으로 접붙였는지 계통을 확실히 물어보고 사야한다. 밤나무 ‘옥광’ 품종인줄 알고 샀는데 ‘대보’ 품종을 잘못 접붙여 옥광 밤나무에서 ‘대보’밤이 달리는 황당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유실수는 꽃도 보고 열매도 얻을 작정으로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접목한 나무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 초보자는 재미삼아 관상용 정도로 키워보자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현실적이다. 
 
꽃나무는 꽃봉오리가 굵으면서 봉오리수가 적게 달린 것이 병충해에 강하고 꽃도 잘 핀다. 상록수는 잎이 짙푸른 것이 영양상태가 좋은 것으로, 너무 웃자라거나 덜 자란 것보다는 적당한 크기로 매끈하게 자란 것이 건강한 묘목이다. 
 
묘목을 심을 때는 묘목의 3분의1 정도는 전지가위로 잘라내고 심는 것이 좋다. 양평군산림조합 윤재상 상무는 “어린 묘목을 끝까지 심으면 그만큼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끝부분을 자르고 밑동을 살려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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