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교 민선5기 평가②-공약이행률의 실체
상반기 공약이행률 98.4%는 눈속임
실제로는 군 자료로도 78.2% 불과
법률소비자연맹에선 60%… 평균이하
화장장을 짓지도 않았는데 ‘화장장 건립’ 공약이행률이 100%고, 착공도 하지 않았는데 ‘강상IC 설치’ 공약도 이행률 100%다. 양평군이 김선교 군수 공약이행에 대한 평가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공약이행률을 주먹구구식으로 산출하고 있어 유권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평가기준이 없다보니 논란이 되는 것은 김 군수 공약이행률의 실체다. 지난달 15일 김 군수의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양평군은 ‘약속 지키는 양평군 민선5기’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의 기초지자체 공약이행 평가 결과 양평군이 군 단위에서 공약이행률이 가장 우수한 5개 지자체에 속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양평군은 “2014년 3월말 현재 124개 공약사항 중 122건, 98.4%를 이행완료 또는 추진 중에 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안에 공약이행률이 98.4%가 된다는 뜻인데 이것은 사실관계의 심각한 왜곡이다. 이 공약이행률 98.4%는 124개의 공약 가운데 완료 또는 추진 중인 공약 122개의 단순한 비율(122÷124×100)에 지나지 않는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평군이 이행하지 못한 공약은 지난해 ‘공약이행 평가를 위한 주민배심원단’이 보류 결정을 내린 ‘송파-강상간 민자고속도로 건설’과 ‘중앙선 수도권 전철 연장’ 두 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양평군이 지난 3월31일을 기준으로 작성한 ‘민선5기 공약사항 추진현황’에만 따라도 이 이행률은 과장임이 드러난다. 이 현황표에 따르면 124개 공약 가운데 ‘이행완료’ 91개(73.4%), ‘추진 중’ 31개(25.0%), '중장기시행(보류)' 2개(1.6%)다. 추진 중에 있는 31개 공약 가운데 김 군수 임기 내인 상반기에 이행가능하다고 표시된 것은 6건에 불과하고 임기 후에 이행가능한 것이 25건이다.
양평군 자료를 근거로 상반기까지 공약이행률을 계산(97÷124×100)하면 78.2%에 불과하다. 보도자료의 98.4%와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이 계산대로하면 양평군은 보도자료에서 자랑한 것처럼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가 선정한 최고(SA) 등급의 지자체에도 들 수 없다.
문제는 양평군이 이행을 완료했다는 91개 공약 가운데도 사실은 완료가 아닌 것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친환경 명품 화장장 설치’, ‘양평복지재단 설립’, ‘문화별 창작스튜디오 운영’, ‘친환경 뮤직페스티벌 개최’, ‘강상IC 설치’ 등이 공약이행률 100%(완료)로 집계돼 있지만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의 기준에 따르면 ‘폐기’ 또는 ‘일부추진’에 가깝다. 이 밖에도 완료로 볼 수 없거나 이행률이 과장된 공약이 다수 있다. 이 기관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공약완료의 세부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조성산업(산업단지 등)은 입법 및 재정확보 후 사업개시, 건설사업(SOC 등)은 입법 및 재정확보 후 사업개시, 시설유치사업은 입법 및 행정결정 등 완료시, 건립공약사업은 완공되었을 경우(착공은 정상추진으로 분류) 등이다.
양평군의 보도자료와는 완전히 상반된 공약이행 평가도 있다. 법률소비자연맹 전국지방자치모니터단은 지난달 13일 전국 기초단체 공약이행률을 발표했다. 민선5기 단체장 당선 후 지자체가 선관위에 제출한 공약을 지자체가 공개한 자료, 언론보도 등을 수집해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이 평가결과에 따르면 김 군수의 공약이행률은 60.0%로 전국 221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172위에 불과하다. 이 이행률은 평균 공약이행률 66.5%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폐기’한 공약이 이행률 100%로 ‘둔갑’
화장장 짓지도 않았는데 이행률 100%
이행률 높이려 억지에다 꼼수까지 동원
이행평가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식 평가
이행률 높이려 억지에다 꼼수까지 동원
이행평가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식 평가
양평군이 김선교 군수 공약이행률을 높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완료되지도 않은 사업을 이행률 100%로 평가하는 등 불합리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본지가 양평군이 올해 3월31일을 기준으로 작성한 ‘민선5기 공약사항 추진현황’을 분석한 결과 양평군이 언론을 통해 홍보한 공약이행률은 상당 부분 과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장장도 없는데 ‘100% 이행’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 명품 승화장(화장장) 설치’다. 양평군은 이 공약을 100% 완료했다고 표시했지만 현재 양평에 화장장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진행률은 0%에 가깝다. 민간사업자인 (주)양평공원이 지난 2011년 9월 화장장 건립안을 양평군에 제출했다가 주민반대로 취하했다. 그 후 이천시와 화장장 공동 추진계획이 서기도 했지만 이 역시 철회됐다. 이후 어떤 진전도 없다. 하지만 양평군은 ‘용인시에 화장로가 운영돼 이용에 어려움이 없고, 영모장려금을 지원한다’는 이유들 들어 공약이행률을 100%로 잡았다.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는 화장장 설치와 같은 건립 공약의 경우 ‘완공되었을 경우’ 완료로 평가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곳의 기준에 따르면 이 공약은 ‘폐기’다.
다음은 ‘양평복지재단 설립’이다. 당초 이 공약은 (가칭)양평희망복지재단 설립으로 진행됐지만 복지재단은 설립하지 않고 복지기금 4종을 내실 있게 운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러면서 양평군은 이 공약이행률을 100%로 표기했다. 당초 하기로 했던 복지재단이 착공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역시 ‘폐기’로 보는 것이 맞다.
‘문화별 창작스튜디오 운영’도 뻥튀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사업목적은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된 작업공간과 편의시설을 제공한다’는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 ‘군립미술관 건립’으로 내용이 변경됐다. 양평군립미술관에 예술가들을 위한 문화별 창작스튜디오가 없기 때문에 이 공약 또한 ‘폐기’에 가깝다. 하지만 양평군은 이 공약 역시 이행률 100%로 표시했다.
‘친환경 뮤직페스티벌’ 개최도 당초 계획은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친환경 뮤직페스티벌 개최’가 공약이었지만 월드DJ페스티벌 개최로 바뀌었다. 소음 공해와 엄청난 양의 쓰레기 무단배출로 반발을 사는 이 행사를 ‘친환경’이라고 생각하는 군민은 없지만 양평군의 공약이행률은 100%다.
◇착공도 안했는데 ‘100% 이행’
‘강상IC 설치’ 공약도 주먹구구식 평가의 좋은 예다. 강상IC는 지난해 한국도로공사와 하이패스 나들목 설치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2월 주민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아직 예산도 확보하지 못했다. 도로등 SOC 건설사업의 경우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는 ‘재정확보 후 사업개시’ 시점을 완료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공약은 양평군의 평가대로 이행률 100%가 아니라 ‘일부 추진’으로 표기해야 맞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양평휴게소 설치운영’도 양평군은 이행률을 100%로 표시했지만 현재 이 휴게소가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완료가 아니라 ‘일부 추진’이 맞다.
‘한화콘도 인근 지역개발사업’도 이행률이 부풀려진 공약이다. 한화 복합휴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지만 지난 2월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형평가 협의가 끝났을 뿐인데 양평군은 공약이 90% 추진됐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민간의 시설유치 또는 자본유치사업의 경우 입법 및 행정결정이 완료 되고, 자본유입이 시작된 시점이 공약완료 시점이다. 이 역시 행정절차가 전혀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약이행률은 90%가 아니라 초기단계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주먹구구식 평가로 공약이행률을 높인 것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행정활동 또는 실체가 모호한 사업을 공약이행률 100%로 잡은 것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깨끗한 공직자 양성제도 시행’이다. 양평군은 ‘부정부패 척결은 물론 군민에게 신뢰받는 청렴하고 깨끗한 공직사회 조성’을 이 공약의 목표로 잡고 청렴실천 결의대회, 청렴계약 서약제 등을 실시하고는 공약이행률을 100%로 표시했다. 매년 공직자비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두고라도 이런 일상활동을 공약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눈가리고 아옹식 평가 횡횡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의 공동체 창업 및 취업활성화’,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을 통한 복지서비스 질 향상’, ‘24시 보육시설 확대’, ‘유기농발효산업 육성’, ‘업무 상세매뉴얼 제작’, ‘전통농가마을 구축’, ‘친환경적 축산업 육성’, ‘명품한우 사육단지 조성’, ‘친환경농업 지역특화사업 추진’, ‘농축산물 10대 명품브랜드 육성’ 등 공약의 상당수가 평가기준과 근거도 없이 모두 이행률 100%다.
눈에 띄는 것은 ‘강하 다목적복지센터 신축’, ‘옥천 다목적 복지센터 건립’, ‘청운 다목적 복지센터 신축’, ‘강상면 다목적복지회관 신축’, ‘주민 생활건강 증진을 위한 체육시설 확충’, ‘강상 레포츠타운 조성’, ‘강하 생활체육공원 조성’, ‘개군 레포츠공원 확장 조성’ 등 군 단위 복지센터와 체육시설 확충이 대부분 100% 진행됐다는 점이다. 반면 ‘강상아트거리 조성’, ‘주말 예술장’, ‘남한강 나루터 역사문화 복원’ 등 문화분야의 공약은 이행률 20%에 그쳤다. 양평군 행정의 주안점이 어디에 있는지 공약이행률에서도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