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산삼은 씹고, 큰 산삼은 다려서 복용

다리면 먹기도 편하고 흡수도 잘돼
유리그릇에 80~90℃ 오래 끓여야

산삼은 참 신비한 식물이다. 풀이면서도 100년을 살 수 있고, 다른 약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뛰어난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또 희귀하여 쉽게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삼을 신기하게 생각하고 산삼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다.

사람들이 산삼에 대해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은 의외로 산삼 먹는 방법이다. 필자의 블러그 ‘두물머리 산삼’의 검색유입 분석 1등은 늘 ‘산삼 먹는 방법’이 차지한다. 이렇게 산삼 먹는 방법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산삼은 생으로 씹어 먹어야 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말하기도 한다.

아마 고 정주영 회장이 수천 만 원짜리 천종산삼을 그 자리에서 씹어 먹었다는 이야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드셨다는 산삼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강원도 인제에 사는 심마니가 650년 된 천종산삼을 캤는데, 이 소식을 들은 정주영 회장이 직접 찾아가서는 당시 강남의 은마아파트 네 채 값에 해당하는 7800만원을 내고 그 자리에서 3시간 30분 동안 산삼을 꼭꼭 씹어서 먹고 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그렇다면 정말 산삼은 생으로 씹어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산삼의 복용 방법에 대해서는 심마니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한 번에 다 씹어 먹으라 하고 어떤 사람은 몇 번에 나누어 먹으라고 한다. 또 삼은 다려 먹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옛 문헌에는 산삼을 다려먹는 것이 기본이라 하고 있다. 산삼을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는 분들은 좀 의아해 할 것이다.

왜 산삼을 다려 먹는 것을 기본이라고 했을까? 그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귀한 산삼을 먹어야 되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병이 있고 몸 상태가 좋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환자가 이런 저런 치료를 해도 안 되고 결국 산삼을 찾게 된 경우, 나름 질기고 싱싱한 산삼의 뿌리와 줄기를 씹어서 소화 흡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먹기에 편하고 흡수도 잘되는 방법은 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옛 문헌에서 다리는 것을 기본으로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과학적으로도 인삼에 열을 가하여 홍삼을 만드는 과정에 사포닌 외 플라보노이드, 말톨, G-Rh₂, 미량원소, 항산화물질 아미노산 등 유효성분이 추가로 생성되는 게 밝혀졌는데 산삼을 다리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성분의 변화가 일어난다.

또 산삼을 가열 과정에서 미세한 독성도 증발된다.

산삼을 다려먹으면 먹기도 편하고 유효성분도 늘어나고 소화 흡수도 잘되기 때문에 다려먹으라는 것이다. 특히 양질의 산삼이 아니고 평범한 야생삼일 경우 더욱 다려 먹는 것이 좋다. 물론 장뇌삼이나 인삼도 마찬가지다. 

다려 먹는 경우, 다리는 방법이 중요한데, 쇠그릇을 피하고 유리나 옹기 등을 이용하여 100도씨로 끓이지 않고 약 80~90℃ 사이에서 12시간 이상 오랫동안 다려야 한다.

숯불에 부채질 하며 약을 정성껏 달이는 모습을 드라마 등에서 보았을 것이다. 은근한 불에 오래 다리는 것이 좋다는 것을 우리 조상들은 경험적으로 알았다. 약 다릴 때 정성이 중요하다는 말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온 말이다.

뇌두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열매가 맺기 전의 삼은 약통, 뇌두, 싹대 등을 전부 넣어 다리고 열매가 맺어 빨강색을 띄면 약통, 뇌두를 먼저 달이고 싹대는 나중에 차로 끓여 먹으면 된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뿌리 무게를 기준으로 한 냥(37.5g)정도는 한 번에 먹는 것이 좋다. 어린 삼 한 두 뿌리로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의 양은 최종 다려진 물이 한 번 마시기에 적당한 즉, 한 사발 정도 남도록 부어준다. 요즘은 온도조절이 가능한 슬로우쿠커나 홍삼추출기, 약탕기 등이 나와서 편해졌다. 

그렇다면 고 정주영 회장이 생으로 씹어 먹는다는 이야기는 뭘까? 정말 산삼을 생으로 먹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산삼을 생으로 씹어 먹어도 괜찮은 경우도 물론 있다. 아주 좋은 양질의 산삼, 소위 지종, 천종이라 불리는 좋은 산삼의 경우 줄기부터 뿌리까지 생으로 꼭꼭 씹어 먹어도 좋은 효과를 본다고 경험 많은 심마니들은 말한다.

물론 오랫동안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되고 소화력도 있는 몸 상태여야 할 것이다. 이 때도 생으로 씹어 먹기 힘든 줄기나 뇌두는 따로 다려서 먹는다.

다려 먹을 때 보다 생으로 씹어 먹을 때 산삼 특유의 맛과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는데, 방향 성분도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나는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권한다. 산삼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양이 되도록 드시는 게 필요한데, 작은 것 한 두 뿌리는 꼭꼭 씹어서 맛과 향을 느끼며 드시고, 나머지 큰 것은 다려서 드시면 두 가지 방법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다. 

나름 타협이라면 타협이겠지만 이 방법이 후회도 없고 효과도 좋다. 그러나 끓이지 않고 온도를 잘 맞추어 다리는 게 자신이 없으면 생으로 먹는 게 더 좋다. 보리차 끓이듯이 펄펄 끓여서 유효성분을 파괴하는 것은 가장 나쁜 방법이다. 인삼이나 일반적인 약초도 마찬가지다.

▲ 다양하고 뛰어난 효능을 가진 산삼. 작은 산삼은 꼭꼭 씹어서 복용하고, 큰 산삼은 유리나 옹기그릇에 넣고 80~90℃에서 12시간 동안 오래 끓여서 복용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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