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개관 3년… 문화도시로 거듭난 ‘꿈의 나라 양평’

 

 

▲ 지난 19일 미술관 로비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현대무용가 김유정씨가 ‘현대를 품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양평군립미술관은 미술을 즐기는 문화 확산과 전시공간 제공을 위해 지난 2011년 개관했다. 개관 3년 만에 ‘2014 경기도 공사립 박물관·미술관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양평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개관 3주년 행사인 ‘꿈의 나라 양평’ 개막식을 찾았다.

 
개관 3주년을 맞은 양평군립미술관이 ‘꿈의 나라, 양평’ 프로젝트 개막식을 지난 19일 오후 4시 열었다. 이형옥 학예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에는 이부영 부군수, 장영달 전 국회의원, 박명숙 양평군의회의장, 김종규 경기도박물관협회 명예회장과 작가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식전 행사로 현대무용 행위예술가 김유정씨가 ‘현대를 품다’ 퍼포먼스를 공연했다. 김유정씨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막공식행사에도 초청된 바 있는 국내 정상급 행위예술가로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개회사, 내빈소개에 이어 이철순 관장이 인사말을 했다.
 
이 관장은 “개관 3년 만에 누적관람인원이 43만여명에 달한 것은 우리 군의 자랑이며 양평군립미술관의 성과”라며 “중장기 발전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해 양평군립미술관이 한국 현대미술의 산실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내빈들의 축사에 이은 테이프커팅으로 개관 3주년 기념행사의 막이 올랐다. 
 
▲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많았다. ‘꿈의 나라 양평’전에 전시된 그림들을 아이들이 관심 있게 보고 있다.

행사 첫 주말인 지난 20일은 아침부터 내린 눈에도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꿈의 나라 양평’전은 5개의 전시공간에서 열렸다. 제1전시관은 자연이 빛과 색으로 만들어낸 현대미술작가의 전시공간으로 양평지역에서 창작활동을 해온 작가들의 작품이 주로 전시됐다. 제2전시공간인 슬로프공간은 역동성의 설치와 라이트아트의 절묘한 조화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천장에 매달린 김성수의 꼭두인형은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꽃을 든 여자, 포옹하는 사람, 매달린 남자 등을 바라보며 숨은 그림을 찾듯 작품을 즐겼다. 

 
제3전시공간은 평면회화의 원숙미와 예술성이 돋보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어린 관람객들의 작품 감상은 실로 창의적이었다. 전종범의 ‘폭포연작’을 봄·여름·가을·겨울이라 명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이상록의 ‘그날이 오면’을 동그라미의 발자국이라 부르고, 모모새 히로유키의 ‘생명의 충동3’를 글자 ‘ㄴ’이라 단언한 아이도 있었다. 제4전시공간은 미디어와 설치미술이 동시에 설치됐다. 박승모의 ‘maya’시리즈 앞에 선 한 가족은 작가가 어떻게 철사를 겹쳐서 만들었을지 추측이 분분했다. 상설전시관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과 동화적인 작품들이 전시됐다. 장우의의 ‘흰색의 가장자리’를 보고 비행기 기종을 묻는 초등학생 아들의 질문에 당황한 아빠도 있었다. 
 
▲ 전시와 연계된 주말어린이예술학교.

지하 1층에선 전시연계 어린이 프로그램인 주말어린이예술학교가 진행됐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내가 상상하는 산타마을’을 주제로 유치반·초등반 수업이 이뤄졌다. 이날 유치반 수업은 김성회 작가가 지도했다. 김 작가가 ‘꼬임에 넘어간 거북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찰흙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었다. 찰흙 조각은 거북알에서 올챙이로, 유령으로, 거북등껍질로 이야기 따라 변신을 계속하며 아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야기가 끝나고 찰흙, 나뭇가지, 솔방울, 클레이 등을 이용해 저마다 산타마을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재료들을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하며 만드는 동안 김 작가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 작품을 완성하도록 도왔다. 40여 분 만에 눈 내린 산타마을이 완성됐다. 

 
▲ 어린이예술학교를 찾은 어린이가 작품 만들기에 몰두해있다.

일곱살 난 딸 원희와 함께 수업에 참여한 오경해(40)씨는 “지난해부터 어린이주말예술학교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며 “처음엔 원희가 찰흙이 손에 묻는 것도 싫어했는데 거부감도 없어지고 실력도 많이 늘었다. 미술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는다”며 만족해했다. 언니를 따라 온 윤서(6)도 “찰흙에 나뭇가지 꽂는 게 제일 재밌다”며 “선생님이 찰흙으로 거북이를 만들어서 선물해주셨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 미술관음악회 베토벤시리즈의 마지막 공연. 실내악단 ‘The Nomads'가 베토벤의 현악4중주 1번·14번을 연주했다.

오후 5시에는 3층 컨퍼런스룸에서 ‘미술관음악회-베토벤시리즈Ⅵ’ 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베토벤시리즈 마지막 공연으로 KBS·MBC해설위원인 오병권씨가 해설을 맡았다. 실내악단 ‘The Nomads'가 베토벤의 현악4중주 1번·14번을 연주했다. 현악4중주는 지휘자가 없어 똑같이 시작해서 똑같이 끝내기가 쉽지 않다. 연주자 네 사람이 끊임없는 대화와 연습을 통해 호흡을 맞춰야 한다. 이날 연주곡인 베토벤 현악4중주 1번은 베토벤의 초기작이다. 반면 14번은 베토벤이 청각을 잃은 후 작곡한 후기작으로 보통 사람들이 표현하지 않는 것까지 표현한 베토벤음악의 진수다. 

 
▲ 야외전시장에서 열린 드림라이트전. 추운 날씨에도 관람객들은 화려하게 빛나는 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오병권씨는 “오늘 공연이 앙상블 기초를 배우기 좋은 기회”라며 “현악4중주 14번의 6,7악장을 집중해서 들어보라”고 권했다. 연주자들에게 고문이라고 일컫는 유례없이 긴 7악장 전곡 연주가 끝나자 60여 명의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부인과 함께 연주회장을 찾은 고영목(58)씨는 “군 단위에서 이 정도 앙상블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아주 좋았다”며 “부모와 함께 오는 아이들을 위한 소품도 한 두곡 연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연주회는 6시를 조금 넘어 끝이 났다. 미술관 마당에 전시된 ‘드림라이트’ 조형물들이 환한 빛을 발하며 관람객들을 배웅했다. 

 
개관 3주년 행사는 내년 3월1일까지 계속된다.  오는 27일 오후 4시 ‘예술을 통한 지역사회발전’ 학술세미나가 3층 컨퍼런스룸에서 열리고,  내년 1월 22~23일 오후 2시·4시 뮤지컬 ‘장화신은 고양이’,  내년 2월6~7일 오후 5시 매직쇼 ‘미술관에 온 마술사’를 공연한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