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의 <이럴 땐 이런 책>

Q. 고2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얼마 전부터 아이가 대학을 안가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는 중간 정도 하는데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왜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면 어차피 자기 성적으로는 지방대를 갈 것 같고 졸업하고 나면 취업도 쉽지 않고 월급도 적다고 다른 걸 알아보겠다고 합니다. 속이 터집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아이의 말을 들으니 저도 가슴이 콱 막히는 느낌입니다. 한국의 공교육 대부분의 학교가 입시를 위해 존재하는데 아이가 학교를 다녀야 하는 이유도 없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학생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어찌 보면 어른들보다 정확한 현실을 인식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학생 개인이 어떤 노력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오늘은 대안 보다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인식하는 틀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 가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아쉽더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책의 내용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공감하게 되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나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의 저자는 기업이 어떻게 노동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양상(교육)이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서강대 경제학과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조귀동의 <세습 중산층 사회>이고 부제는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점은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입니다. 조국 교수의 딸이 국내외에서 스펙을 만들어 고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까지 입학한 것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집회를 했던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왜 이 학생들이 서울대, 연대, 고대 등 우리가 명문대라고 부르는 학교들의 학생들인가? 이 사회에서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학생들이 왜 불공정을 이야기하는가? 왜 지방대나 혹은 서울지역 다른 대학교 학생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학생들의 분노에 저도 공감했습니다만 명문대 학생들이 왜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조귀동의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점을 찾았습니다.

수없이 포기해야만 하는 N포세대로 자신을 규정하는 명문대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럼 이 세대에게 차별감을 주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이 말을 처음 소개한 매체는 조선일보입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세대입니다. 서울대, 연고대를 가서도 높은 연봉, 장기근속, 이직하더라도 경력으로 인정받는 ‘번듯한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G세대가 되어야 합니다. 미국의 아이비리그를 나와서 미국에서 스펙을 쌓아 국적과 무관하게 특히 외국계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실 열심히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가족과 부모의 엄청난 지원이 필요합니다. 조국 부부가 자신의 아이들의 스펙을 높여주기 위해서 투자에서 인맥까지 동원한 것을 본 명문대 학생들 중 일부는 스스로 차별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대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느꼈을까요? 이들의 대부분의 감정은 분노보다는 냉소에 가깝습니다. 부모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했던 학생들은 화를 내도 처지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번듯한 일자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자리고 그곳에는 몇 명이나 취업할 수 있을까요? 저자 조귀동은 2018년 일자리 통계를 가지고 설명합니다. 초봉 평균 350만원 이상, 대기업 혹은 공공기관(공기업이나 공무원)에 속한 일자리는 한 해 7만2000개 정도가 있습니다. 이 일자리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은 전체 약 70만 명입니다. 조국 사태에 화를 내는 일이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청년들이 약 60만명 있다는 말입니다.

10%와 90%의 임금 차이는 약 세배까지 벌어집니다. 한국 사회의 청년들은 이 차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다면 초봉이 적더라도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서 공무원 시험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아예 대학을 가지 않는 15% 학생들이 느끼는 차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제시하는 대안은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양보와 공정이 아니라 의무와 공평이 아닐까. 시작 단계에서부터의 공평과 그것을 위한 세습 중산층의 경제적·사회적 의무 부담 말이다.” 이것입니다. 예측해 보건대 상위 중산층, 즉 부부합산 연봉이 1억 5000만원이 넘는 사람들에 대한 북유럽식 과세 즉 7500만원을 세금으로 내는 사회 아닐까요? 이것이 정말 꿈일까요? 15%만 누리는 일방적인 혜택을 허용하는 85%의 관용만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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