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인 탐방(6편) - 양서면 주말농장 민기영 회원

겨울 초입에 들어서면서 옷깃을 여미게 하는 동장군의 기운이 아리수강 마저 날선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다. 

주말농장의 농장주인 민기영(56) 회원 집에 이르렀을 때 사람은 보이지 않고 썰렁한 들녘, 주인을 잃은 표지판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양서면 부용리 부용농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민기영 회원은 어디로 갔나. 추수한 끝자락 배추겉잎 늘어져있는 주변을 살피다 아내인 박명순씨를 만나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웃는 모습이 사람 좋아 할 인상인 안주인의 이야기는 커피 한잔 마실 여유 없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연신 걸려오는 전화는 김장거리를 찾는 고객이었지만 끝마무리된 김치는 벌써 주인에게 갈 택배기사만 기다리고 있었다.

 

▲ 부용리 주말농장을 찾은 아이들이 올해 직접 기른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민기영 회원은 1981년 채소작목으로 후계농업인으로써 선정되었다. 당시 12개 읍․면회에 한사람씩 후계자로 선정되었고 이것이 모태가 되어 한농연 양평군연합회가 시작되었으니 민 회원이 바로 양평군의 제1기 농업경영인인 것이다. 

농사를 지어오면서 민 회원은 19년 전 유기농으로 전환하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 냈고, 2004년 ~2005년 2년 동안 양서면 회장을 맡아 봉사하며 후배 양성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팔당생명회원으로 14년간 납품했고 지금까지 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양서면 친환경농업의 선도자이다. 

민기영 회원은 부인 박명순과 슬하에 딸, 아들을 두었다. 딸은 술 좋아하는 아버지를 참으로 좋아했다. 술 좋아하는 아빠를 주제로 글쓰기를 해 농업경영인 가족 한마당큰잔치에서 상도 탔던 딸은 네일아트 일로, 아들은 부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성장한 두 자녀와 함께 열심히 생활하는 그의 가족들은 욕심 없이 살아도 될 것으로 보였다. 그 바탕은 지금도 7년 전의 시간을 되새기게 한다.

7년 전부터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하이서울 친환경주말농장에 선정되어 도농교류에도 앞장서고 있다. 광주, 남양주, 양평군 등 팔당상수원지역에서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경작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원하는 친환경 주말농장으로 모두 13농가가 7,000구좌를 운영하고 있다. 신청자는 연회비 3만원만 내면 1구좌(5평)을 가질 수 있고 서울시는 4만원 정도의 지원을 해준다. 해마다 4월 둘째 주 토요일 개장을 시작으로 김장철 수확할 때까지 13개 농가는 찾아오는 사람들과의 인연 맺기를 시작한다. 처음엔 한사람이 한 구좌씩만 신청했으나 요즘은 두세 구좌를 갖고 각종 채소들을 경작함으로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민 회원은 모두 700구좌(3500평) 규모의 농장을 운영 중인데 처음에는 이용자들과 마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평생 농사만 짓던 민 회원 부부가 700명이나 되는 고객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유기농에 맞지 않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려는 사람도 있었고, 타인의 밭에서 자란 농작물을 가져가는 사람도 있었다. 친환경 재료를 사용치 않는 사람에게는 가차 없이 재료를 압수하는 과감함과 직접 기른 농작물을 나눠주는 넉넉한 인심으로 이용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이제는 민 회원이 주장하는 유기농업의 뜻을 잘 따라와 주고 있다. 

흙을 처음 만지는 사람이 많아 농사일에 조언을 해주어야 하고 방제작업도 철저히 해야 하는 등 잠시도 농장을 비울 수 없는 어려움은 있지만 철저한 고객관리를 통해 선호도를 높여야만 다음번 분양에서 회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넉넉한 농부의 인심과 진심어린 고객관리가 입소문이 나면서 450구좌로 시작됐던 농장이 이제는 일반농장까지 합쳐 750구좌로 늘었고 7년째인 올해는 신청이 가장 먼저 마감되는 등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주말농장을 처음 시작하는 농장주들도 부용농장을 벤치마킹하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직거래를 통한 농산물 판매다. 농장운영을 통해서만 한해 4000~50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알토란같은 수입은 철마다 자체 생산하는 농작물을 주말농장 회원들에게 직거래로 팔아 생긴다. 감자 캐는 5월부터 한여름의 토마토, 오이 등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주말농장을 하고부터는 도매시장이나 다른 판로를 찾지 않아도 모든 물량이 판매가 된다. 특히 부용농장에서 생산하는 토마토는 유난히 단단하고 섬유질 형성이 잘 되어있고 맛도 좋아 이용자들에게 최고의 인기 작물이다. 겨울철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시금치만 지방공사에 납품을 하고 토마토, 감자, 옥수수, 호박, 오이, 가지, 양파, 상추, 파 등 밭에서 나는 모든 것들이 직거래 대상이다. 주말농장 회원들에 대한 철저한 고객관리와 소통이 없으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것이 직거래 판매다. 회원들은 주중과 주말에도 끝없이 자기 농작물 관리를 위해 찾아와 사람들로 늘 분주하고 바쁘지만 그들과 함께 소통하며 정을 나누면 더 이상 일이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된다. 민 회원은 사람상대가 힘들지만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며 소통된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누누이 말한다. 주말 농장 750구좌 회원들과의 소통은 처음 땅을 분양받고 밭갈이가 시작되는 첫날 이루어진다. 오는 사람들에게 농사지은 쌀로 밥도 하고 따뜻한 떡국에 직접 담근 김치로 점심을 나누고 나면 한층 두터워진 정과 신뢰가 쌓인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꽤 괜찮은 사업이다. 참여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더니 이젠 13개 농가 중에 빠져나가는 농가가 있어야 참여 할 수 있단다. 양평군에서도 친환경 농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직거래를 위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로 이런 주말농장을 만들면 어떨까? 더 많은 농가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고 양평의 먹거리를 지켜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밀려드는 각종 FTA의 파고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농업을 만들어 가고 있는 자랑스러운 농업경영인들이 이 고장 이 땅을 지켜가고 있는 모습에 또 한 번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사)한국농업경영인양평군연합회 사무실장 최상옥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