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이야기-송무학 심마니

 

▲ 송무학 심마니

‘벌나무’ 하면 이건 또 뭔가 하며 생소해 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벌나무는 해발 600m 이상 고지대의 북향인 습한 계곡 상단 부근에 주로 자라는 단풍나무과의 활엽수다. 가지는 같은 지점에서 양쪽으로 마주보며 나고 잎은 육각형 오리발 비슷하게 생겼다. 어린 가지는 선명한 녹색을 띄지만 굵어지면서 흰색이나 회색 세로 줄무늬가 생긴다. 잔가지가 녹색이어서 사시사철 푸르게 보인다하여 ‘산청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벌나무는 민간에서 각종 간 질환의 명약으로 알려져 왔으나 헛개열매에 비해 덜 알려졌고 정통 한의학에서도 잘 다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효능에 대해 의심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의 과학적인 연구에서 그 효능이 다소나마 규명이 되고 있다. 
 
벌나무는 methyl gallate 4-O-β-D-glucoside, salidroside, β-sitosterol, β-sitosterol-3-O-β-D-glucopyranoside, epifriedelinol, catechin, ρ-Hydroxyphenethyl alcohol 1-O-β-D-(6'-O-galloyl)-gucopyranoside 등이 주요 성분으로 항암, 항산화, 간세포 보호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해 볼 것은 2010년 6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간계내과학교실의 이승보, 우홍정씨가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발표한 ‘山靑木이 간섬유화 진행 억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는 ‘山靑木은 간섬유화에 관여하는 간성상세포의 세포 활성도와 세포 증식도를 억제하고, collagen 합성 및 섬유화 인자를 억제하며 간성상 세포에서 IL-6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며 벌나무가 간섬유화 억제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간경화에 특효약으로 써온 민간의 처방이 과학적으로도 타당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또 다른 자료는 계명대학교 식품가공학과가 중심이 되어 2013년 발표한 ‘벌나무 열수 및 에탄올 추출물의 항산화 활성 및 알코올 분해능’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쥐를 대상으로 알코올 섭취 30분 후 혈중 알코올 농도를 분석한 결과 일반 쥐는 14인데 반해 벌나무 추출물을 투여한 쥐는 8로 벌나무 추출액이 알코올 분해에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최근 벌나무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진행되고 효능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이루어 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 우려되는 점도 있다. 뭐가 어디에 좋다고 알려지면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채취해서 자원을 고갈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산행을 하다 보면 허벅지만한 굵은 벌나무가 밑동부터 베어져 쓰러져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어떤 나무는 껍질만 홀라당 벗겨져 말라죽어 있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간혹 굵은 벌나무를 장작처럼 쪼개어 파는 것을 보기도 하는데 그것은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고 산림자원 보호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벌나무의 유효성분은 껍질에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굵은 나무에서 손가락 굵기 이하의 잔가지만을 일부 잘라서 사용하는 것이 효과도 좋고 나무의 생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법이다.
 
복용방법은 벌나무 잔가지 100g을 생수 한 병(2000CC)에 넣고 약한 불에 한두 시간 끓여서 하루 서너 잔 마시면 된다.
 
벌나무가 간에 좋은 것을 분명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음이나 과로를 하지 않는 것이다. 건강은 약으로 지키는 게 아니라 음식과 생활습관으로 지키는 것이 먼저다. 
 
*필자는 심마니로 일하며 양수역 앞에서 두물머리산삼‧약초찻집 마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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