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밥상③ 쑥버무리 뿌리떡

 

 

사찰음식을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대부분 음식에서 풍기는 자연의 향미와 그 담백함에 놀란다. 그다지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 같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기름지거나 달달하진 않지만 개운하면서도 향긋한 맛에 절로 입맛을 다시게 되고 자꾸 생각난다.

사찰음식이 이처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까닭은 음식에 자연의 맛을 그대로 담아내기

때문이다. 자연의 맛에 매료되어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법이 뭔가요?” 라는 질문을 한다. 그런데, 사찰음식은 비법이 없다. 그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이 주는 바람, 물, 햇볕을 있는 그대로 받아 제철에 나온 식재료로 정성껏 만들었을 뿐이다.

음식을 맛있게 요리하기 위해 MSG가 듬뿍 들어간 특별한(?) 소스는 필요치 않다. 요즘 요리TV를 시청하다 보면, 남자 셰프들의 요리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고급 서양재료를 가지고 나와 온몸을 현란하게 움직이면서 마트에서 파는 새로운 소스를 소개하며 ‘이것이 비법’이라고 광고한다. 요리사인지 홈쇼핑 호스트처럼 제품을 광고하러 나온 건지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기에, 나는 아이에게 자연과 가까운 소박하고 건강한 밥상을 만들어준다. 사찰음식은 배울수록 재미있다.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느티나무 잎으로 시루떡을 만들고, 상추로 전을 부치기도 한다. 비싸지도 않고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생소하지만 재미있고 건강한 음식들이 만들어진다.

 

▲ 윤지수 요리연구가

2년 전 이곳 양평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봄나물, 특히 냉이와 쑥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마트에서 파는 재배된 냉이와 쑥에서 특유의 향을 맡지 못해 그랬던 것일까? 아이와 집 주위에 고개를 내민 냉이와 쑥을 뜯으며 소소한 행복을 즐긴다. 얼마 전에는 아이에게 애동쑥으로 된장국을 끓여주었더니 애동쑥의 향긋함에 반했던지 “엄마! 쑥국이요~ 쑥국~”하며 노래를 부른다.

‘쑥’ 하면 역시 쑥버무리를 먹지 않고서는 무언가 아쉽다. 작년에는 진달래꽃을 뜯어다 예쁘게 장식을 하였지만 올해는 알록달록 보기 좋게 만들어 보았다. 아이가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떡이라고.

  

<레시피> 쑥버무리 뿌리떡

재료: 멥쌀가루 200g, 쑥 100g, 비트 40g, 단호박 40g, 고구마 40g, 설탕 1큰술, 소금 1작은술, 물 1큰술

조리순서: 1.쑥은 다듬어 물에 씻은 후 물기를 뺀다. 2.단호박, 비트, 고구마는 적당한 깍둑썰기로 썬다. 비트는 붉은색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물에 담갔다가 헹군 후 물기를 뺀다. 3.멥쌀가루를 체에 한번 내린다. 4. 여기에 소금, 물을 넣어 잘 섞은 후 준비해둔 쑥과 단호박, 비트를 넣고 버무린다. 5.불에 올린 찜솥에서 김이 오르기 시작하면 베보자기를 깔고 버무린 재료를 넣는다. 6.센 불에서 25분정도 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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