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환 양평중학교 과학교사

2020년 인류는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중국은 조류독감 마저 번지고 있고 미국은 독감으로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브라질 등 중남미 열대 지역을 중심으로 말라리아와 뎅기열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국도 지난 12월 조류독감이 충남 아산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직도 경기 북부 축산농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인류는 의학기술을 통해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에 의한 각종 전염병을 극복해왔지만 2000년 전후 발생하고 있는 신종 전염병들을 완전히 막아내기에 힘겨워 보인다. 신종 전염병은 대부분 인간과 동물에게 상호 전파되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에이즈(1981), 사스(2003), 조류독감(2004), 신종플루(2009), 에볼라(2014), 메르스(2015), 코로나19(2019) 등 유전적 변이가 쉬운 바이러스성 질병들이다.

인간을 감염시키는 병원체인 바이러스는 200종이나 되며 매개체인 중간 숙주로는 쥐, 낙타, 돼지, 박쥐, 원숭이, 천산갑, 야생조류, 사향고양이 등이 알려져 있다. 야생동물들은 분류상 인간과 동일한 척추동물로 진화과정에서 인간과 공동의 조상을 공유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매개체로 알려진 박쥐는 척추동물 중에서도 인간과 같은 포유류에 해당된다, 따라서 인간과 박쥐의 유전적인 관계는 다른 동물보다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박쥐 세포에 달라붙는 바이러스의 단백질 유전자는 인간 세포에도 쉽게 붙어 감염을 일으키게 한다. 이는 유전 관계가 먼 식물의 바이러스는 인간을 감염시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염병의 원인으로는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한 국제화, 인구가 집중되는 도시화, 무분별한 산림자원 훼손, 야생동물을 먹는 음식문화 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전염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0여 년간 지구의 평균 온도는 1도 정도 상승하였다. 이 결과 지구는 홍수, 가뭄, 산불, 해빙 등 유례없는 기상이변을 겪고 있다. 체온이 1도 오르면 병원에 실려 가듯이 지구도 고통스러운 상태에 놓여 있은 셈이다. 기후학자들은 평균 온도를 1.5도 상승으로 막지 못하고 2도 이상 올라간다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놓인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은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라 외치며 시민행동에 나서고 있다. 물론 기후변화와 바이러스의 유전적 변이와의 상관관계는 아직 연구단계에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훼손이 전염병의 발생속도와 이동분포를 왜곡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후변화로 온도가 올라가면 바이러스의 활동성은 증가하고 변종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낮은 온도에서 활동하던 바이러스들이 따뜻한 기후에 적응하면서 인간의 체온에도 적응해 나갈 수 있게 진화한다. 발열을 통해 바이러스를 죽이는 인간의 면역체계가 소용없게 될 수도 있다. 매개체 동물들의 서식공간이 변화하고 인간과의 노출빈도가 높아지면 병원균은 인간 숙주를 찾아 이동한다. 인간과 매개체, 병원체와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인류는 병원체 중 10% 정도만 파악하고 있고 매년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발견되고 있다. 앞으로 인류는 코로나19보다 더 감염성이 높은 고병원성 바이러스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상이변과 전염병 재앙으로 인류문명은 위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인간이 최고 포식자이긴 하지만 아주 작은 바이러스의 공격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지구 생태계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교통인프라 발달하여 교역량과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한반도의 기후는 점차 아열대로 변해가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현재 수도권의 기온이 1970년대 경북 대구의 기온과 유사하게 올라가고 있어 본격적인 기상이변을 우려하고 있다. 올여름에는 모기나 진드기에 의한 아열대성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방역체계가 뛰어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협력하여 기후변화와 전염병을 슬기롭게 이겨낸다면 신종 바이러스의 공격쯤은 계절 독감 수준으로 일상화될 것이다.

이 시간에도 전염병과 싸우고 있는 보건 당국과 전 세계 의료진에게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양평지역에도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실천하는 모임들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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