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안마영화제

 

 

 토요 다큐멘터리학교가 주최한 ‘토닥토닥 안마영화제’가 지난 15일 양평문화원에서 열렸다. 토요 다큐멘터리학교는 경기문화재단이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선정돼 지난 3월부터 운영돼 왔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후원으로 학생들은 토요일마다 모여 영화 만드는 과정을 배웠다. 

초·중학생 25명이 만든 11편의 영화가 처음으로 상영되는 특별한 영화제, 리허설은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학부모들이 입구에서 다과를 준비하는 동안 학생들은 저마다 맡은 역할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학생들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하다. 게임에 관한 영화 ‘CommuniGametion’ 제작에 참여한 중1 동갑내기 김판석(지평중1)·양희도(서종중1)·박결(서종중1)은 영화제에 온 관람객들에게 나눠줄 리플릿 정리를 맡았다. 이 영화의 구성을 맡은 판석이는 “영화는 찍고 편집해야 해서, 생각을 전달하는데 말보다는 불편하다. 하지만 큰 뜻을 전하기에 좋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 교훈을 느낄 수 있다”고 영화의 매력을 얘기했다. 내레이션을 한 희도는 “어른들은 게임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본다. 게임에 대한 부모님들의 인식을 바꿔주려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감독을 한 정지우(지평중2) 학생은 하얀 셔츠에 긴 머리로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지우는 “극영화는 두 번 만들어봤지만 다큐멘터리는 처음이다. 다큐는 실제 있었던 일로 영화를 만든다. 사실적인 스토리를 만들고 전개를 짜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다”며 “팀원들이 잘 따라줘서 편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영화 ‘졸업’ 제작에 참여한 박민아(양평중2)·박건준(양일중1) 학생도 일찌감치 도착했다. 민아는 “처음 영화를 만들어봤다. 카메라 사용법을 익히는 게 힘들었다. 소리·영상·효과음을 따로 만들어 한꺼번에 편집하니까 시간도 오래 걸렸다”고 영화제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부모들은 로비에 삼삼오오 모여 아이들만큼이나 설레 했다. 학부모 강태라(44)씨는 “다큐멘터리영화를 제작하거나 촬영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 참여하게 됐다”며 “아이가 즐겁게 다녔다. 내레이션을 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만족했다.
 
사회를 맡은 조현초 6학년 김민서·강채진 양은 사회자 대본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프린트해온 대본을 오려 카드에 붙이는 작업이 늦어져 결국 민서 아빠까지 나섰다. 오후 2시가 다 돼 리허설이 시작됐다. 사회자 코멘트를 연습하고, 조마다 무대에 올라 인사하는 연습도 잊지 않는다. 무대에 올라 인사하는 것도 어색한데 감독이란 이름에 마이크까지 쥐어주니 초등학생들은 몸 둘 바를 모른다.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문화원 2층 상영관에 관객들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를 만든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 등 150여 명이 참석해 토요 다큐멘터리학교 학생들이 만든 다큐멘터리영화 11편과 수입초·양서초 영화교실 학생들이 만든 극영화 10편을 관람했다.
 
영화제는 ‘토요 다큐멘터리학교’ 영상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초등학생 7명이 만든 게임 옴니버스가 상영됐다. ‘엄마와의 약속’(정민석․세월초5), ‘맛있는 게임’(서은백․옥천초3), ‘게임과 성격’(남하영․양수초4), ‘게임 말고 놀이하자’(김민준․조현초2), ‘내 꿈은 블리자드’(정효원․개군초4), ‘게임은 적당히’(정동혁․조현초2), ‘속마음’(신이재․양평초4)이 차례로 이어졌다. 게임을 둘러싼 부모와 아이들의 갈등이 그대로 담긴 영상은 여느 가정에서나 매일 벌어지는 일상이다. 학생들은 “게임 많이 하면 중독된다”는 어른들 말의 진위를 가리고자 게임을 하며 자란 청소년을 인터뷰하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선생님의 인터뷰 영상 ‘졸업’, 욕을 대신해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대화법을 탐구한 ‘욕’, 게임의 부정적 이미지를 제고하고 소통의 의미를 부각시킨 ‘CommuniGametion’, 청소년들의 화장 문제를 다룬 ‘GOOD FACE’가 상영됐다. ‘CommuniGametion’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한 다각적 접근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설득력을 보여줬다. ‘GOOD FACE’도 화장품가게 주인, 화장하는 청소년 인터뷰를 통해 현실을 생생하게 구성해 보였다.
  
초청작으로 수입초·양서초 영화교실 학생들이 1주일간의 집중수업을 통해 만든 극영화 10편이 상영됐다. 수입초는 ‘가을 계절학교’(강수연), ‘빵빵빵 크로스’(김채은), ‘빨리 어른이 돼서 화장하고 싶어요’(김선우), ‘실내화가 없어졌어요’(최민교), ‘흉흉한 소문’(위하다)을, 양서초는 ‘전화위복’(서지민), ‘당당한 왕따’(조강민), ‘차별인 듯 차별 아닌 차별 같은 차별’(박세훈), ‘화장실 괴담’(김사랑), ‘빵셔틀’(이루다)을 선보였다. 
초등학생 특유의 유머러스한 작품이 많았지만 ‘실내화가 없어졌어요’, ‘당당한 왕따’, ‘차별인 듯 차별 아닌 차별 같은 차별’, ‘빵셔틀’ 등은 학교폭력이나 차별 문제를 학생들 눈높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내 학부모 관객들을 긴장시켰다. 총 21편의 영화가 상영된 ‘토닥토닥 안마영화제’는 장장 3시간 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서동일 토요 다큐멘터리학교 교장>

“지역에 영화제작스쿨 만들고 싶다”

 
학생들은 양평에 살고 있는 다큐멘터리영화 감독 서동일씨에게 영화를 배우고 그와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서 감독은 팔당 두물머리 농지보존 싸움을 기록한 다큐 ‘두물머리’로 2013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과 2014 서울환경영화제 관객심사단상·우수상을 수상했다. 2008년 일제고사 거부를 다룬 다큐 ‘명령불복종 교사’가 서울독립영화제 2014 본선경쟁작품으로 선정돼 상영을 앞두고 있다. 
 
-토요 다큐멘터리학교 첫 영화제를 여는 소감은. 
“토요 다큐멘터리학교는 처음에 초·중·고 학생 35명 정도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1년 정도 걸리는 기간에 대한 부담으로 고등학생들은 참여를 포기하고 25명 정도가 3월부터 시작했다.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끝까지 함께해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다.”
 
-다큐멘터리영화는 어떻게 만들었나. 
“영화 제작을 위해 학생들 스스로 5개로 조를 짰다. 주제를 정하고 촬영·편집까지 다 학생들에게 맡겼다. 자발적으로 참여해준 게 기특하다. 다큐멘터리학교를 통해 영화와 영상에 대한 꿈을 갖게 된 친구도 생겼다. 계속 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내년엔 동아리 형태 운영도 생각해보고 있다.” 
 
-학생들에게 영화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요즘 학생들은 영상과 이미지에 일방적으로 노출돼 있어 부작용도 크다. 영화나 이미지를 주체적으로 소화하고 자기 것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영화를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입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영화 교사도 생기고 있고 확대되는 추세다. 영화수업을 해보면 학생들이 흥미를 보이며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새로운 이미지로 창조해내니까 성취감이 높다. 영화는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아이디어와 수고로 완성되는 작업이어서 공동체적 의미도 크게 다가온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토요 다큐멘터리학교를 진행하며 나에게도 새로운 꿈이 생겼다. 지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 같다. 영화제작스쿨을 만들어서 체계적인 영화교육·제작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참여하는 학교를 고민 중이다. 내년에도 토요 다큐멘터리학교를 열 예정이다. 올해 양서·수입초 영화교실을 1주일간 해보니 학생들이 극영화 작업을 재밌어 한다. 내년에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혼용해서 운영할 생각이다.” 
 

 

 

토요 영화학교 내년에도 계속

토요 다큐멘터리학교 기획자는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 여현정씨다.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는 지역 교육현황과 이슈를 선도해 학부모들과 함께 풀어가는 시민단체다. 그가 토요 다큐멘터리학교를 기획한 동기는 양평이 문화재원은 풍부한데 문화교육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지난해 그는 경기문화예술교육 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2014년 토요문화학교 사업 공모소식을 들었다. 마침 서동일 감독도 지역에서 영화로 소통하길 고민하는 중이어서 토요 다큐멘터리학교 프로그램으로 공모서를 내 당선됐다.
 
학생모집은 양평교육지원청에 협조를 부탁했다. 교육지원청에서 군내 학교로 협조공문을 보냈지만 가정으로 통신문을 보내주지 않은 학교가 많아 아쉬웠다고 한다. 오히려 영화 촬영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일반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의외로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올해의 성과를 이어 내년에도 학교를 계속할 계획이다. 경기문화재단 토요문화사업은 평가를 통해 2년간 재지원이 가능하다. 내년에도 지원을 신청해 영화학교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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