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중학교의 특별한 입학식

 #확실히 혁신학교인 지평중학교의 입학식은 색달랐다. 입학생 뿐 아니라 재학생까지 전교생이 한데 모여 마음을 표시하고 몸으로 부대끼며 새 식구를 맞이했다. 선생님들까지 몸개그를 선보이며 앞장서 장벽을 허물었다. 이들의 오리엔테이션을 함께했다.

 첫날부터 뒹굴고 소리치고… 어색함 넘어 익숙함으로 
전교생‧선생님 함께한 형식파괴 입학식
공연‧놀이‧정보 통한 깨알 재미 가득
 
지평중 신입생들의 등교 첫날인 지난 2일 오후1시 지평면 지평중학교를 찾았다. 점심식사를 마친 신입생들은 교실에 모여 수다를 떨거나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교를 둘러보고, 운동장에서 공을 차기도 했다. 중학생이 된 첫날이지만 긴장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교복 공동구매가 지연돼 사복을 입고 생활하는 탓인지 아직 중학생임을 실감하기는 이른 듯하다. 
 
올해 지평중에 입학한 학생은 56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3명이 늘었다. 지평중이 양평지역 광역학군제로 바뀌어 지평초·곡수초뿐 아니라 조현초·세월초 졸업생들도 여럿 입학했다. 이날 아침 학교에 들어선 신입생들은 선생님과 선배들의 따뜻한 환영인사를 받았다. 복도에서 만난 2학년 김미숙 학생은 “우리 때는 신입생사랑맞이를 안 했다. 너무 소홀했던 거 아니냐”며 선생님께 농담을 던졌다. 
 
복도를 지나는 학생들 가슴엔 큼지막한 이름표가 하나씩 달렸다. 오전 입학식 후 교실에 모여 만든 사랑의 이름표다. ‘미술을 잘하는 김동희’, ‘먹을 것을 좋아하는 김보연’ 등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넣어 만든 이름표다. 신입생들은 지평중의 첫 인상과 첫 느낌을 적었다. 신입생들이 적은 글들은 얼굴 사진과 함께 프린트해 복도에 전시할 예정이다. 누가 새로 학교에 들어왔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도록. 
 
재학생들은 신입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A4용지에 적어 1학년 교실 앞에 붙였다. ‘종소리는 실제시간보다 1분 빠르게 친다. 과학실에 와이파이 터짐. 체육관에 보드 있음’, ‘3층 화장실은 물이 차갑다앗. 과학실문은 키를 꽂고 키와 함께 손잡이를 돌려야 잘 열린다앗. 도서관은 늦게 가면 힘들다앗. 급식실은 매우 춥다앗.’, ‘보건실은 고등학교 건물 1층에 있어’ 등 학교시설에 관한 안내부터 ‘컴실에서 게임 깔면 기가쌤이 잡아간다’, ‘지아샘은 영어선생님이다. 수업이 재밌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한다. 아니면 지민이가 혼낸다. 지민이가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정보까지 다양했다. 이보다 더 생생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을까 싶다.
 
점심 이후엔 체육관에서 선생님들이 준비한 ‘어색함을 넘어 익숙함으로’ 축하공연이 열렸다. 전교생 146명이 모여 얼굴을 익히고 소통하는 시간이다. 학부모 10여 명이 모여앉아 행사를 지켜봤다. 손녀딸의 입학식에 참여한 안양순(60)씨는 “입학식에서 교감선생님이 1학년 과정을 잘 설명해줬다. 성적 위주로 안 하고 창의·특기적성 위주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 공부 스트레스를 덜 받을 거 같다”며 “도시 아이들과 학력차가 조금 걱정이지만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만족해했다. 
 
조광희 교장은 “여러분은 소중하고 귀한 존재다. 여러분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니 맘껏 즐기라”고 짧은 인사를 건넸다. 이어서 선배들의 비트박스와 선생님들이 준비한 노래와 율동이 공연됐다. 노란 가발을 쓰고, 허리와 머리에 리본을 단 선생님들 모습에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이름외우기 빙고게임, 꼬리잡기 등 화합의 레크레이션이 2시간동안 진행됐다. 꽃송이를 건네며 친구나 선후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모기만하고, 낯선 이의 허리춤을 잡는 손은 어색하지만 새식구를 환영하는 선배와 선생님들의 마음은 체육관 가득하다. 등교 첫날, “중학생이 된 게 실감이 안 난다”, “그냥 그렇다”, “학교가 재밌던 적이 없다”며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던 신입생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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