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개관 3년… 문화도시로 거듭난 ‘꿈의 나라 양평’
#양평군립미술관은 미술을 즐기는 문화 확산과 전시공간 제공을 위해 지난 2011년 개관했다. 개관 3년 만에 ‘2014 경기도 공사립 박물관·미술관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양평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개관 3주년 행사인 ‘꿈의 나라 양평’ 개막식을 찾았다.
행사 첫 주말인 지난 20일은 아침부터 내린 눈에도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꿈의 나라 양평’전은 5개의 전시공간에서 열렸다. 제1전시관은 자연이 빛과 색으로 만들어낸 현대미술작가의 전시공간으로 양평지역에서 창작활동을 해온 작가들의 작품이 주로 전시됐다. 제2전시공간인 슬로프공간은 역동성의 설치와 라이트아트의 절묘한 조화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천장에 매달린 김성수의 꼭두인형은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꽃을 든 여자, 포옹하는 사람, 매달린 남자 등을 바라보며 숨은 그림을 찾듯 작품을 즐겼다.
지하 1층에선 전시연계 어린이 프로그램인 주말어린이예술학교가 진행됐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내가 상상하는 산타마을’을 주제로 유치반·초등반 수업이 이뤄졌다. 이날 유치반 수업은 김성회 작가가 지도했다. 김 작가가 ‘꼬임에 넘어간 거북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찰흙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었다. 찰흙 조각은 거북알에서 올챙이로, 유령으로, 거북등껍질로 이야기 따라 변신을 계속하며 아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야기가 끝나고 찰흙, 나뭇가지, 솔방울, 클레이 등을 이용해 저마다 산타마을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재료들을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하며 만드는 동안 김 작가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 작품을 완성하도록 도왔다. 40여 분 만에 눈 내린 산타마을이 완성됐다.
일곱살 난 딸 원희와 함께 수업에 참여한 오경해(40)씨는 “지난해부터 어린이주말예술학교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며 “처음엔 원희가 찰흙이 손에 묻는 것도 싫어했는데 거부감도 없어지고 실력도 많이 늘었다. 미술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는다”며 만족해했다. 언니를 따라 온 윤서(6)도 “찰흙에 나뭇가지 꽂는 게 제일 재밌다”며 “선생님이 찰흙으로 거북이를 만들어서 선물해주셨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오후 5시에는 3층 컨퍼런스룸에서 ‘미술관음악회-베토벤시리즈Ⅵ’ 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베토벤시리즈 마지막 공연으로 KBS·MBC해설위원인 오병권씨가 해설을 맡았다. 실내악단 ‘The Nomads'가 베토벤의 현악4중주 1번·14번을 연주했다. 현악4중주는 지휘자가 없어 똑같이 시작해서 똑같이 끝내기가 쉽지 않다. 연주자 네 사람이 끊임없는 대화와 연습을 통해 호흡을 맞춰야 한다. 이날 연주곡인 베토벤 현악4중주 1번은 베토벤의 초기작이다. 반면 14번은 베토벤이 청각을 잃은 후 작곡한 후기작으로 보통 사람들이 표현하지 않는 것까지 표현한 베토벤음악의 진수다.
오병권씨는 “오늘 공연이 앙상블 기초를 배우기 좋은 기회”라며 “현악4중주 14번의 6,7악장을 집중해서 들어보라”고 권했다. 연주자들에게 고문이라고 일컫는 유례없이 긴 7악장 전곡 연주가 끝나자 60여 명의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부인과 함께 연주회장을 찾은 고영목(58)씨는 “군 단위에서 이 정도 앙상블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아주 좋았다”며 “부모와 함께 오는 아이들을 위한 소품도 한 두곡 연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연주회는 6시를 조금 넘어 끝이 났다. 미술관 마당에 전시된 ‘드림라이트’ 조형물들이 환한 빛을 발하며 관람객들을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