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공대위 유영훈 위원장 인터뷰>

“생태적 가치 구현 상생·화합의 공간 만들어야”
4년 투쟁 통해 두물머리 본래의 생명·평화 상징 더욱 부각

지난 9월 3일 마지막 생평‧평화미사가 열린 두물머리에서 만난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유영훈 위원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개량한복을 입고 특유의 유머로 미사에 참여한 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날 그동안 두물머리 투쟁 경과보고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두물머리의 생태공원 개발과 끝까지 함께 싸워 온 4명의 농민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4년간의 긴 투쟁에서 농민들과 함께 울고, 웃고, 분노하고, 슬퍼했던 유영훈 위원장에게 두물머리 투쟁을 정리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 농민들과 함께 두물머리를 지켜 온 두물머리 십자가 앞에서 기념촬영을 가졌다.(오른쪽부터 농민 최요왕, 서규섭씨, 유영훈 위원장, 최덕기 주교, 농민 김병인, 임인환씨.)

-‘팔당공동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진 계기는?

“2009년 5월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스터플랜을 발표하였고, 그 계획에 팔당지역 강변의 유기농지도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남양주, 양평, 광주 지역의 유기농민들과 팔당생협 조합원들이 팔당권역의 유기농지 사수와 단순한 공원화가 아닌 올바른 개발을 요구하는 기구로서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두물머리 투쟁의 의미와 목적은?

“단순한 농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넘어 농업, 농민, 농촌의 가치를 지키려는 투쟁이었고 나아가 4대강 사업에 내재된 개발과 성장에 맞서 유기농의 상생과 협동, 유기 순환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두물머리 투쟁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두물머리 투쟁을 승패의 관점에서 볼 수 없다. 두물머리에 많은 사회적 관심이 모아졌던 것도 두물머리 투쟁에 담긴 생명살림의 정신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나친 물질주의, 성장과 개발중심의 사고방식에 맞서는 가치관의 투쟁이란 측면에서 평가해봐야 할 것이다.”

-기존에 가졌던 두물머리의 의미가 투쟁 이후 달라졌나?

“기존에 가졌던 의미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본래 가지고 있는 의미가 투쟁을 통해 새롭게 인식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남·북한강이란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서 하나가 되는 지리적 특징과 함께 수십 년간 유기농을 통해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땅으로 가꿔져온 역사성이 더하여 생명과 평화의 상징성이 만들어지게 된 것 같다.”  

-그동안 투쟁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두물머리 투쟁의 의미와 목적이 양수리와 양평군 지역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특히 농민들이 자신들의 생존권 보장 차원을 넘어 유기농을 통하여 두물머리와 지역사회 모두의 안정적인 삶을 실현하려 했으며 종교계 성직자분들은 순수한 동기로 농민들을 돕고 두물머리의 생명·평화적 가치를 지키려 했을 뿐이다. 그리고 두물머리는 단순히 그곳에 터 잡고 사는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지키고 가꿔가야 하는 공공의 자산이라는 관점으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이나 사건이 있다면?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사건이나 일을 떠올리는 것은 적당치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4년간의 투쟁기간 동안 너무도 많은 국민들께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고 물심양면의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너무 고맙고 행복하게 생각한다. 우리 농민들이 생명살림의 일꾼으로서 겸손한 자세로 꿋꿋하게 소신을 지키는 모습이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얻은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합의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대개의 민원 현장에서는 공권력과의 대결 속에서 상처입고 갈등이 깊어졌다. 특히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이루어졌지만, 두물머리는 우리가 지향하는 것처럼 상생과 화해의 해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사회는 지역, 세대, 계층, 남북 간 갈등이 깊어지는 이때에 사회통합의 작은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 팔당공대위 유영훈 위원장이 지난 3일 마지막 생명‧평화미사에서 미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큰절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의 두물머리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은? 

“두물머리는 두물이 하나로 만나는 지리적 특징에 걸맞은 상생과 화합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두물머리의 생태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양수리 지역을 찾는 사람들은 이 지역이 생태환경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물머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양수리 지역 전체가 생태환경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거기에 맞춰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에 합의한 생태학습장의 취지도 두물머리에 대한 최적의 활용방안을 찾기 위한 시도이다. 그리고 나아가서 양수리 전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관 거버넌스의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다. 마인드와 함께 예산과 행정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은 거버넌스 방식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으로 나가면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모델이 나올 수 없다. 이번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추진을 위한 민관협의기구(가칭)도 경기도와 양평군이 서두르지 말고 차근히 민과 함께 파트너십을 가지고 만들어나간다면 정말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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