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보리밥․두부전골․오리 전문/아내의 추억>

가게 건축부터 식재료 조달까지 ‘스스로’… 완전무결 ‘착한식당’ 도전

‘아내의 추억’이라는 이름 탓에 가게를 찾기 전부터 궁금증이 일었다. 가게를 처음 봤을 때 ‘역시…’라는 생각이 들만큼 황토로 지은 모습도 흡족했다. 이제 남은 건 주인의 손님맞이와 음식의 맛. 제발 실망시키지 말기를 바라고 들어섰다. 우선 깔끔한 차림의 중년이 밝은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구들방 구조를 그대로 쓰고 있어서 주문을 받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

▲ 재료들은 모두 국내산이다. 두부는 국산콩으로 만들고 몇 가지 나물은 직접 농사지어 조달한다.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암환자들이 즐겨 찾는다.
이 집의 메뉴는 칠채보리밥, 버섯두부전골, 모두부, 오리백숙과 주물럭이 전부다. 오리는 다음에 맛보기로 하고 보리밥과 두부전골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가게 안을 둘러보니 주인이 쓴 시와 ‘우리 가게는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아 처음 맛보는 손님은 ‘이게 뭔 맛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눈에 띈다. 테이블을 구분하기 위해 붙여 놓은 ‘일곱시 약속’, ‘그분의 자리’, ‘아랫목’ 등도 특이해 보였다.
 
먼저 칠채보리밥이 나왔다. 7가지 나물과 청양고추장을 비벼 한술 그득 입에 넣었다. 과연 주인의 장담처럼 화학조미료의 자극이 느껴지지 않았다. 각 나물들도 살짝 데쳐서 내놨을 뿐이다.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음식을 처음 맛 본 손님들은 불평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음식은 담담했다. 하지만 재료 본래의 맛이 어우러져 한술한술 먹다보니 어느새 바닥을 긁고 있었다. 이어서 나온 버섯두부전골의 국물은 정말 시원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상쾌한 국물 맛이다. 
 
▲ 곧고 바름, 정직함을 신조로 삼고 가게를 운영하는 박부환․오정숙 사장.
어린 나이에 소년통신병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다는 박부환 사장은 “음식 재활용 않기, 조미료 사용 않기, 음식 본연의 맛 재현 등 원칙을 지키기 위해 늘 뒤를 돌아본다”며 “곧고 바른 성품을 지닌 아내가 자신과 꼭 닮은 음식을 만든다. 다행히 그 맛을 좋아하는 단골들이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양평군이 ‘건강증진식당’으로 선정하고자 했을 때 스스로 거부했다. 그 이유는 아직 새우젓을 만들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는 강화도에서 직접 새우를 구입해 만들 예정이다. 메주를 띄워 고추장, 된장, 간장을 만드는데 이어 새우젓만 만들면 이 집의 모든 장류는 본인들이 직접 만드는 것이 된다. 이 모든 것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박사장이 직접 쓴 글을 소개한다. “제 아내는 맛도 우선이지만 약이 되는 음식을 위해 미각을 마비시키지 않고 덧칠하지 않는 민낯 같은 음식을 한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영업: 오전 11시 ~ 오후 9시 (첫째, 셋째 월요일 휴무)
■위치: 용문교차로에서 내려와 지평 방면으로 좌회전 150m (용문면 다문리 690-13) 
■가격: 칠채보리밥 7000원, 버섯두부전골 3만원(3인), 과일오리주물럭 한마리 4만5000원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