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관변단체는 ‘특권’단체인가

군민회관·여성회관·군청 차지
“특권만큼 일은 하나?” 의문

정치권의 ‘특권 내려놓기’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양평군내 관변단체들의 ‘특권’도 새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관변단체들이 누리는 특별한 권리와 이익만큼의 일을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것처럼 이들 단체도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타당하다.    

사무실 무상 임대와 지자체 보조금 지원으로 대표되는 관변단체의 특권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다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예전부터 해오던 대로 할 뿐이다. 양평군내 관변단체는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그리고 지방행정동우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체의 공통점은 공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면서 매년 수천만 원의 운영비와 사업비까지 군 예산으로 보조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자유총연맹과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군민회관 1층에 사무실이 있고, 지방행정동우회는 여성회관 4층에 입주해있다. 민주평통자문회의는 군청 본관 2층에 사무실이 있다. 사무실 면적도 작지 않다. 자유총연맹 사무실이 120㎡(약 36평)로 가장 넓다. 바르게살기 78㎡(약 23평), 행정동우회 65㎡(약 19평), 민주평통 45㎡(약 13평) 등이다. 여기에 문화단체인 양평예총도 군민회관 2층 62㎡(약 18평) 면적의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단체 사무실은 평상시 사무국장 또는 간사 1∼2명이 상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간 대비 활용도가 낮다. 많은 인원이 상주하지 않는 넓은 사무실에 냉·난방기를 사용하는 것도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낭비 요인이다.

 

▲ 올해 12월 완공 예정인 양평물맑은시장 쉼터 조성사업 조감도. 건물 3층에 퇴직공무원들의 모임인 지방행정동우회 사무실이 입주한다.

이런 가운데 군이 연내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는 ‘양평물맑은시장 쉼터’ 신축 건물에 행정동우회 양평읍분회 사무실 입주가 확정돼 논란이 되고 있다. 행정동우회 군지부 사무실이 여성회관에 입주한데 이어 읍분회 사무실이 시장 쉼터 건물에 들어서는 것이다. 퇴직 공무원들의 친목 단체가 양평시장 활성화를 위한 건물에 입주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군의회 하반기 업무보고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지만 결국 군은 행정동우회의 손을 들어줬다.   

군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뛰는 사회단체들도 많은데 특정단체에만 지원을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관변단체도 군에 의존하지 말고 자립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군청 공무원은 “사회단체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한다고 하지만 군에 의존해 너무 쉽게 활동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퇴직공무원 친목모임에 과도한 특혜… ‘지방판 전관예우’
여성회관 이어 시장쉼터 건물에 사무실 예약
“건물용도와 맞지 않아”… 군민 정서에 반해

# 관변단체를 향한 양평군의 애정이 여전히 뜨겁다.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해마다 수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사무실 무상임대에다 운영관리비를 부담해준다. 사무실은 군민회관과 여성회관은 물론 올해 신축하는 양평시장 쉼터 건물에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시설 이용 폭이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다.

 

▲ 지방행정동우회 사무실이 여성회관 4층에 무상으로 입주해 있다. 주변에는 폐백실과 여성 평생학습을 위한 강의실과 교육실이 있다. 생뚱맞게 자리 잡은 이 사무실에 여성회관 이용자들이 “왜 여기 사무실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반문한다.

양평군의 ‘지방자치판 전관예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직 공무원들의 친목모임에 군민의 혈세를 지원하는 것도 모자라 공유재산 사무실을 공짜로 사용하게 해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 많다.

지방행정동우회 군지부는 현재 여성회관 4층에 사무실이 있다. 다목적실과 폐백실, 식당이 있는 곳에 생뚱맞게 행정동우회가 끼어있는 격이다.

다목적실은 각종 단체의 크고 작은 행사는 물론 결혼식장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여성의 평생학습을 위한 강의실과 교육실이 있는 곳이다. 이런 건물에 전직 공무원들의 친목단체 사무실이 무상으로 입주해 있다.

여성회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만도 높다. 개군면에 사는 한 30대 주부는 “여성회관은 여성의 사회활동 영역을 넓혀주고 여성 복지를 위해 설립된 건물인데 행정동우회가 웬 말이냐”며 “여성회관 건립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여성회관을 자주 이용하는 한 40대 주부(양평읍)는 “그동안 행정동우회라는 단체가 있는 줄도 몰랐다”며 “군이 굳이 전직 공무원들의 친목모임에 사무실을 마련해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양평맑은물시장 쉼터에 신축하는 건물에 행정동우회 양평읍분회 사무실이 입주하는 것으로 확정돼 논란을 낳고 있다.

시장 쉼터는 군이 양평시장의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옛 장옥 부지를 활용한 광장(1568㎡) 조성사업으로 오는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 지상 3층, 연면적 1000㎡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는데 3층에 경로당과 함께 행정동우회 읍분회 사무실이 입주하는 것으로 돼 있다.

1층에 택배서비스, 교육장, 관리실, 전시관 등을 두고 2층에는 아이맘카페, 휴게쉼터, 청소년 동아리방과 청소년 창업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여성복지를 위한 여성회관과 마찬가지로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짓는 건물에 행정동우회 사무실은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의견이다.

게다가 군은 행정동우회에 보조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올해도 1300만원을 보조한다. 군청 고객지원과에서 회원들이 군민 민원상담을 해주고 환경정화활동을 하는 것에 비해 과도한 특혜다.

전직 지방의원들의 모임인 의정동우회도 마찬가지다. 행정동우회보다는 적지만 의정동우회도 올해 활동 지원 명분으로 200만원을 보조해준다.

군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친목모임에 불과한 행정동우회에 왜 세금을 반복해서 집행하는지 정말 모를 일”이라며 “전관예우 차원의 이 같은 예산 집행은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서초구의 의정회 지원조례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으며, 2008년에는 행정안전부가 관련 지원조례 삭제를 권고한 데 이어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도 지원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양평군은 1999년 의정동우회 설치 및 의정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행정동우회는 관련 조례 없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보조금 지원도 단체 따라 ‘부익부 빈익빈’
새마을회·자유총연맹 등 수천만원 몰아주기
“정부주도에서 사회적 지원체제로 전환해야”

 

▲ 양평군내 관변단체들은 공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면서 매년 수천만원의 보조금까지 받아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많다. 바르게살기운동 군협의회(왼쪽)와 한국자유총연맹 군지부 사무실.

시민·사회단체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상당수 관변단체들은 지자체로부터 사무실·조직 운영비는 물론 행사비 등의 명목으로 매년 수천만 원씩 지원받고 있다. 반면 대다수 단체들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지난해 양평군의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을 보면 군 새마을회는 5400만원을 지원받는다. 지난해 지방재정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기존의 사회단체보조금이 폐지되는 대신 민간경상사업보조와 민간단체법정운영비보조 항목이 신설됐다. 보조금은 총액한도제로 해당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바르게살기운동 군협의회는 올해 460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자유총연맹 군지부는 4500만원, 민주평통 군협의회 1700만원, 지방행정동우회 군지부 1300만원 등이다.

양평예총도 민간단체법정운영비로 24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이들 단체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매년 거의 동일하다시피 일률적이다.

민간경상사업보조는 법률에 규정이 있거나 국가보조재원에 의해 국가가 지정한 경우, 용도를 지정한 기부금, 보조금을 지출하지 않으면 사업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등에 공금 지출을 할 수 있다. 

현행법은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한국자유총연맹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대부하거나 사용·수익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해 무상사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와 바르게살기운동조직에 관한 육성법도 이와 같은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군민의 세금으로 공유재산 사무실을 무상임대(군 새마을회 제외) 받는 특권을 이미 누리면서 별도의 보조금까지 받는 것은 과도한 특혜다.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무상임대를 유상으로 전환하거나 무상임대를 반납하도록 해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에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군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어느 단체에 재정 지원을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이 정부나 지자체에 있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며 “‘정부 주도 지원 방식’에서 ‘사회적 지원 체제’로 전환해 시민 스스로 재정 지원할 단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서울시, 퇴직공무원 모임 지원 위법”
지자체 보조 관행에 제동 

대법원은 지난 2013년 국민의 세금으로 퇴직 공무원 등의 친목 모임까지 지원하려는 지자체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판결은 퇴직 공무원에게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다른 지자체의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013년 6월5일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서울시 시우회 등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울시와 산하기관 퇴직 공무원 모임인 시우회와 서울시의회 전·현직 의원 모임인 서울시 의정회는 특정사업 수행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구성원 간의 친목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며 “시우회 등이 다른 민간단체와 마찬가지로 사업내용 및 금액을 특정해 보조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이상, 시우회 등에 대해서만 조례로 일반적·포괄적 보조금 지원을 허용하는 것은 특혜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시우회와 의정회는 지방재정법에 규정된 지자체가 권장하는 사업을 하는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해당 조례안 의결은 위법하므로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시 시우회·의정회는 지방재정법에서 기부·보조금 대상으로 정한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권장 사업을 위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당 조례안 의결은 위법하므로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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