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반짝했던 지역경기 다시 곤두박질

 양평물맑은시장 입구에서 ‘명품한우’식당을 운영하는 이수화 사장은 “30년 정도 장사를 했는데 요즘 매우 심각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자영업자 과포화와 경기 악화가 겹치며 시장 상인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그야말로 바닥이다. 그는 “세월호 사고 이후 급감하던 매출이 여름 한 달 올라서더니 다시 곤두박질”이라며 “내년에 자영업자 65%, 프렌차이즈 25% 정도가 문을 닫는다는 흉흉한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 2014년 월별 소비자심리지수(자료=한국은행)
소비자 심리지수 양평도 바닥
 
지난 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103을 기록했다. 이는 세월호 사고 발생 직후인 5월보다도 2포인트 떨어진 수치로 올해 최저치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으로 두 차례나 내렸지만 경기회복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한국은행이 현재 생활형편, 가계수입 전망 등 6개의 개별지수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든 지수다. 6개의 개별지수인 현재경기판단CSI( 83→79), 향후경기전망CSI(97→91), 현재생활형편CSI(93→91), 생활형편전망CSI(100→99), 가계수입전망CSI(102→101), 소비지출전망CSI(110→109)이 11월에 모두 전달보다 떨어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양평물맑은시장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소년 의류매장 ‘깡통’도 지난해 대비 30%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 김상수 사장은 “추석 때 매출이 반짝 오르더니 다시 힘들다”며 연말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포화상태인 커피전문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창업 초기인 4년 전보다 70% 가까이 매출이 감소했다는 곳도 있었다. 
 
▲ 경기 침체에 추운 날씨까지 겹친 지난 6일, 양평시장 번화가인 롯데리아 사거리는 사람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평물맑은시장은 음식업, 의류판매점, 화장품판매점 등 자영업 과포화상태다. 양평인구가 늘었다고 하지만 은퇴한 노령인구 유입이 대부분이라 구매력은 크게 늘지 못 했다는 게 상인들 생각이다. 양평 물가가 비싸다는 소비자 불만도 있지만 박리다매로 장사할 만큼 인구수가 받쳐주지 못 한다. 평일 수요는 양평군청 공무원과 인근 사무실 직원, 일부 청소년들을 빼면 거의 없는데 경기까지 바닥이니 매출 감소가 심각하다. 
  
가게마다 자구책 마련 부심
 
‘명품한우’ 식당은 전체 손님의 60% 정도가 관광객이다. 경기가 안 좋아도 중·장년층 손님들은 꾸준히 온다. 가게 위치상 장날이나 토요야시장 덕도 본다. 하지만 손님들 씀씀이가 크지 않다. 대부분 1만 원 이하의 메뉴를 선택한다. 지난 달부터 이 사장은 자구책으로 ‘양평 소 잡는 날’ 행사를 하고 있다. 질 좋은 한우세트를 3만6000원에 파는 행사다. 기존 이윤의 30% 정도를 포기했지만 꾸준한 홍보로 매출 증가를 노리고 있다. 
 
청소년들은 특성상 한 가게를 꾸준히 가지 않는다. 인터넷 구매, 서울지역 원정 쇼핑, 양평지역 쇼핑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 가게를 자주 바꾸는 편이다. ‘깡통’ 김 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고객관리전략을 쓰고 있다. 김 사장은 “거리가 특성화돼야 손님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여성의류판매점이나 화장품가게 등이 함께 밀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년 가까이 장사를 해온 정남운 사장은 레코드가게로 시작해 잉크충전방과 전산소모품 판매를 겸하고 있다. 내년에는 재고 때문에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휴대폰 악세사리 판매를 정리하고 새로운 상품 판매를 고민 중이다. 음반판매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하고 있지만 매장구매 수요도 아직 있다. 양평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음반판매점이고, 문화바우처카드 사용처라는 점이 불황에도 쉽사리 업종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다. 그는 “상가번영회가 공동자구책을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상인들도 내 가게, 내 장사만 생각하는 데서 벗어나 상생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되는 업종으로 집중… 과포화 유발
커피·피자 등 휴게음식점업, 5년 전보다 매장 40% 늘어
 
올해 양평물맑은시장 일대 상가에는 유난히 리모델링 공사가 많았다. 기존 주인이 업종을 바꿔 재창업하는 경우도 있었고, 프랜차이즈 신규창업도 여럿 있었다. 떡볶이전문점·커피전문점·피자집 외에 의류판매점, 화장품판매점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창업이 많았다.
 
소비는 한정돼 있는데 몇몇 업종에 창업이 집중되면서 나눠 먹기식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양평군 지역경제과에 따르면 양근리에 위치한 일반음식점 수는 2010년 280개에서 2014년 12월 현재 286개로 8개가 늘어난 반면 커피, 피자, 분식점 등의 휴게음식점 수는 2010년 43개에서 60개로 39.5% 늘었다. 
 
▲ 최근 5년간 양근리 휴게음식점 현황(자료=양평군청)
양평시장에서 4년째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가게 문 연지 1년이 지나자 주변에 커피숍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해 금세 10개가 넘었다. 하나 생기면 두달 정도 영향을 받는데 두달이 다 지나기도 전에 또 다른 가게가 문을 연다.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얘들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매출이 급감해 계속해야 할 지 고민이라며 동종업종간 거리제한이 없는 현실을 질타했다. 
 
양평극장 부근에서 세탁업을 하는 한 상인도 같은 고민이다. “2년 전 세탁소를 인수할 땐 장사가 잘되는 편이었다. 그런데 요사이 세탁소가 너무 많이 생겼다. 지금은 초창기 대비 50% 정도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세탁업은 경기에도 민감하다. 사람들이 웬만하면 세탁을 집에서 하고 옷을 안사니 수선수요도 준다. 그는 “먼저 하던 사람을 보고 뛰어들었는데 지금은 포화상태”라며 답답해했다. 
 
빵집은 2년째 신규 창업이 없는 상태다. 양근리에서 5곳이 영업 중인데 모두 프랜차이즈다. 제과제빵시장은 이미 유명 프랜차이즈 위주로 시장이 재편돼 영세상인은 경쟁이 어렵다. 신규 창업이 없는 탓에 안정적인 매출 유지가 가능하다. 양평시장에서 7년째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경기는 안 좋지만 인구가 늘어 매출이 줄지는 않았다”며 “제휴카드할인 덕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입점으로 인해 영세상인 위기도 고조됐다. 프랜차이즈 분식점들이 하나 둘 입점하면서 기존 업소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양평시장의 대표적인 분식집 중 하나인 대문떢볶이도 예전의 명성을 잃었고, 나란히 있던 스마일분식도 문을 닫았다. 피자헛 등 피자프랜차이즈업체가 올 하반기에만 3~4개가 새로 들어서 기존 업체는 매출 감소를 맞고 있다. 
 
 
문화관광형시장? 대체 뭘 하고 있지 
먹거리골목 상설시장화 추진
장옥부지 편의시설·공원 조성
 
양평군은 양평물맑은시장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양평시장 정비, 문화공연 유치, 공원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비사업으로 시장아케이드 설치, 전선 지중화, 간판 정비 사업을 벌였다. 매주 와글와글음악회와 라온음악회을 개최하고 팔도관광열차와 연계한 축제를 개최해 관광객을 유치했다. 먹거리골목 상설시장화도 추진하고 있다. 골목 내 비가림막과 바닥공사를 마쳤고 낮 12시~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 양근리 352-1번지 일원 장옥부지에 고객상담실, 만남의 광장, 체력단련실, 아이맘카페, 도서관, 동아리방 등의 고객 편의시설과 쉼터, 분수대, 자전거보관소 등을 갖춘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설계를 마치고 쉼터조성을 위한 철거 및 보상에 8억원, 쉼터 조성 사업에 23억5300만원(도비 20억, 군비 3억5000만원)의 예산을 요구한 상태다. 
 
▲ 스타점포로 선정돼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먹거리골목 백운정육식당.
상인들에 대한 교육도 진행 중이다. 올해 초 스타업소를 중점 육성해 시장 변화를 선도할 목적으로 시장 내 8개 업소를 선정해 장안대 산학협력단과 공동 교육해 왔다. 인테리어 교체를 전제로 선발된 업소 사장들은 시설, 음식, 서비스 등 전반적인 교육을 받았다. 장안대 산악협력단 달인과정을 졸업한 이천희 사장은 요즘 백운정육식당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중이다. 그는 “장날에도 먹거리골목으로 유입 인구가 없었는데 차츰 늘어나는 추세”라며 “현재 걸음마 단계지만 골목 안에 스타점포가 2개 있어 앞으로 함께 변화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먹거리골목 내에서 음식점 뿐 아니라 다양한 업종의 가게가 영업을 하는 탓에 민원도 제기된다. 차 없는 거리 조성으로 인한 차량통제로 영업에 지장을 받는 가게도 10여 개 있다. 음식점 옆 세탁소나 의류점 등은 노점영업으로 피해를 입어 갈등을 겪기도 했다. 상인들 간에 지속족인 협의와 상생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시행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갈등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 했다. 
 
상인들 내에서는 먹거리골목이 상설시장으로 되기 위해선 양평에서 생산되지 않는 특산물과 수산물 판매점 등이 입점해 시장다운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공사 예정인 장옥 부지 등과 연계해 입점을 고민하고 있지만 현재 장옥부지 설계도에는 반영돼 있진 않은 상태다. 
 
잦은 공사로 인한 불편과 영업지장도 상인 개인에게는 현실적인 문제다.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도시가스사업이다 지중화사업이다 매년 공사를 하는 꼴이다. 필요한 일인 줄은 알지만 공사기간에는 영업이 안 돼 힘들다. 임대료 내기도 버겁다”며 “내년에도 도로정비, 쉼터조성 철거공사 등을 한다”며 걱정했다. 군은 장옥부지내 상가 보상이 완료되는 대로 3~4월 경 공사를 시작해 연내에 마친다는 계획이다. 시장 내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전환하는 보행환경개선사업도 같은 기간 예정돼 있어 일년내내 공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5일장… 북적여도 지역경제엔 ‘글쎄’
요지 주차장터 외지상인 60% 
장사 잘돼도 돈은 외지 유출
 
▲ 지난 3일 열린 양평5일장. 추운 날씨에도 오전 10시부터 어물전엔 손님이 제법 들었다.
양평5일장은 편리한 교통과 유명세로 수도권 주민들이 많이 찾는 장이다. 장날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를 보면 양평 경기 안 좋다는 상인들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안 공용주차장 일대에 자리한 상인들의 60%가 외지에서 온 상인이란 사실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날 손님들이 가장 붐비는 자리는 공용주차장에 위치한 장터다. 생선·과일·야채가게 등이 즐비한 이곳은 180여 명이 장사를 한다. 늘 사람이 북적거려 점심때는 먹거리 노점에 자리 하나 얻기가 힘들다. 반면 지역 상인이나 어르신들이 자리를 편 롯데리아 사거리 일대나 토요장터 상인들이 운영하는 양평역방향 시장입구는 한산하다. 시장 일대 가게 중에 장이 서는 날 오히려 장사가 안 된다는 곳도 있다. 노점에서 파는 음식을 많이 찾는 탓에 먹거리골목이 한산하다. 주차하기 힘들다고 아예 장날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매상이 준다는 가게도 있다. 
 
공용주차장 부지에 장이 서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라고 한다. 5일장 상인들은 길게는 30년, 최소 5년 이상 양평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양평5일장에 외부상인이 들어오게 된 것은 양평상인들이 권리금을 받고 자리를 팔았기 때문이다. 
 
외지상인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잃어버린 것은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다. 시골장의 이미지를 그리며 왔던 관광객 중에는 마트에서 파는 물건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품에 실망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구리에서 왔다는 한 주부는 “시골 5일장이라 기대를 갖고 왔는데 구리종합시장과 별 차이가 없다”며 빈손으로 돌아갔다. 용문에 사는 주부도 “장에서 파는 배추라 믿고 샀는데 집에 가서 보니 세 포기 중 두 포기나 안이 부실했다”며 “손해를 떠나 너무 불쾌했다. 동네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불만을 토했다. 
 
양평5일장에서 외지상인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다는 상인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시장상인회 한 간부는 “외지상인들이 빠져 나갔을 때 당장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자리가 나면 양평사람으로 채우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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