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이야기-송무학 심마니

 

▲ 송무학 심마니

겨우살이는 고산 능선에 있는 활엽수의 높은 가지 끝에서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자라는 기생식물이다. 

나뭇잎이 무성한 여름철에는 오히려 마르고 축 처져서 죽어 있다가 추워지기 시작하고 나뭇잎이 떨어지면 경쟁자 없이 겨울 햇볕을 혼자 받으면서 왕성하게 광합성을 하며 싱싱하게 자란다. 
 
주로 참나무에 붙어서 자라고 간혹 박달나무나 자작나무 등에서도 자란다. 밤나무나 버드나무에서도 드물게 발견되는데 이런 것은 약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소나무에서 자라는 겨우살이는 ‘송라’라고 하는데 모양이 일반 겨우살이와는 달리 잎이 없고 마디가 촘촘히 있는 굵은 실 같은 모양이다. 
 
남쪽에는 동백나무에서도 자라는데 모양은 작은 선인장이 가늘게 줄지어 붙어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옛 의학 서적에는 뽕나무에서 나는 겨우살이인 ‘상상기생(桑上寄生)’이 나오는데 잎은 귤잎 같고 줄기와 열매가 갈색이며 겨울이 아닌 여름철에 자라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지만 발견된 적은 거의 없다.
 
새들이 연두색 작은 구슬 같은 겨우살이 열매를 좋아해서 따먹는데 과육이 끈적끈적해서 부리에서 잘 떨어지지 않고 달라붙어 있다가 다른 나무에 앉아 부리를 부비는 과정에서 씨가 옮겨지며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매를 먹어 보면 달콤한 맛도 나고 먹을 만하지만 넘기면 끈적끈적한 실 같은 것이 목구멍에 계속 달라붙어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당황하곤 한다. 
 
서양에서는 ‘미슬토(mistletoe)’라고 부르며 일찍부터 이 식물에 관심을 가졌다. 북유럽 고대 신화에도 나오는데 사랑과 빛의 여신 ‘프리그’의 눈물이 겨우살이 열매가 되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겨우살이 밑에서 키스하면 영원한 사랑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둥근 크리스마스 장식도 바로 이 겨우살이 다발에서 유래되었다. 
 
겨우살이는 면역력을 높이고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요 성분은 렉틴, 비스코톡신, 알칼로이드, 퀘어세틴 등이다. 현대에 들어 의학적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1917년 독일 의학자에 의해 연구가 시작되어 1960년대부터는 미슬토 추출물을 이용한 주사요법이 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미슬토 요법’이 상당히 알려졌는데 독일 제약회사 ‘압노바’의 ‘비스쿰’과 또 다른 제약회사 ‘헬릭소’의 주사제를 주로 이용한다. 면역증강, 항암, 항암치료 부작용 감소, 암 재발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사요법이다.
 
겨우살이 채취는 고된 노동이다. 보동 다른 약초는 찾아다니는 것이 어려운데 반해 높은 산 능선에 무리지어 사는 겨우살이는 군락지 발견은 쉬우나 채취하는 것이 더 어렵다. 추운 겨울 고산 능선까지 올라가서 또 높은 나무를 올라가야 한다. 나무에 오를 때는 아주 굵은 철사를 구부려 네 개의 뾰족한 철심이 나오도록 만든 소위 ‘승족구’라는 것을 신발에 묶어서 신고는 나무를 찍듯이 밟고 올라간다. 
 
나무 중간쯤 걸터앉아서는 다시 낫을 묶은 긴 장대를 이용해 나뭇가지 끝에서 자라는 겨우살이를 딴다. 나무에 오르는 것도 힘이 들지만 잘못하면 떨어질 수도 있어서 위험한 것이 더 문제다. 겨우살이를 채취하다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도 간혹 발생한다. 또 채취한 겨우살이를 수십 킬로그램씩 지고 눈 쌓인 산을 내려오는 것도 고역이다. 무리 지어서 자라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채취할 수 있어서 가격이 싼 편이지만 들이는 수고나 효과를 생각하면 절대 싸구려 약초가 아니다. 
 
겨우살이를 양파망에 넣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두고 말린 후 물 2ℓ에 겨우살이 50~100g을 넣고 약한 불에 한두 시간 끓여서 차처럼 마시면 좋다. 면역력을 높이고 항암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신장질환, 신경통, 각종 성인병, 노화방지 등에도 큰 도움을 준다.
 
*필자는 심마니로 일하며 양수역 앞에서 두물머리산삼‧약초찻집 마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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