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 어렵지만 차근히 해 나갈 터

■웹프로그래머 원길호의 인생 제2막 농촌정착기- 제8회

▶울타리 공사 시작=건축 관련 허가는 설계사무소에 맡기고, 일은 일대로 진행해야 했다. 농기계수리센터에서 일하는 조카가 일을 도와주기로 하고 한 달 반가량 휴가를 냈다. 부랴부랴 평탄 작업과 울타리 작업을 위해 굴삭기를 대여했다. 한 달에 170만원, 운송비 포함해서 192만원이다. 건축허가가 나기 전까지는 건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기반공사와 울타리 공사부터 하기로 했다.

 

▲ 천적으로부터 병아리들을 보호 할 울타리.

우선 필요한 것이 천적(너구리, 고양이, 족제비, 쥐)으로부터 닭을 보호할 망의 설치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망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새망, 양계망, 구갑망, 꿩망, 능형망 등)가 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전화를 여러 번 해야 했다. 구멍 크기가 작으면 철사 두께가 얇다. 같은 망도 구멍 사이즈가 조금 차이가 나고 철사 두께도 다르다. 구멍이 크면 쥐나 족제비가 침입할 수 있고, 구멍이 작으면 철사가 얇아서 망을 찢고 침입할 수 있다고 한다. 

필요한 양이 상당하기에 우선 샘플로 새망과 꿩망을 하나씩 사보기로 하고 찾아본 곳 중 한곳에 주문을 했다. 가격은 다른 곳 보다 조금 비쌌지만 철사가 두껍고 국산이라 망 크기가 가로 세로 25㎜로 같다는 말에 전북 남원에 있는 공장에 주문을 했다. 하지만 물건을 확인해 보니, 철사 두께도 다른 것과 비슷하고, 구멍 크기도 동일했다. 결론은 속았다는 거다. 쩝……

또 한참을 인터넷 서핑과 확인 전화를 한 끝에 경기도 광주에 있는 공장을 찾아갔다. 다행히 품질도 괜찮고 가격도 착하다. 우선 꿩망 10개와 새망 1개, 망 묶을 때 사용하는 PVC 코팅 철사 7㎏을 사왔다.

다음은 망을 고정할 지지대. 50㎝ 정도 땅에 박아야 하기에 2m 파이프를 알아보았다. 굳이 신품이 필요한 건 아니라서 중고(신품 대비 60% 정도 가격)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 고물상에서는 3m짜리 각파이프 160여개를 60만원 이라는 헐값에 사왔다(원래는 m당 2000원이 조금 넘는단다). 

장마가 시작되어 일 할 수 있는 날이 적지만 우선 망을 치는 작업을 시작했다. 산 중턱이라 굴삭기가 들어갈 길을 내야 하는 곳도 있고, 조경수 때문에 공간 확보가 안 돼 작업하는데 난항을 겪었다. 농장 외곽으로 꿩망을 치고, 내부의 구획을 구분하는 건 필요할 때 가격이 싼 그물망을 사용하면 될 듯하다. 

울타리는 처음 쳐봤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시작지점이나 많이 꺾이는 지점은 힘을 많이 받아서 기둥이 기울어지기 때문에, 3m짜리를 박았고, 그냥 인력으로 당겨서 묻으니 망이 쭈글쭈글해서 망을 당겨 줄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서 굴삭기로 당긴 후 파이프에 고정을 시켜야 했다. 그런데 조금만 세게 당기면 맨 위에 있는 철선이 끊어졌다.

작업 시작하는 곳은 조경수 때문에 통로 확보가 어려워 들어가서 땅 파고 지지대 박는 것은 굴삭기로 했지만 묻는 것은 말 그대로 삽질했다. 이틀 내내 삽질을 했는데, 자기 전에 몸 상태를 걱정했지만 다음날 일어나니 아픈 곳 하나 없었다. 첨엔 한 두 시간만 삽질해도 물집 잡히고 온몸이 아프고 그랬는데, 나도 이제 농사꾼이 다 되어가나 보다. 틈틈이 굴삭기 운전하는 것도 배웠는데 꽤 어려웠다. 만날 키보드만 두드려 대던 사람이 중장비를 운전하려니 쉬운 것이 이상할지도……

▶양계사 터 닦기=양계사 터가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차이가 1m이상 나고, 논도 일부 매몰해야 해서 평탄 작업을 하려면 흙이 필요했다. 흙을 사오려고 조카한테 물어보니 흙은 공짜로 구할 수 있는데 운송비가 한번에 10만 원 이상 들고 한 두 트럭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수백만 원이 들어간단다. 이거야 원…….

어디 흙 구할 곳이 있나 찾아봤는데 마침 매년마다 물이 넘쳐서 고생시키는 산 아래 농로가 생각났다. 배수로가 없어서 그 길을 따라 산에서 쏟아지는 물이 매년 우리 밭으로 넘쳐서 토사가 쌓였는데, 그 길을 좀 깎아내서 낮추면 일거양득이다. 

흙을 퍼 나르려면 트랙터에 다는 트레일러가 필요했는데, 조카가 동네 사람한테서 빌려다 놓았다. 다만, 장마기간이라 흙을 퍼서 나르면 땅이 질퍽해져서 흙이 다져지고 건물을 올리는데 문제될 소지가 있어서 작업을 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 

장비 반납일이 다가오기도 해서 장마가 잠시 주춤한 틈을 타서 일단 작업을 시작했다. 논바닥을 말리고 작업을 하려고 했었는데, 나 없는 사이에 조카가 그냥 흙을 퍼 넣어서 뻘이 되어 있었다. 그 흙과 논바닥을 한쪽으로 밀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조카가 퍼 담고 내가 트레일러로 운반을 했는데, 가볍게 생각했던 트레일러 운전이 장난이 아니게 힘들었다. 전진이야 트랙터가 끌면 끌려가니 상관이 없는데, 문제는 후진이었다. 후진 시 연결부위가 꺾여서 방향도 좌우가 반대일뿐더러, 조금만 많이 틀어도 확 틀어져서 연결부위에 바퀴가 닿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중간에 비가 오면 비닐로 덮어놓고 날이 개면 다시 작업하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5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퍼오는데 한번 덤프하고 다시 가져와서 덤프하기 까지 25분가량 걸린다. 그런데 바닥을 다져놓아도 잘못하면 트레일러 바퀴가 빠졌다. 어쩔 수 없이 굴삭기로 흙을 내리고 트레일러를 끌어서 옮겨놓아야만 했다. 이제 논 일부를 매몰하고 대략 다져놓았는데 나머지도 한참 작업해야 할 듯하다. 

굴삭기 대여기간도 얼마 안 남았고, 조카 휴가도 얼마 안 남았고, 건축 허가 받기 까지는 까마득하고, 필요한 건축 자재에 대한 견적도 제대로 못 뽑았는데…… 한 숨만 많아지는 요즘이다.

 

원길호 씨의 ‘콩세알 귀농일기’ 블로그(http://3bean.tistory.com/)를 방문하시면 더욱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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