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규현 양평자유발도르프학교 대표

대한민국의 입시위주 교육제도와 성적위주 학교문화 등 공교육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교육 개혁을 시작으로 대두된 대안 교육이 다양한 매체에서 다뤄지면서 매우 빠르게 확산됐지만 한계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한 고민과 대안도 계속 제시되는 가운데 지난 2018년 양평의 한 발도르프 유아기관 학부모들이 주체가 돼 설립된 양평자유발도르프 대안학교가 설립 3년차를 바라본다. 지난 18일 박규현 학교 대표를 만나 지향점과 대안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규현 양평자유발도르프학교 대표
박규현 양평자유발도르프학교 대표

Q.자기소개

2007년 협동조합 운동을 시작으로 2014년 한국발도르프협동조합인 교육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 뒤 2018년도에 양평자유발도르프학교를 설립했다.

Q.발도르프 교육은 어떤 교육인가?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세계관과 교육철학을 인정하고 계승한다.

우선, 교육의 목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잠재된 능력을 개발하는데 있다. 인간이 가진 능력을 감성과 이성으로 나눌 때 특히 이성의 개발에 집중한다. 현대철학이 동의하는 부분이지만 발도르프 교육은 이성을 뛰어넘는 그 너머의 세계를 통합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영적인 성숙 즉, 영성을 인정한다. 종교적인 의미의 영성이 아닌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이성이나 지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세계의 통합력을 뜻한다. 둘째, 그 영성을 일평생 개발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뭔가에 대한 대답이다. 발도르프 교육은 철저하게 비경쟁적이고 적기교육을 한다.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고, 순위 매기고, 줄세우는 입시 교육은 비교육적이라 보며 철저하게 발달단계에 따른 적기교육을 진행한다.

 

양평자유발도르프학교
양평자유발도르프학교

Q.양평 발도르프 대안학교의 특징은?

어떤 사상이나 철학이 올바르다고 해도 아이들의 구체적인 성장, 체험으로 연결되고 전달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철저하게 현지화 되어야 한다. 실제 발도르프 교육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방법은 개발된 것이 없다. 지난 4~5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들과 여러 교사들이 어울려 책도 출간하고 교수방법론도 개발했다. 그 결과물인 ‘하늘에서 온 글 한글’은 실제 많은 혁신학교 현장에서 가르치고 있고, 꽤 많은 교사들이 배우러 온다.

역동농업 운영도 독일식 토양과 기후를 전제로 했기에 우리의 자연환경과 많은 부분이 상이하다. 수확하는 작물도 다르고 논농사 위주라 똑같은 별자리를 읽어도 소재가 다르기 때문에 연구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생활방식과 현실에 충실한 기본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며, 교육은 생활·문화·역사 등 주변 환경에서 기인해 출발하고 개발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활동이 현지화를 위한 노력이라 생각한다. 발도르프 학교 중 자체 교사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여기뿐이다.

Q.공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교육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최선의 잠재력을 일평생 개발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길러주고 도와주는 것이다. 공교육도 전인교육을 지향한다 말하지만 문제는 진정성이다. 제도권 교육은 입시교육을 하고 있고 인간을 계량하고 이성적 능력으로만 판단한다. 그런 교육에서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도덕적이거나 영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없다. 제도권 교육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본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특별한 커리큘럼, 교수방법론, 적기교육을 내세우는 거다.

Q.현재 대안교육을 평가한다면?

한국사회가 다른 근대국가에 비해 변화가 빠르고 내부의 병리적인 문제를 극복하는 움직임도 빠르다. 빠른 만큼 처음에는 허술한 점도 많고 과장됐다가 거품이 빠지는 현상을 보인다. 대안교육도 사회적 관심으로 약간의 거품이 만들어졌다가 현실적이고 필요한 능력에 한해 조정이 이뤄졌으며, 안정되는 과정이라 본다. 한편, 그동안 대안학교가 관심을 받은 만큼 성장을 하지 못한 것은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안 교육은 대안적인 삶의 양식과 연결되지 않는 한 힘이 없다. 정말 대안교육을 이뤄낼려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하나의 생태가 갖춰져야 한다.

Q.대안교육을 받던 학생 대다수가 입시교육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나?

공교육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치를 포기하고 대안적인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대안학교에 온다. 그러나 뭐가 정말 대안인가 물었을 때, 사회적응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진학을 위해서는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우리는 현실의 진로를 개척하고 진출하는 것을 전혀 폐쇄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능력을 배제하고 다른 것을 찾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기본으로 사회가 공유하는 능력은 갖추고 플러스 알파를 찾아 보겠다는 활동이다. 소위 교과에서 다루는 내용은 학교에서 기본으로 채워나간다.

Q.하고 싶은 말?

내가 바라는 현재 삶의 태도와 선택이 종합적인 결과로 작용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학교에 보내야 한다. 초등학년 시절은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다 중학교 진학 시즌에 맞춰 입시 교육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 어른과 아이 모두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양식을 선택하는 문제로 봐줬으면 한다.

 

발달단계에 맞춘 발도르프식 교육 프로그램

자체 개발한 ‘하늘에서 온 글, 한글’ 호평

도서관 겸 강연장
도서관 겸 강연장

농가 창고를 리모델링해 교무실, 화장실, 교실, 조리실을 갖춘 양평자유발도르프 학교는 2018년 3월 개교했다. 야외 컨테이너에 지붕을 얹어 도서관 겸 강연장으로 사용한다. 학년은 8학년제(초1~중2)와 4학년제(중3~고3) 총 12학년제가 있다.

현재는 13명의 1~6학년 아이들로만 구성돼 1~2학년, 3~4학년, 5~6학년씩 3학급으로 운영된다. 주 5일 수업으로 외국어(영어, 한문), 음악, 미술, 체육, 공예, 농업 등으로 구성되며 특히 공예는 수공예, 목공예, 상급반은 철공예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집짓기활동과 논농사도 일반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수업이다.

2015년부터 교사 양성 아카데미를 준비해 2017년부터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아카데미 참가자들이 교사로 구성된다.

일반학교와 다른점은 8년 담임제를 운영한다. 이유는 1~8학년 시기에는 학습적인 부분보다 학생의 정서적 안정, 교사와 학생간의 인격적인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발도르프 학교 중 유일하게 급식을 운영한다.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로 만든다. 뷔페형식으로 구성되며, 조리는 학부모들의 봉사로 이뤄진다.

▲에포크 수업(주기집중수업)

보통 공교육에서 행하는 국·영·수 교과목 위주의 시수에 맞춰진 수업은 인간의 본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효율성으로 본다. 에포크 수업은 일정 기간 동안 집중한다는 뜻으로, 각자 관심을 가진 특정주제에 대한 상이 형성될 때까지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실제로 대략 100분 이내로 한 과목을 한 달 정도 탐구한다.

▲습식수채화

발도르프에서 가장 많이 쓰는 형식이다. 인간의 색에 대한 인식은 빛의 스펙트럼으로부터 느낄 수 밖에 없다. 색으로 넘어오는 과정을 실제 체험할려면 충분히 물에 용해된 색들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본다. 흐릿한 색에서 원색으로 정착되어 가는 과정을 좇는다. 초등 1~2학년시기에 집중적으로 진행하며 이후 좀 더 색채를 살린 유화나 데생, 드로잉으로 발달단계에 맞춰 진행한다.

 

▲한글 교육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에 나와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한글을 가르친다. 음소 ‘ㄱ’은 봄의 성질을 가지고 ‘ㄴ’은 여름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등 한글 자음과 모음을 사계절에 배치해 놨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근거한 원리 설명과 교수법, 수업사례들이 담긴 ‘하늘에서 온 글, 한글’을 통해 새로운 한글 지도안을 만날 수 있다.

▲오이리트미

오이리트미(eurythmy)는 조화로운 리듬이라는 뜻이며 모든 표현 도구 중 가장 유연한 도구 즉, 인간의 신체를 이용해 표현하게 된다. 자연의 실제적인 힘을 춤으로 표현하면서 인간과 자연, 외부의 힘과 내면의 감정 변화를 훈련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제대로된 교수실력을 갖춘 강사와 프로그램을 소화할 인원 부족으로 본교에서는 미진행상태며 인원이 충원되면 진행할 예정이다. 

     다양한 작물을 키울 수 있는 텃밭.
     다양한 작물을 키울 수 있는 텃밭.

▲생명역동농업

비닐과 기계,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텃밭을 운영한다. 보카시퇴비를 사용해 친환경 농사를 한다. 대략 300평정도 되는 텃밭은 학생별, 학년별, 반 별로 밭을 나눴으며, 나머지는 학부모에게 텃밭을 분양해 꾸려나가고 있다. 텃밭은 물론 논농사도 함께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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