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존감과 꿈 키워주는 코치가 되라

 

 

기차(train)와 마차(coach)라는 교통수단에서 파생된 트레이닝(training)과 코칭(coaching)이란 단어는 일견 그 뜻이 비슷하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차이가 크다. 이미 깔려있는 철로 위로만 달리는 기차와 정해진 코스 없이 대문 앞까지 데려다 주는 마차. 말 그대로 트레이닝은 개인차를 인정하지 않는 집단적‧기계적 훈련의 의미고, 코칭은 상대적으로 ‘개별 맞춤형’이란 의미가 강하다. 안병민의 ‘가정도 경영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트레이너’가 아닌 자존감과 성품, 꿈을 키워주는 ‘코치’로서의 아버지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잔아문학박물관에 서 있는 부부 조각상. 부부가 서로 팔짱을 끼고 의지한 채 다정하게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 건 애 엄마가 하는 거죠. 남자들이야 밖에서 돈 벌어오기 바쁜데요.” 흔히 듣게 되는 아빠들의 이야기. 하지만 자녀교육은 결코 엄마만의 몫이 아니다. 아빠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온 가정일수록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높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 확률이 높다는 건 이미 여러 연구 결과로 확인된 바다. 아버지가 양육에 참여한 아이들은 스트레스와 실패를 견디는 힘이 더 컸고 자신과 상황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났으며, 문제해결 능력이 훨씬 우수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 D. 파크 교수는 이를 ‘아버지 효과 (Father effects)’라고 불렀다.

아버지, 가정 교육의 코치로 거듭나야

“제 아버지는 저를 무릎에 앉혀놓고 백과사전을 읽어주시곤 했지요. 동화책이 아니라 백과사전을 읽어주신 것도 특이했지만, 읽어주는 방식도 남달랐습니다. 예컨대, 공룡 항목에 티라노사우루스가 나오고, ‘이 공룡은 키가 7~8m이며 머리 둘레가 2m 정도’라는 설명이 있었다고 해보죠. 이 구절을 읽고 나서 아버지는 “공룡이 만약 집 앞 뜰에 서 있다면 책을 읽는 2층 창문에 닿을 만한 크기인데 머리가 커서 창문으로 들어올 수는 없겠다”고 말해주는 식이었습니다. 딱딱한 내용을 실감나게 풀어 설명해주시니 지루할 리가 없었죠. 아버지는 늘 예를 들어 설명하고 대화로 가르치셨습니다. 강요나 억압은 전혀 없었고 단지 흥미롭고 사랑이 깃든 대화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20세기를 살아간 물리학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로 손꼽히는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의, 아버지에 대한 회고다. 훗날 그가 뛰어난 과학자이자 이해하기 쉬운 명강의로 이름을 날리게 된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복잡다단한 현대의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같이 잡아주고 그들의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이자 코치다. ‘행복한 아버지’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전수해주고 자녀의 잠재력과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치여야 하는 이유다. 가정 경영의 CEO, 수평적 파트너로서의 남편, 친구 같은 아빠에 이어 행복한 아버지가 가슴에 달아야 할 또 다른 역할의 이름표, 코치! 많은 전문가들은 자존감과 품성, 그리고 꿈이란 열쇳말을 놓고 아이들을 코치하라고 얘기한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워라

자아존중감, 즉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조세핀 킴 교수는 자존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자존감의 가장 중요한 핵심 두 가지는 자기 가치와 자신감으로, ‘나는 다른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만한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그런 자기 가치를 토대로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이란 믿음’이 그것이다.” 

이러한 자존감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준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가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존감이 중요한 까닭이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자신을 긍정적인 존재로 여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들의 자존감이 부모의 인정과 기대 속에 커 나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부모가 자녀를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아이는 스스로 가치 있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게 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73이란 숫자를 73으로 잘못 본 선생님의 말 한마디 때문에 무려 17년간을 바보로 살았던 ‘빅터’의 이야기를 아는가? 그는 실제 IQ 173의 천재였지만 ‘IQ가 73’이란 선생님과 주변 친구들의 낙인에, 그의 내성적인 성격까지 맞물려 그 긴 세월을 바보로 살아야만 했다. 어느 누구도 그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에게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고통스럽게 지내야만 했던 17년이란 시간. 실로 무서운 얘기다. 아이들은 주변의 기대와 인정을 통해 긍정의 씨앗을 뿌리고 자아존중의 뿌리를 내린다. 그 한가운데에 아버지가 있다.

자녀들의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해 몇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식물도 긍정과 부정을 구별한다. 물을 주며 사랑의 말을 해줬던 화분과 반대로 욕과 저주를 퍼 부었던 화분. 전자는 싱싱하게 꽃을 피웠지만 후자는 시들시들 죽어버린 놀라운 실험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다른 아이와의 비교도 금물이다. 아내의 바가지 속에 늘 등장하는 ‘아내 친구의 남편’은 왜 그리도 완벽할까? 술도 안 먹고 일찍 다니면서 돈도 잘 버는데다 자상하게 집안일까지 도와준다는 ‘아친남’때문에 밥맛 없던 적은 없었던가. 식욕이 떨어지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공부 잘 하고 효심 깊은데다 얼굴마저 잘 생긴 ‘엄마 친구의 아들’인 ‘엄친아’와 비교할 때 그렇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라. 형제자매 간의 비교도 마찬가지다. 그런 비교는 아이를 더욱 삐뚤어지게 할 뿐이다. 비교 대신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수많은 칭찬을 받았는데, 단 한 번도 지겹거나 신물이 난 적이 없었다. 그 때마다 나는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세계 경영 구루 중의 하나로 인정받는 톰 피터스의 말이다.
 

▲ 아이의 개인차를 인정하는 않는 트레이너보다는 아이의 자존감과 성품, 그리고 꿈을 키워주는 코치 같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엘리트보다는 사람을 만들어라

운동선수 중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개중에는 실력뿐만 아니라 겸손함까지 갖추어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자신의 기량만 최고인 양 굴다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선수도 있다. 덕승재(德勝才)! 재주가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에는 덕을 가진 이가 이긴다는 얘기. 자존감에 이어 아이들에게 코치해 주어야 하는 두 번째 덕목은 덕(德), 즉 제대로 된 성품이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서울대 문용린 교수는 자녀의 성공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도덕성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예컨대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남의 입장을 공감하고 배려하며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고 뒤로 미룰 수 있는 능력이다. 

좋은 성품은 하루 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습관과 연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바람직한 일을 했을 때는 선물이나 칭찬을 하는 등 지속적인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그러나 관건은 부모 스스로의 모습이다. 아버지가 ‘빠담 풍’ 하는데 아이들이 ‘바람 풍’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교육하는 시간에만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생활의 매 순간 교육을 받고 있다. 부모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하며, 즐거움과 불쾌함을 어떻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또 어떻게 웃고 어떤 책을 읽는지가 모두 자녀에게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그 뒤를 따라간다.

그런 의미에서 ‘밥상머리 교육’은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 기회이자 자녀들에게 멘토와 코치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황금시간이다. 2005년 미국 전역에 가족 식사 붐을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가족식사의 놀라운 힘」은 밥상머리 교육 효과의 비밀을 풀어주었다. 가족식사는 아이들을 현명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길러주는 하나의 의식(儀式)이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고 참여하는 소통의 장이다. 가족 식사를 통해 아이들은 부모라는 텍스트로 세상을 공부하며 배워나간다.

아이가 직접 꿈꾸게 하라

마지막으로 꿈에 대한 이야기다. 꿈은 아이들을 몰입하게 한다. 꿈은 희망의 내일을 위해 힘든 오늘을 기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너무나 힘들어 눈물을 흘리며 연습했다는 김연아 선수를 보라. 그 힘든 훈련의 과정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자세가 나왔다는 생각이 들면 발끝에서부터 쾌감이 온다고 얘기하는 그녀다. 꿈이 있는 아이는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아이들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꿈은 아이들이 직접 꾸게 해야 한다. 부모가 정해준 목적지를 아무 생각 없이 따라 가는 로봇의 삶이 행복할 리 없다. 부모는 ‘아이의 인생’이란 경기의 코치여야 한다. 아이의 인생을 대신 뛰는 선수 역할을 해서도 안 되며, 할 수도 없다. 부모로서 가장 어려운 일임을 알지만 무언가를 직접 해주면 안 된다. 아이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른바 자기주도형 삶이다. 

꿈이 실현되고 안 되고는 다른 문제다.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그런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정말 불쌍한 사람은 꿈을 못 이룬 사람이 아니라 꿈을 가져보지 못 한 사람이다. 자녀가 죽는 날까지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고 매일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녀의 숨어있는 재능을 발견하고, 출세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녀가 즐거워하는 일을 찾아줌으로써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코치로서 행복한 아버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아버지는 가정이라는 연극 작품의 주연이자 연출자다. 그 연출과 연기에 따라 가정은 참담한 비극의 모노드라마가 될 수도, 따뜻한 희망의 가족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 아버지가 변해야 가정이 행복해진다. 나는 대한민국 아버지다.

필자 안병민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HSE) MBA를 마쳤으며,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현재는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 이사로 고객 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고 있다. (facebook.com/mino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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