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고-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초·중·고 학생은 물론 대학생들도 인생의 다음 단계로 가는 한 걸음에 설레고 있겠지요.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의 진학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을 겁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나가서 대신해주고 싶은 마음도 클 테고요. 진학해서 성적은 잘 나올까, 수업시간 내내 집중할 수 있을까, 친구들과 관계는 어떨까, 걱정이 끝이 없을 겁니다.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보낼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작은 실패에 실망하거나 좌절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무언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한 일이 있더라고 그것이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이지 않다면 나무람이나 벌칙보다는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이 사실은 어느 부모님에게나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의 실패는 자기 자신의 실패라고 느끼게 되기 쉽고 다양한 상황에 따라 분노, 억울함, 배신감 등의 감정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날 때 아이는 다시 한 번 상처를 받을 뿐 아니라 부모님 스스로도 후회로 인해 상처를 받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현대인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가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는 분들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참고 있기 때문입니다. 묵묵하게 힘든 일이 있어도 참고 자신의 일을 수행해 나가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도움을 청하고 요구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입니다. 적절하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가까운 사람에게 표현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건강한 사람입니다. 감정을 억누르는데 익숙해지면 자신이 그런 감정을 참고 억누르는지조차 모르게 되고 이런 상태가 바로 스트레스장애는 물론 우울증의 시초가 되는 근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움을 청할 곳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청해도 현실의 어려움이 변하지 않는데 도움을 청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실의 어려움이 가족, 친구, 관공서 혹은 정신과의사에게 도움을 청한다고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현실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자신에게 칭찬과 용기를 주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의 마음,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선물입니다. 이렇게 건강한 부모님이 되어야 아이의 처음 하는 실패와 좌절에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새 학기를 맞이하는 부모님은 물론 이 글을 읽으실 모든 분들이 마음속에서는 알고 계실 자신에 대한 사랑을 실행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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