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인터뷰 - 한동열 양평고등학교 교장>

급식실 확장·교실 리모델링…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
주말 인재·맞춤형 눈높이학습 등 다채로운 교과지도  
소통·협력으로 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학교 꿈꿔
 
▲ 한동열 교장은 학생들의 인성을 양평고의 큰 자랑으로 여겼다. 교육공동체의 신뢰 속에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힘’을 길러주는 게 한 교장의 목표다.
‘좋은 수업’이란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수업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학생은 수업을 통해 학교생활이 풍요로워지고, 교사 역시 학생에게 배우고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는 현재 양평고등학교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양평고가 ‘지역의 공립 명문고’라는 수식에 걸맞게 변화하고 있다. 교과별 아카데미, 주말 인재 프로그램, 맞춤형 눈높이학습, 또래학생 동아리 등의 교육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변화를 이끄는 주체는 한동열(52)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이다. 여기에 학생들의 자발성이 더해지면서 ‘좋은 수업’을 하는 학교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제33회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한동열 양평고 교장을 만났다. 한 교장은 지난해 3월1일 양평고 교장으로 부임했다. 양평고 사상 첫 공모 교장인데다 ‘과학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에서 14년간 근무한 경력으로 학교 구성원과 동문 등 지역사회의 기대가 크다. 한 교장은 “양평고에서 학교를 경영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전임지 학생들에 비해 양평고 학생들의 ‘갖춰진 인성’이 그를 행복하게 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는 그래서 탄생했다. 한 교장이 느끼는 행복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모두의 행복으로 옮아가고 있다.    
 
한 교장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풍요롭게 영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이라며 “좋은 수업을 위한 교사의 노력과 열정은 곧 학생들의 학력향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정은 그가 꼽는 스승의 첫째 덕목이다. 교육과 학생을 사랑하는 열정만 있다면 교사의 실력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 교장과 교사들의 열정은 다양한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주말 인재 프로그램’은 양평고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방식이다. 서울대생 7명이 토요일과 일요일 양평고 기숙사를 격주로 방문해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해준다. 대학입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개별 학생들의 부족한 교과지도를 도맡는다. 멘토링을 해주는 서울대생들은 모두 한 교장의 경기과학고 제자들이다. 한 교장은 지난해 여름방학 제자들에게 교육기부를 제의했고, 대학생이 된 제자들은 스승의 요청에 조건 없이 발 벗고 나섰다. 주말 인재 프로그램에 현재 참여하는 학생들은 전교생 6명 중 1명꼴인 100여명에 이른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은 물론 희망하는 학생은 누구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 양평고의 비전은 ‘모두가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다. 한동열 교장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등 교육공동체의 소통과 협력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지난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맞춤형 눈높이학습’은 교사들이 수준별로 다른 학생들의 교과를 개별 지도해주는 방식이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1개 반에 10명을 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학습서로 공부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수준이 제각각인 학습서의 내용을 모조리 꿰고 있어야 한다. 교사의 열정이 아니면 좀처럼 수행하기 힘든 수업이다.      
 
‘또래학생 동아리’는 지난해 2학기부터 시작했다. 같은 학습서를 보는 또래들이 스터디를 하는 모임이다. 5명 이하의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매주 한번 학습을 공유한다. 자신이 공부한 문제를 또래들과 함께 풀어보고 토론도 한다. 
 
올해 선을 보인 ‘교과별 아카데미’는 학생들의 교과 활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고 탐구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행사다. 자연과학(과학·수학), 인문학, 식품생명과학, 문화예술, 외국어, 사회과학 등 7개 교과로 운영된다. 지난달 자연과학(과학과) 아카데미 행사에 이어 현재 인문학 아카데미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5개 아카데미도 7∼10월 중 차례로 운영할 예정이다.  
 
양평고의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들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교장과 교사의 협업과 토론을 거쳐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소요됐다. 한 교장은 “지난 1월 선생님들과 교육 프로그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박4일간 밤을 새다시피 토론하며 나온 결과물”이라며 “교육에 대한 선생님들의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양평고는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융합교육’(STEAM)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융합교육은 별개로 여겨졌던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등 모든 교과목을 연계한 통합 교육이다. 특히 다른 과목과의 연계가 부족했던 과학과 문제풀이 위주의 수학 등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STEAM 교육은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 향상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의사소통능력, 전인적 성장을 돕는다. 한 교장은 “요즘 영재학교와 과학고 등 특목고는 물론 일반 교과에까지 융합형 문제가 출제되고 있는 경향”이라며 “전 학년 매 학기마다 주제가 있는 창의지성 융합교육 주간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계 학생들의 꿈을 실현해주기 위한 프로젝트도 올해 본격 가동된다. 양평고는 한 학년 7학급 중 2학급이 전문계반인 식품생명과학부로 구성돼 있다. 식품생명과학 아카데미에서 창의적인 조리법을 개발한 학생을 창업과 연결시켜주는 ‘꿈 실현 프로젝트’다. 조리 재료는 학교에서 전부 지원해주고 학생은 레시피 개발에만 몰두하면 된다. 다만 읍내 건물을 임대해 창업체험센터를 설치·운영해야 하는데 예산 문제가 관건이다.
 
양평고는 얼마 전 교장실을 옮기고 기존의 협소했던 급식실을 확장해 쾌적한 환경으로 조성했다. 낡은 교실은 내년까지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다. 교실 안에 있는 사물함을 모두 복도로 옮겨 넓고 쾌적한 수업공간이 마련된다. 건물은 낡았지만 교실만큼은 최적의 수업 공간으로 조성된다. 한 교장은 “교장으로 있는 동안 양평고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힘을 길러 주고 싶다. 다양한 창의적 교육 프로그램들이 올해 정착 단계를 거치면 2∼3년 안에 반드시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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