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수평적 관계의 동반자…상호 존중 배려 절실

 
▲ 사진전문 갤러리인 ‘갤러리 와’에 조성된 ‘가족’ 조각상. 부부는 주종 관계가 아니라 수병적 동반자의 관계로서 상호 존중하고 배려함으로써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문승연 기자

안병민의 <가정도 경영이다!>는 지난 3호에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경영 주체로서 아버지가 갖추어야 할 다양한 역할과 덕목에 대해 살펴보았다. 가정을 경영하는 CEO로서의 아버지, 아내를 존중하는 수평적 파트너로서의 남편, 친구 같은 아버지, 마지막으로 자녀의 성장을 지원하는 코치로서의 아버지가 그것이었다. 이번 4호에서는 그 중 행복한 가정의 구심점인 부부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수평적 파트너로서의 남편, 아내와 함께 만들어가는 팀워크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생각 하나. 나는 지금 병실에 누워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한 달 남짓.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는 나는 맘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애꿎은 천정만 바라보고 누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또렷한 정신. 내가 만약 이 상태라면 나는 나의 배우자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아마도 ‘미안해’가 아닐까.

생각 둘. 행복했던 나의 결혼식. 세상 모든 걸 얻은 것 같던 그 날의 기쁨을 나는 얼마나 고이 간직하고 사는지 ‘어떤 경우라도 항상 아내를 사랑하고 존중하겠냐’던 주례 선생님의 질문에 그리도 큰 소리로 자신 있게 대답했건만 지금 나의 아내는 나와 함께인 것을 행복해 하고 있을까에 대해서는 왠지 자신이 없다.

생각 셋. 주어진 단어에 대해 한 사람이 설명을 하고 또 다른 한 사람이 정답을 맞추는, 이른바 스피드 퀴즈. 정답이 ‘부부’란 문제에 어떤 사람은 ‘천생연분’이라 설명하고 어떤 사람은 ‘평생 웬수’라 설명한다. 부부를 바라보는 개인의 생각과 경험이 반영된 설명들이다. 똑같이 서로 사랑하여 결혼한 것일 텐데,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생기는 것일까.

부부는 천생연분? 아니면 평생 웬수

가정은 부부란 단위에서부터 출발한다. 나와 배우자가 이루는 작은 관계가 자녀들이 생기면서 가족의 개념으로 진화한다. 그 가족과 가정의 구심점에 부부가 있다. 부부관계가 헝클어지면 행복은 저만치 멀어진다. 행복한 가정의 행복한 아버지가 되려면 부부 관계부터 살펴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게 영화 <수퍼맨>으로 잘 알려진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 그는 1995년 5월 승마대회에 참가했다가 낙마해 전신마비가 된다. “어떻게 하면 창문으로 다가가 뛰어내릴 수 있을까”만 생각하며 살 정도로 극도의 절망에 빠졌던 그는 부인의 진심 어린 사랑에 힘입어 척추 연구 확대, 의료보호 확대를 촉구하는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96년에는 휠체어에 앉은 채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등장해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예전 건강할 때는 가정에 소홀했지만 큰 불행을 겪고 나서야 부인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알게 되었다는 크리스토퍼 리브. 2004년 그가 죽은 후 2년 뒤 그 뒤를 따라갔던 부인은 생전에 이렇게 얘기했다. “나는 결코 포기라는 단어를 몰랐던 한 남자와 결혼했으며, 그와 살았던 삶은 행복했다”라고. 이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파트너십이다. 부부 관계는 주종관계가 아니다. 수평적 관계의 동반자. 행복한 부부 관계의 시작이자 끝은 바로 이것이다.

아내를 존중하고 배려하라

최고의 배우자가 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바로 존중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남편들은 이걸 못한다.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물들어 아내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 남의 일이라 생각한 지 오래다. 부부가 서로 상대방을 존중해야 가정이 바로 선다. 존중을 보고 자란 아이들 또한 나중에 배우자를 존중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같이 동업을 하는 동업자나 거래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도 깍듯하던 남편들이 아내에게는 냉랭한 기운만 뿜어낸다. 만약 아내를 대하듯 동업자를 대한다면 나의 사업은 번창할 수 있을까.

부부는 서로 다르다. 남편과 아내는 생각이 다르고 그 표현방식이 다르다. 자라온 환경과 가치관이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여기가 출발점이다. 그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돈 벌어오는 가족 부양의 의무를 다했다고 남편의 역할이 끝나는 게 결코 아니다. 그것은 거래일뿐이다. 아내는 사랑을 바란다. 세심한 관심과 공감을 원한다. 그걸 맞춰줄 때 가정은 비로소 행복을 찾는다. 행복한 아버지가 되는 첫 단추다.

사랑을 표현하라, 아내가 원하는 언어로

혹자는 토로한다. 아내는 내 진심을 몰라준다고. 그러나 표현이 되어야 진심이 전달된다. 표현되지 않는 진심은 의미가 없다. 배우자에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표현될 때 그 사랑은 빛을 발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전달되지 못해 서로 오해와 상처만 쌓여가는 부부. 그들의 종착역은 결별일 뿐이다. 부부 상담 전문가 게리 체프먼의 <사랑의 5가지 언어>란 책은, 사랑은 하지만 언어가 다른 부부간의 대화를 이어주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5가지 사랑의 언어는 이것이다. 상대방을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 마음을 담은 선물, 상대방을 위한 애정 어린 봉사, 끝으로 스킨십. 사람마다 가장 선호하는 사랑의 언어는 달라서 이 사랑의 언어가 맞지 않을 경우, 서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상대가 알지 못 한다. 불행하게도 제1의 사랑의 언어를 똑같이 공유하고 있는 남편과 아내는 거의 없다.

지혜로운 부부라면 ‘내가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나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고 사랑과 가치를 인정받고 존중 받고 있다고 느낄지’ 그 방법을 찾아내어 실천한다. 그럼 내 아내의 언어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는 게 아내에게 의미 있는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을지 물어보라.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들 때’와 ‘나의 행동 중에서 가장 서운하거나 못 마땅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라. 아내가 좋아할 행동을 목록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사랑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아내에게도 꿈이 있다

누구나 꿈이 있다. 이 당연한 명제를 우리는 ‘참’이라 여기면서도 내 아내의 이야기라면 애써 고개를 돌린다. 아내는 꿈이 없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녀에게도 꿈은 있다. 가족들을 위해 잠시 보류해두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남편들은 이걸 모른다. 원래부터 내 아내는 꿈이란 게 없는 줄 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아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아내가 이루고 싶어하는 일이 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게 부부다. 그렇지 않으면 아내는 내 삶과는 상관없는, 함께 사는 타인일 뿐이다. 아내의 꿈에 관심을 갖자.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걸 아내에게 약속하자.

아내와의 행복한 팀워크

많은 스포츠 경기들에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우리는 봐왔다. 각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 주어진 역할을 최선을 다해 완수하고, 그런 과정들이 서로간의 따뜻한 배려 속에서 이루어질 때, 그 팀은 승리한다. 이는 부부 간에도 마찬가지다. 부부도 팀이다. 내 아내는 우리의 가정을 행복으로 끌고 나가기 위한 나의 동료이자 팀원인 것이다. 

그런 아내와 제대로 된 팀워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차별적인 역할 구분을 뛰어넘어야 한다. 집안일은 아내만 하는 것이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은 잊어버리자. 남녀 역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각자 특성에 따라 일을 분담해야 한다. 이런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양성 평등의 조화를 체득한다. 아내와 함께 조화로운 화합의 팀을 이루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신이 세고 있는 아내의 눈물 방울

2006년 조선일보와 행복가정재단에서는 <아버지의 자립지수>에 대해 조사했다. ‘자립지수’란 부인이나 가정부 등의 도움 없이 남성 혼자 밥 먹고 옷 입고 집안을 정리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지수다. 남편들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세탁기 사용법을 알고 옷감 별로 구분해 세탁할 수 있다는 대답은 40%, 세 가지 이상의 음식을 할 수 있다는 응답은 42.5%에 불과했다. 이것이 한국 아버지 자립지수의 현주소다.

얼마 전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고령화 사회 갈등 국민 인식 조사> 결과는 ‘노인 돌봄’이란 또 다른 문제를 보여준다. 여성 10명 중 7명은 ‘늙은 남편’을 돌보는 일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 ‘평균수명이 늘어나 여성이 남편을 돌봐야 하는 기간이 길어져 노(老)부부 간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항목에 대해 응답자의 69.2%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여성의 동의율(71.8%)이 남성(66.4%)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수명 연장으로 은퇴 부부가 함께 보내야 할 시간이 평균 30~40년에 이르고 민주적 부부 관계를 지향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남편 돌봄에 대한 갈등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이 되었다.

‘아내와의 가사 분담’은 또 다른 의미에서 ‘아버지의 자립’을 의미하며, 이는 이제 남편들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을 부르짖다간 늘그막이 힘들어질 뿐이다. 바뀌어야 한다. 아내를 진정한 나의 동료이자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신은 그녀의 눈물 방울을 세고 계십니다.”라는 경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끝으로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피어>란 시를 소개한다. 「나 하나 꽃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 말하지 말아라 /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 결국 풀밭이 온통 /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 나 하나 물들어 /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 말하지 말아라 /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 결국 온 산이 활활 /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나 하나다. 나 하나 바뀐다고 뭐가 바뀔까, 지레 포기하지 말자. 나 하나 바뀌다 보면 아내도 바뀌고 가족들도 바뀐다. 아버지가 변해야 가정이 행복해진다. 나는 대한민국 아버지다.

필자 안병민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HSE) MBA를 마쳤으며,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현재는 행복한 성공파트너 ㈜휴넷 이사로 고객 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고 있다. (facebook.com/mino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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