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 경영, 아버지가 나서라

 

 

지난해 10월 「양평시민의소리」 창간 특집으로 마련한 본 기획은 ‘가정도 경영의 대상’이라는 새로운 컨셉트로 제안하는 ‘행복한 가정, 행복한 아버지 만들기’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우리는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위기와 혼란을 짚어보고,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아버지의 역할과 덕목에 초점을 맞추어 수평적 파트너로서의 남편, 친구 같은 아빠 프렌디, 멘토이자 코치로서의 아버지에 대해 차례로 집중 조명했다. 오늘은 그 중 마지막, ‘가정 행복 경영 CEO’로서의 아버지다. <편집자 주>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회적인 현상이다. 언제부턴가 각 대학교들은 경영학과나 경영학부를 간판으로 내세운다. 경영학부가 잘 나가면 그 학교도 이른바 명문이 된다. 이런 ‘경영 대세’ 현상은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영’이란 단어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단어들이 이젠 자연스레 ‘경영’과 손을 덥석덥석 잡는다. ‘병원 경영’, ‘학교 경영’, 더 나아가 ‘국가 경영’이란 말들이 그렇다. 명실상부한 ‘경영’의 시대다.
 

 
▲ 아버지는 어 이상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랑의 보금자리인 가정에 돌아와서도 가정의 최고경영자가 되어 가정을 경영해야 한다.

가정에 경영의 프레임을 들이대다 

그렇다면 경영이란 과연 무엇인가? ‘기업이나 사업 따위를 관리하고 운영함.’ 경영의 사전적 의미다. 조금 더 크게는, ‘기초를 닦고 계획을 세워 어떤 일을 해 나간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조동성 교수는 경영을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경영 자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경영자가 수행하는 전략, 관리, 운영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 기업이란 단어 대신에 가정이란 말을 넣어보자. 가정의 비전과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가정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경영자가 수행하는 전략, 관리, 운영 활동! 그렇다. 경영은 기업에만 필요한 말이 아니라 가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단어다. 

실제로 기업 경영과 가정 경영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다. ‘수익, 성장’과 ‘사랑, 행복’이라는, 각각의 비전과 목표가 있다는 점, 조직 고유의 문화와 규범이 있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경영자의 리더십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는 점, 조직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 하며,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정에 경영이란 틀을 자신 있게 갖다 댈 수 있는 이유다.

우리는 앞서 가정도 하나의 조직이며, 조직의 성공과 성장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경영의 개념이 들어갈 수 밖에 없음을 살펴보았다. 수평적 파트너로서의 남편, 친구 같은 아버지, 코치로서의 아버지에 이어 이 시대 ‘행복한 아버지’의 역할에 ‘가정 경영의 CEO’란 항목이 필요한 이유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스스로에게 다짐하자. “나는 가정 경영의 CEO다!” 

‘남자는 바깥 일하는 사람’이란 사고 안돼

경영은 의사 결정의 종합 예술이다. 아무런 구심점 없이 설익은 감(感)으로 제 멋대로 움직이는 조직은 화를 자초할 뿐이다. 모든 기업에 CEO가 있듯이 모든 가정에도 경영자가 필요하다. 나는 일이 많아서, 또는 나보나 아내가 잘 하는 일이라는 한가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아버지가 나서야 한다. ‘남자는 바깥 일, 아내는 집안 일’이라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벗어 던져야 한다. 

기업 경영의 출발점이 미션과 비전, 그리고 목표임을 우리는 안다. 가정을 제대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나의 가정에도 미션과 비전, 목표가 필요하다. 가정이 한 방향으로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야 한다. 비전과 목표가 있을 때 가족들이 한 방향으로 뭉쳐 결속할 수 있다. 계획 수립, 실행, 평가의 단계도 가정 경영에 똑같이 필요한 프로세스다. 수립한 계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실행은 계획대로 잘 되었는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는지, 부가적으로 필요한 노력은 또 무엇인지, 끊임없이 평가하고 개선해야 한다. 

요컨대, 가정 경영은 부부가 공동 CEO가 되어 가족들과 함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동태적 과정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아버지가 나서야 한다.
 

 

기업 경영을 벤치마킹하라

행복한 아버지로서 행복한 가정 경영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스스로 CEO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가정을 경영하듯 기업을 경영한다면 모든 기업이 망할지도 모른다, 라는 말은 가정에 대한 아버지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말이다. 내 가정을 부도나 도산의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 바깥 일, 직장 일에만 치중했던 시간과 노력을 가정에도 투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양적인 균형이 아니라 질적인 조화다. 의미 없는 양적인 배분이 아니라 가정의 행복을 바라는 진정성이 필요한 셈이다. 가정은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 터전이자 토대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가정이 경영의 대상임을 깨닫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면 기업 경영에 활용되는 다양한 개념과 툴들을 써보자. 예컨대, 사업 계획 수립, 혁신, 인적 자원 관리, 동기 부여와 육성 등의 개념들이 그것이다. 가정의 행복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정에도 사업계획이 필요하다.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와 코칭이란 개념은 자녀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업의 손익계산서는 가정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비전과 핵심 가치, 프로젝트 관리, 재무 관리, 위기 관리, 지속 가능 경영, 유머 경영 등 기업에서 쓰이는 경영의 모든 것들을 활용해보자. 놀랍게도 이 모든 것들이 가정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우리 가족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실시하자

자, 가정 경영을 위한 이론적 준비는 이제 끝났다. 그러나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해서 준비한, 성공적인 가정 경영을 위한 간단한 팁. 바로 ‘가족 워크숍’이다. 연말이면 많은 기업들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에는 보다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한다. 워크숍에서 각 부서들은 지난 해 목표 대비 실적과 성과를 분석하고 내년도 목표 달성을 위한 사업계획을 발표, 공유하며 의지를 다진다. 월별, 분기별, 반기별, 연도별로 진행되는 이런 회사 워크숍을 만약 가정에서 진행한다면? 

필자가 아는 한 가족은 매년 연말이면 가족 여행을 떠난다. 흔히들 떠올리는, ‘놀고 먹고 구경하는 여행’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점검하고 격려하는 소중한 ‘가족 워크숍’이다. 가족들은 둘러앉아 각자 지나간 한 해를 반성하고 새해의 다짐을 발표한다. 아빠는 금연을 다짐하고 엄마는 조리사 자격증을 따겠다, 하고 고등학생 딸은 영어 점수 올리기, 중학생 아들은 인문도서 한 달에 한 권 읽기를 선언한다. 그러고 나면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족으로서 도와주어야 할 점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서로 확인하고 격려해준다.

또 지난 한 해 동안의 목표는 이루었는지, 이루었다면 축하해주고 못 이루었다면 그 이유를 찾아내어 더 독려해주는, 가족 워크숍의 모범적인 사례다. 여행까지 가서 쑥스럽게 그런 걸 해야 하나 망설이지 말자. 시작이 반이다. 하다못해 크리스마스 저녁 다같이 둘러앉아 내년에는 반드시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단점이라도 말해보자. 그런 대화의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공감대가 형성된다. 혁명의 시작은 결국 작은 불씨 하나다.

우리 가정의 미션과 비전, 핵심 가치, 목표를 수립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기업들이 이런 요소들을 기업 경영의 나침반으로 활용한다. 우리 가정의 존재이유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가족들과 서로 얘기를 나누어 보자. 우리 가족이 추구해야 할 지향점과 문화, 이 모든 것들이 우리 가정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고 가족의 결속을 이끌어낸다. 또한 우리 가정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우리 가족들의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되며 우리 가족만의 독특한 문화가 된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가훈을 떠 올리면 쉽다. ‘도전’이라는 핵심가치를 추구하는 가정과 ‘사회에 대한 봉사’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가정은 그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으며 가족 구성원들의 의사 결정 기준도 당연히 다르다. 가족 목표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쉽게 풀린다. 우리 가족이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지, 그 과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할 지 생각해보자.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가족의 날’ 행사도 재미있지 않을까? 예컨대, 한 달에 한번 ‘가족 사랑의 날’을 만들어 평소와는 뭔가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든지, 매주 한번 가족 식사 시간을 정하여 그 날 만큼은 모두가 함께 식사하며 서로의 근황과 관심사에 대해 공유한다든지, 정기적인 가족 회의를 통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이슈를 놓고 의견을 나눈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우리 가족만의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의 행복은 더욱 여물어진다.

우리 가족 홈페이지, 가족 블로그 등 ‘패밀리2.0’이란 개념에 맞춘 아이템들도 생각해 볼 만하다. ‘패밀리 2.0’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가족 구성원들끼리의 소통을 말한다. 가족 중심의 생활패턴이 확산되면서 오프라인에서는 물론 온라인에서도 가족간의 교류를 늘리려는 경향이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가족의 경조사 일정을 관리하고 가족 신문, 가족 앨범 등을 제작하며 아이의 숙제 관리, 가계부 관리 등 가족의 일상적 활동들이 온라인 상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가정 경영이 가능한 셈이다. 

가족. 영어로 FAMILY. “FAMILY=Father, Mother, I Love You.” 가족이란 영어 단어에는 ‘아빠, 엄마 사랑해요’라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한다. 그만큼 소중한 가족의 가치와 의미를 우리는 너무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별만 바라보고 걷다 발아래 웅덩이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내게 가장 소중한 별은 내 가정과 가족임을 알아야 한다. 아버지의 가장 멋진 무대는 가정이다. 아버지가 어떻게 하느냐에 가정의 행복이 달려 있다. 아버지가 변해야 가정이 행복해진다. 나는 대한민국 아버지다.

필자 안병민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HSE) MBA를 마쳤으며,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현재는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 이사로 고객 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고 있다. (facebook.com/mino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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