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고-김월민 양평병원 신경과

 

▲ 김월민 양평병원 신경과

정말로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그리고 인터넷 어디를 봐도 어지럽지 않은 구석이 없습니다. 인륜과 천륜이 무너지고, 사랑과 의리가 무시되고 있는 듯합니다. 세상은 또 어찌나 빨리 돌아가는지…. 이런 세상 속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휩쓸리고 흔들리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너만 똑바로 정신 차리면 돼!” 라며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주문을 겁니다. 그러나 정신을 아무리 똑바로 차려도 극복할 수 없는 어지럼증이 있는데, 진짜 ‘어지러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습니다. 의학적으로 말하는 어지러움(현훈, vertigo)은 크게 나누어 두 종류입니다. 첫째는 본인은 가만히 있지만 주변 사물이 회전(spinning)하는 듯이 느껴지는 것이고, 두 번째는 회전감각은 없고 본인 혹은 머릿속이 돌아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물론 사람들은 다양한 신체적 감각 증상들을 ‘어지럽다’고 표현하기 때문에 ‘어지러움’을 어느 하나로 특정하여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못 먹고, 피로해서 기운이 없어도 우리는 흔히 어지럽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어지러움증 때문에 병원을 찾으면 여러 신체검진과 신경학적 검진을 통해 대략적인 추정진단을 하는데, 원인에 따라 크게 말초성 어지러움증과 중추성 어지러움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말초성 어지러움증은 귀 속에 있는 전정기관 중 ‘이석(耳石)’이 일시적으로 원래의 자리에서 이탈하여 주변 감각세포들을 자극해서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고개의 움직임으로 악화되며 주변 사물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되고, 가만히 있으면 대게 1분 미만에 걸쳐 서서히 좋아지는 특징이입니다. 
 
이러한 말초성 어지러움증은 대게 일시적이어서 2~3일 정도면 심한 어지러움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는 도수 치료를 통해 극적으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중추성 어지러움증의 경우 원인 질환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질환에 따라 증상 지속 시간이 다르고 후유증도 남을 수 있어 주의를 필요로 합니다.
 
중추성 어지러움증이란 중추신경계 내부(뇌신경, 소회 혹은 연수)의 이상으로 발생합니다. 중추성 어지러움증은 그 증상이 다양해서 말초성 어지러움증과 구분이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복시, diplopia), 안면 혹은 팔다리의 감각이상, 발음장애 혹은 삼킴 장애, 걸을 때 중심을 잡기 힘든 증상 등이 있다면 중추성 어지러움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한편 메니에르 병(Meniere’s disease)과 같은 드문 형태의 어지러움증도 있는데, 갑자기 수분 동안 지속하는 심한 어지러움증과 이명 혹은 청력저하를 동반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메니에르 병은 치료가 까다롭고 예후도 좋지 않아서 점진적인 청력저하를 가져오며, 청력이 완전히 소실되면 다행히(?) 어지러움증은 소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문진과 신경학적 진찰만으로 모든 어지러움의 원인을 감별할 수는 없으므로 뇌영상 촬영(CT 혹은 MRI)과 청각유발 전위 검사 등을 통해 좀 더 명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처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지럽다’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우리 몸의 이상 징후들을 ‘괜찮겠지’, ‘빈혈인가?’, ‘스트레스 받아서 그래’ 이렇게 넘기기에는 가끔 그 결과가 너무 위험하거나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어지럽고 힘들 때는 가까운 신경과 혹은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시면 어렵기 않게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